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는 통상의 식물처럼 60% 정도가 탄수화물이고 단백질이 10% 이하, 지방이 10~15% 정도로 들어 있다. 특징이라면 클로로젠산, 카페인, 트리고넬린이 많다는 것이다. 커피를 정성껏 키우고 로스팅 하고 추출해도 한 잔의 커피에 녹아드는 성분은 1.5% 정도이다.
생두에 있던 설탕은 로스팅 과정에서 모두 다른 물질로 변하고, 커피로 이행된 수용성 탄수화물이라고 해봐야 0.5% 정도라 보통 음료수가 가진 설탕 함량의 1/20 수준이다. 유기산은 0.4%로 산미를 내기에는 충분한 양인데 오히려 다른 성분에 가려 그 산미를 덜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단백질과 지방은 그 자체로 맛을 내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양이다.
결국 커피는 0.01%만 있어도 충분히 감지되는 쓴맛과 0.1% 정도면 감지되는 신맛이 있지 다른 맛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온갖 다양한 맛을 느끼고 심지어 약간의 단맛도 느낀다. 바로 향에 의한 것이다. 향은 0.1% 이하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표1. 원두에서 추출된 성분의 변화
성분 | 원두 | 추출 | 비고 | |
고형분 | 커피액 | |||
셀룰로오스 |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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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성 탄수화물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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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 탄수화물 | 10 | 37 | 0.518 | 주로 설탕 |
유기산 | 7 | 31 | 0.434 | 클로로젠산 |
지방 | 13 | 1 | 0.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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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 13 | 5 | 0.0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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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고넬린 | 1 | 4 | 0.0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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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 1 | 6 | 0.0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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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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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분 (미네랄) | 4 | 16 | 0.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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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 | 2 |
| 98.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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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커피 1잔에 들어있는 주요 물질
혀로 느끼는 맛은 5가지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추가적인 맛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수 백 가지 과일과 수 만 가지 요리가 있으므로 수 만 가지 맛 성분이 있을 거라 짐작한다. 사과에는 사과 맛 성분이 있고, 딸기에는 딸기 맛 성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착각이다. 사과에는 사과 향이 있고 딸기에는 딸기 향이 있을 뿐이다. 수 만 가지 맛이 있는 것이 아니고 향이 있다. 심지어 사과 향 성분과 딸기 향 성분도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아래 <표2>는 흔히 접하는 향신료의 향기성분을 정리한 것이다. 물론 실제 향기성분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대표적인 향기성분만을 비교해본 것이다. 각 향신료마다 고유의 향기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인 향기물질이 쓰인다. 식품에 전체 향기물질의 종류는 1만개 이하이며, 실제 주로 쓰이는 것은 수백 가지 이하이고, 각각의 식품은 이런 공통 향기물질에서 어떤 것을 얼마만큼 함유하느냐의 차이만 있다.
술을 담갔는데 술에서 은근히 꽃 향이 난다면 상당히 신기하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향의 실체를 안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꽃 향도 향료물질 측면에서는 전혀 특별하지 않고 대부분 다른 식물도 만드는 물질이다. 단지 꽃은 유난히 그런 물질을 많이 만드는 차이 밖에 없다. 따라서 술에서 발효하는 미생물이 0.01% 이하의 꽃의 향기물질을 만들면 가능해지는 현상이다.
세상의 모든 다양한 맛은 음식을 먹을 때 입 뒤로 코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통해 냄새물질이 휘발하여 느끼는 향이 그 실체이다. 그래서 코가 마비되면 다양한 맛은 사라지고 코를 막기만 해도 맛은 희미해지고 불완전해진다.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코로 올라가는 공기를 차단해도 맛은 사라진다. 작은 통로로 휘발되는 너무나 작은 양의 냄새물질이 그렇게 생생하고 다양한 맛의 실체이다. 따라서 향기물질이 되려면 휘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코에 그 향기물질과 결합하는 수용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 맞추면 충분한 것이다.
표2. 향신료를 구성하는 향기물질의 조성향기물질은 휘발성 유기물로 분자량 26~300의 작은 분자이다
향기물질은 반드시 휘발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은 크기의 분자이다. 분자량 300 정도가 냄새물질이 되는 최대 분자량이고 보통 200 전후가 많다. 포도당이 180, 설탕이 340이니 설탕보다 작은 분자만이 향기성분이다.
분자량이 적어도 물에 너무 잘 녹으면 맛 성분이 되기 쉽고, 물보다 기름에 잘 녹는 물질이 대체로 향기성분이다. 향기성분은 유기화합물이고, 따라서 뼈대가 탄소인데, 탄소수가 보통 4~16개 정도이다. 그중에서 8~10개 정도가 가장 우아한 향조(flavor note)를 가진다.
크기가 작은(탄소수가 적은) 분자는 자극적이면서 짧게 유지되는 냄새가 많고, 크기가 크면 미묘하고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휘발성이 크다는 말은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고, 그것은 끓는점(boiling point)에 비례한다.
표3. 향료의 물리적 성질
- 분자량 : 26~300 정도 |
향기물질은 반드시 휘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향기물질의 끓는점과 관련돼 있다. 끓는점이 너무 높으면 휘발성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향기물질의 끓는점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보통 120~350℃ 정도이며 일부 이보다 낮은 것도 있다.
만약에 끓는점이 너무 낮으면 순식간에 기체로 변해 향으로 쓸 수가 없다. 상온에서는 액체이거나 고체이면서 매우 소량씩 휘발하는 물질이 향기물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량이라도 분자의 숫자로 헤아리면 아주 많다.
표4. 향기물질의 분자량과 끓는점, 지속성의 관계
성분 | 지속성 | 끓는점(‘C) | 분자량 |
Ethyl acetate | 3시간 | 77 | 88.11 |
Acetyl isoeugenol | 3시간 | 80 | 206.24 |
Geranyl isovalerate | 3개월 | 137 | 238.37 |
N-Octyl aldehyde | 1일~3일 | 170 | 128.22 |
Methyl n-hexyl ketone | 3시간 | 173 | 128.22 |
D-Limonene | 3시간~1일 | 177 | 136.24 |
N-Octyl alcohol | 3시간~1일 | 194 | 130.22 |
Linalool | 1일~3일 | 198 | 154.25 |
Methyl benzoate | 3일~1주 | 200 | 136.15 |
Benzyl alcohol | 3시간~3일 | 205 | 108.14 |
N-Decyl aldehyde | 1주~1개월 | 209 | 156.27 |
Benzyl acetate | 1일~3일 | 215 | 150.17 |
Geranyl formate | 1~3일 | 216 | 182.27 |
Phenyl ethyl alcohol | 1일~3일 | 220 | 122.17 |
Linalyl acetate | 3시간~1일 | 220 | 196.29 |
Nerol | 3일~1주 | 227 | 154.25 |
Citral | 1일~3일 | 228 | 152.24 |
Dihydro jasmone | 3개월 | 230 | 166.27 |
1-Carvone | 1일~3일 | 231 | 150.22 |
Neryl acetate | 3일~1주 | 231 | 193.29 |
Citronellyl formate | 3일~1주 | 235 | 184.28 |
Eugenol | 1개월~3개월 | 253 | 164.21 |
Dimethyl anthranilate | 3일~1주 | 256 | 165.20 |
Ethyl undecylenate | 3일~1주 | 265 | 212.34 |
Ethyl anthranilate | 1주~1개월 | 267 | 165.20 |
Methyl isoeugenol | 1주~1개월 | 270 | 178.23 |
Hexyl salicylate | 3개월 | 290 | 222.29 |
최낙언 시아스 이사 |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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