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음식을 맛봐야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냄새를 맡아야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우리의 사고를 고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감각은 뇌가 만든 착각(환각)이다.
우리는 공간을 입체 즉, 3차원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 눈은 어떻게 평면 배치된 수용체로 입체감을 느끼고, 3D TV는 어떤 식으로 공간감을 영상에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기술은 사람의 뇌를 속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람은 사물을 볼 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각기 다른 영상을 받아들인다. 이를 ‘양안시차’라고 부른다. 두 눈을 통해 들어온 두 가지 다른 영상을 뇌에서 합성해야 비로소 어떤 물건이 가까이 있고 멀리 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안시차는 3D 영상 기술의 핵심이다. 눈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입체시를 이제 영상으로 구현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구글이 증강현실을 구현한 안경을 선보였다. 사실 증강현실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후진 시 카메라 영상의 도움을 받는데 이런 카메라 영상과 내비게이션 영상이 조합되는 일이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이미 구글에서 무인 자동차가 개발되었으니 시각과 내비게이터가 통합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상이 현실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보다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술의 본질이 가상의 세계에 대한 추구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담는 것, 그러니까 이상을 담는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여성상을 보라. 가슴과 엉덩이가 과장되게 크다. 스페인 라스코 동굴벽화에 그려진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걸 보며 자식을 더 많이 낳고, 사냥을 더 많이 할 거라고 봤다. 벽화는 가상인데, 그게 현실을 낳는다고 믿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술을 통해 미리 보는 것이다. 오늘날의 예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예술에 대한 의미론이다.

어떨 때는 가상이 현실보다 가치 있다. 영화를 보고 즐거운 것은 스크린에 보여준 장면을 보고 우리의 뇌가 실제 장면을 상상 즉, 가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작용은 철저하게 가상화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고 인류의 문명은 가상성을 추구한 결과다. 흑요석 덩어리에서 칼날을 상상하고, 동물의 가죽에서 옷을 상상하고, 숫자로 사물의 개수를 표현하는 것도 전부 뇌의 가상성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는 언어와 문자로 만든 가상의 세계를 통하여 변화하는 자연환경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가상의 세계는 결코 허망한 존재가 아니라 무한 생성의 세계이며, 자연에서 생존가능성을 높여준 기술이었다.

사실 예술이 가상화의 세계, 환각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미술과 조각은 빛의 파장이 만든 환각이고 음악은 소리의 파장이 만든 환각이다. 사실 음식의 맛마저 화학 분자가 만든 환각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꼭 음식을 맛봐야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냄새를 맡아야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우리의 사고를 고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감각은 뇌가 만든 착각(환각)이다. 그 착각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우리 인간의 탁월함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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