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매출 제한 불구 중소기업 판매량 정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결과, 대기업 수입콩 제품 비중 확대 영향

두부제조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후 두부 시장의 매출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매출액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판매량이 정체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 이진국 연구위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포장두부와 비포장두부를 포괄하는 두부제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다가 적합업종 지정 후인 2012년에 들어서 매출액 상승세가 둔화됐고 2013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르면, 대기업은 비포장두부 시장으로 진입해서는 안 되며(진입자제), 포장두부 시장에서는 지정 당시 수준 이내에서 매출액을 유지해야 한다(확장자제).

이 중 비포장두부는 대기업 생산량이 미미해 적합업종 제도의 영향이 작았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적합업종 제도의 효과를 식별하기 위해 직접적 제한이 가해진 포장두부 매출액을 분리해 살펴보고, 포장두부 시장 내에서도 대·중소기업의 매출액을 분리해 변화를 파악했다.

포장두부만 분리해 기업별 매출액을 살펴본 결과, 2011년까지 꾸준히 성장해 오던 대기업들, 특히 풀무원과 CJ의 매출액이 2012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됐으나, 중소기업 매출액은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적합업종 제도가 대기업의 매출액을 제한해 포장두부 시장, 나아가 두부 시장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진입해 한정된 시장을 분할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중소기업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이 분석 결과는 적합업종 제도 도입 전까지 대·중소기업의 매출액이 모두 증가해 전체 시장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였음을 말해준다”며, “적합업종 제도의 근본 취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인데, 최근 중소기업 매출액이 정체되고 있는 현상은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대한 매출액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판매량이 정체된 것도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수입콩 제품 시장의 경쟁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포장두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량 추이를 살펴본 결과, 대기업의 전체 포장두부 판매량은 제도 시행 후 월평균 49톤 감소(1477톤→1428톤)했고, 특히 국산콩 포장두부는 월평균 147톤이나 감소(1059톤→912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판매량 감소는 국산콩 제품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수입콩 제품은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적합업종 제도로 인한 제품 특성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구매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포장두부 시장 소비자들은 제도 도입의 결과 월평균 24억원, 연간 287억원의 후생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누리던 후생의 5.5%가 감소한 것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는 가격의 소폭 하락, 화학응고제 사용 감소, 묶음 판매 증가, 프로모션 판매 증가가 소비자 후생 증가에 기여했으나, 국산콩 제품 비중 감소와 OEM 제품 증가는 후생 감소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국산콩 제품을 강하게 선호하고 OEM 제품을 강하게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두 특성의 변화로 인한 후생 감소효과가 기타 특성 변화로 인한 후생 증대효과보다 훨씬 컸다.

기업 수익의 경우 2014년 대기업군의 수익은 2011년 대비 19.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월평균 9억9000만원, 연간 118억4000만원의 수익이 감소했고, 특히 국산콩 제품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매출액 제한 조치는 대기업들이 국산콩 제품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일정 수익을 포기하도록 유도했고, 이것이 전반적인 수익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기업들은 수입콩 두부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묶음 판매와 프로모션 판매를 확대했는데, 이 또한 수익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합업종 제도 시행 이후 중소기업의 수익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1년 대비 월평균 1억3000만원, 연간 15억2000만원, 18.1% 가량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제품 유형별 양상은 대기업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판매 비중을 줄인 국산콩 제품 시장에서는 연간 8억원의 수익이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의 주력 상품이자 대기업이 판매 비중을 증가시킨 수입콩 제품 시장에서는 23억3000만원의 수익이 감소했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포장두부 시장에서 적합업종 제도의 취지가 구현되지 못한 근본 원인은 대기업들이 시장제약에 대응해 제품전략을 변경한 것에 있다”며, “제품 특성의 변화는 시장의 경쟁양상과 소비자 구매결정에 영향을 주고 결국 기업 수익의 변화로 연결되는데, 이러한 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제한 조치를 가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적합업종 지정은 단순히 기업별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대·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효용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어떠한 제품 특성 및 품질 차이에 기인하는지를 식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포장두부제조업은 지난 3년간의 보호기간이 만료돼 재지정 심사를 거쳤으며, 그 결과 수입콩 포장두부는 재지정됐고 국산콩 포장두부는 적합업종에서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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