▲ 술의 숙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크통이다. 오크통은 참나무로 만든 통이지만 단순히 술을 담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크통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에 가볍게 태웠기(Toasting) 때문에 많은 풍미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태우는 정도에 따라 와인의 풍미가 달라지며 이 향들이 숙성기간 동안 알코올에 의해 추출되어 보관기간에 따른 향의 손실을 보충한다.

장기보관은 기본적으로 향에 나쁘게 작용한다
식품을 제조하면 보통은 제조 직후보다 하루나 며칠이 지나면서 품질이 안정화되고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기보관은 기본적으로 산화 등으로 인해 신선한 느낌은 사라지고, 향은 점점 감소하며, 심지어 나쁜 냄새가 생성되기도 하여 나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식품은 오래 두면 변하기 마련인데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급격히 나쁜 쪽으로 변한다. 밀폐가 부족하면 공기 중의 산소에 노출되어 산패가 심해지고, 수분이 증발해서 말라버리기도 하며, 휘발성 성분이 증발해서 향기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원치 않는 미생물에 오염되어 이취나 부패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맛이 좋아지기는커녕 식품으로서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와인이나 위스키 중에는 숙성하면 맛이 좋아지는 것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숙성하면 일부 성분은 늘어나지만 그보다 많은 성분은 감소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향이 감소한다. 그런데 향은 감소하지만 품위를 높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만 숙성을 하는 것이지 아무 와인이나 숙성하지 않는다. 숙성은 고농도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고, 타닌 성분이 많으며, 품종 특성이 약한 와인이 적당하다.

예전에는 오크통 요즘은 오크칩
술의 숙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크통이다. 오크통은 참나무로 만든 통이지만 단순히 술을 담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크통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에 가볍게 태웠기(Toasting) 때문에 많은 풍미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태우는 정도에 따라 와인의 풍미가 달라지며 이 향들이 숙성기간 동안 알코올에 의해 추출되어 보관기간에 따른 향의 손실을 보충한다. 사실 일종의 가향공정인 것이다. 오크통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은 사용할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통은 1회만 사용하거나 많아도 3번 이상 사용할 수 없다. 오크통은 비싸고 관리가 힘들기에 스테인리스 탱크를 쓸 수도 있다. 이때는 오크통에서 나오는 풍미물질이 없으므로 별도로 오크칩을 넣기도 한다. 오크 나무의 향기성분이 천천히 녹아 나오면서 알코올과 반응하여 더욱 품위 있는 향으로 변하는 것이다.

커피와 와인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가열에 의해 만들어지는 향을 공유하기도 하는 셈이다. 오크통에서 추출되는 가장 중요한 항기성분은 락톤류이다. 락톤류는 대체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부여한다. 심지어 바닐라의 주 향기성분인 바닐린도 상당히 만들어진다. 그리고 소량의 구이아콜은 스모키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을 준다. 유제놀은 태우기 전에 비해서 감소한다.

어떤 제품을 오래 숙성시키는 이유도 맛과 향 때문이다
결국 숙성은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저분자 물질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양주는 아주 극한까지 분해가 일어난 상태이다. 향기성분은 분자량이 17~300까지의 물질로 분자량이 적은 것은 휘발성이 강하여 강한 첫인상을 주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분자량이 클수록 휘발성이 줄어들어 감지되는 향이 줄어들고 중간 크기 분자가 대체로 가장 우아한 향취를 지닌다. 술이 숙성이 되면 저분자의 반응성 분자들이 다른 분자와 결합하여 자극성이 줄고 온화한 풍미의 분자로 변환된다. 지방족 알데히드가 알코올과 반응하면 알코올의 자극취가 감소하는 것처럼 특히 케톤과 알데히드류의 분자가 이런 작용을 한다. 이런 반응은 알코올의 함량이 높을수록 잘 일어난다.

숙성 중 가장 크게 변하는 맛은 레드와인의 쓴맛과 떫은맛 감소이다. 페놀 화합물은 색소와 타닌성 물질을 구성하면서 포도의 풍미와 바디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향이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도한 타닌은 쓴맛이 강해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 이런 타닌이 소량의 산소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히드의 도움으로 안토시아닌과 타닌의 중합반응을 일으킨다. 타닌은 중간 크기의 애매한 용해도를 가질 때 쓴맛이 크며 중합반응으로 분자가 커지면 오히려 혀의 미각 수용체에 반응하지 못하여 쓴맛이 사라진다. 맛도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오래 숙성해서 좋은 것은 이처럼 나름 뚜렷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식품은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러한 숙성조건을 갖춘 것도 아니다. 막연히 숙성을 오래할수록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부질없다.

이산화황은 산화방지제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신선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래된 것은 부패가 일어나 건강에 나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귀했고 어느 정도 부패된 것도 먹어야할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신선한 느낌만큼 음식에서 우리에게 만족을 주는 느낌도 드물 것 같다. 부패로 인한 악취는 확실히 위험한 것이지만 신선감은 아주 사소한 양의 향의 변화이기도하다

산소에 의한 산화는 향조를 바꾸고(좋을 수도 있지만 나쁜 경우가 더 많다) 색을 진하게 하고 신선감을 감소시킨다. 산화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이 산소를 없애는 것이다. 사실 산소의 용해도는 높지 않은데 산화에 필요한 산소의 양이 아주 많은 것이 아니라서 적은 양도 그 영향이 크다. 와인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아황산을 첨가하여 산소와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와인에서 메르캅토헥사놀 같은 향기물질이 풍미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 이 물질의 산화를 막으면 와인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화이트와인의 경우 타닌의 축합반응에 의한 갈색 색소의 생성을 막아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더구나 다른 세균의 증식도 많아 와인의 보존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미국인의 0.4% 정도가 이산화항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서 꺼림에도 빼기가 힘든 이유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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