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의 작동 속도는 정말 느리다. 그런데 수학적 계산 같은 것은 컴퓨터가 빠르지만 우리 일상의 문제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은 뇌가 컴퓨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뇌의 작동 속도는 정말 느리다. 평균 40Hz 즉, 초당 40번 정도 작동한다. 일반 컴퓨터의 작동 속도는 수 GHz이니 초당 기가(10억)번 작동하는 컴퓨터에 비해 정말 느리다. 그런데 수학적 계산 같은 것은 컴퓨터가 빠르지만 우리 일상의 문제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은 뇌가 컴퓨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우리는 개를 보자마자 꼬리를 보았건, 몸통만 보았건, 다리가 불구가 된 개를 보았건 바로 개라고 판단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감정 상태인지까지도 짐작해낸다. 하지만 컴퓨터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꼬마도 바로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데 컴퓨터는 왜 그리 하기 힘든 것일까? 아이도 쉽게 배우는 걸음걸이를 로봇은 왜 그리 부자연스럽게 할까?

일본의 유명한 아시모는 그저 미세한 프로그램의 조정이지 스스로 배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로봇에 적응하려 해도 모든 프로그램을 고쳐야 한다. 이 놀라운 인간과 컴퓨터의 계산 및 학습력 차이는 ‘뇌는 병렬처리’, ‘컴퓨터는 직렬 처리’ 이런 정도의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인간의 놀라운 계산 속도의 비밀에 대한 힌트를 몇 개만 찾아보자.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발견한 ‘6단계 분리’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편지전달 실험을 통해 6단계를 거치면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으로 증명됐다. 이후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 연구원은 ‘MSN’ 메신저 이용자 조사를 통해 평균 6.6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이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6단계 분리 이론을 재확인했다. 국내 대학의 연구진은 트위터의 팔로워를 분석해 평균 4.12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6단계 분리 이론은 지금의 인구가 100배가 늘어도 연결에 필요한 시간이 100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단계 추가로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예시한다.

랜덤 네트워크는 과정을 놀랍게 줄이는 효과가 있고 이런 것의 놀라운 예가 동시성이다. 자연에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깜빡이는 현상이 있다. 그 동조화 방법을 설명하기 힘들어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다 점차 반딧불이들이 동시에 빛을 발할 뿐만 아니라 리듬에 맞춰서 발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별한 지휘자도 없는데 어떻게 동시에 불을 켤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까? 서로 떨어진 반딧불이도 동조화가 되는데 뇌 안의 신경세포는 어찌 동조화가 불가능하겠는가? 뇌 안에는 정말 많은 신경세포 랜덤 네트워크가 있다.

컴퓨터 검색 알고리즘에서 가장 간단한 것이 Binary search이다. 단어 사전이 있다면 원하는 단어를 앞에서부터 차례차례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으로 이동해 단어가 그보다 앞에 있는 것이라면 앞의 절반으로 이동하고 뒤에 있다면 뒤의 절반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이처럼 1/2×1/2×1/2×1/2의 반복으로 차례차례 확인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가장 초보적인 것이고 이보다 훨씬 효율적인 검색 기법이 사용돼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미리 색인이 됐다면 순식간에 찾아낸다.

이것의 일상 버전이 스무고개일 것이다. 적절한 질문을 하면 수만 가지 가능한 답에서 어떤 것이 답인지 짧은 단계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크기가 1m를 넘는지 안 넘는지... 이런 질문으로 범위를 좁히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구체적인 답을 찾게 된다. 이런 예는 많다. 주머니 속에 모르는 물건을 넣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무엇인지 맞추게 하면 ‘아하!’ 하고 아는 순간이 있다. 점점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저절로 스무고개 프로세스가 진행돼 순간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뇌의 작동도 순차적이 아니라 랜덤하게 답으로 급속히 접근하는 방식이다.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보는(확인하는) 수준으로 예측과 짐작에 의해 거의 순간적으로 답을 찾아낸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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