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18.

비혁신 분석자 전략 이랜드 외식사업의 사례

얼마 전 인터넷 언론 기사에 이랜드의 애슐리에 대한 기사가 났다. 내용은 ‘애슐리를 잠입 취재해 보니 주방에는 요리사가 없더라.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든 메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애슐리는 한식뷔페 브랜드인 자연별곡과 더불어 이랜드를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이며, 실제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애슐리와 자연별곡을 찾아가 먹어보면, 이 두 외식 브랜드는 맛 그 자체로는 최고가 아닐지라도 가성비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경영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전형적인 '비혁신 분석자(Analyzer without Innovat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 이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잠시 다룬 적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랜드 외식사업의 사례로 이 전략을 풀어보려고 한다.

 
애슐리의 센트럴 키친과 식자재 조달능력
언급한 애슐리 기사를 살펴보면 핵심이 빠져있다. 결과(주방에 요리사가 없다)와 원인(아르바이트생이 모든 메뉴를 만든다)을 언급하고 있지만, 실은 최종결과(만원대의 높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한다), 중간결과(주방에 요리사 없이 아르바이트생만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초기원인(매우 효과적인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과 효율적인 식자재 조달능력을 가지고 있다)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애슐리는 뛰어난 수준의 센트럴 키친과 효율적인 식자재 조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방에 요리사가 필요하지 않으며,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우수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식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센트럴 키친’은 ‘중앙 공급식 주방’으로 반조리 또는 완전 조리한 음식을 각 매장으로 배송하고 매장의 주방에서는 최소한의 조리 후 플레이팅만 해 내보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코코스, 스카이락 등)이 한국에 진입하면서 국내 외식업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CJ푸드빌은 당시 스카이락을 운영하면서 센트럴 키친의 역량을 학습하게 되는데, 이는 이후 CJ푸드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센트럴 키친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체인의 각 매장 음식의 품질을 균등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더 높은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식자재를 중앙에서 구매하고 조달 받는 통합 구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극단의 효율성을 달성한 센트럴 키친은 별도의 물류 창고가 필요하지 않다. 식자재가 냉장차량에 실려 센트럴 키친으로 배송되면 바로 가공 및 조리가 되고, 가공 조리된 음식은 다시 냉장 차량에 실려서 각 매장으로 배송된다. 또한 이 차량은 전국을 돌면서 필요한 위치에서 식자재를 싣고 센트럴 키친으로 운송한다. 즉, 냉장 차량 자체가 물류 창고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CJ푸드빌의 센트럴 키친 구축 사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센트럴 키친을 구축한 곳은 바로 CJ푸드빌이다. CJ푸드빌의 대표 브랜드인 VIPS의 성공은 가장 큰 미끼 메뉴였던 ‘샐러드 바 뷔페’에 기인하는데, 이 또한 센트럴 키친 없이는 구현 불가능한 메뉴였다. 센트럴 키친에서 각 매장에 배송된 음식을 그대로 혹은 아주 단순한 조리 후 내어놓았기에 가능하였다. 이 모든 메뉴를 각 매장에서 조리한다면 훨씬 큰 사이즈의 조리시설이 필요할 것이고, 더 많은 수의 조리사가 상주해야 하며, 물론 그 정도의 가격으로 뷔페를 제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CJ푸드빌 센트럴 키친의 매직은 ‘차이나 팩토리’에서도 빛을 발했다. 각 매장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딤섬 두어 종류를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다양한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 않은 중국요리들이 모두 센트럴 키친에서 반 조리상태로 각 매장으로 배송되며, 각 매장에서는 마무리만 해 내어 놓는다. CJ푸드빌의 센트럴 키친 효율성이 극대화된 케이스인 것이다. 그리고 CJ가 구현한 이 센트럴 키친을 가장 빠르게 벤치마킹 해낸 경쟁 브랜드가 이랜드의 애슐리다.

애슐리는 빕스의 샐러드 바 뷔페를 이랜드의 방식으로 빠르게 구현해 냈고, 이는 전형적인 ‘비혁신 분석자 전략’의 성공적 사례이다.

‘비혁신 분석자 전략’은 마켓의 추격자가 리더를 쫓아가는 강력하고도 얄미운 전략이다. 리더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쫓아갈 수 있다. 패션 시장에서 스페인의 Zara가 이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했었고, 국내 다수의 연예 기획사들이 그러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SM, YG, JYP가 어떤 상품을 준비 하느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가 새로운 연예인이 나오게 되면, 리더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분석하여 비슷한 상품성을 가진 연예인을 TV에 내보낸다.

여성 잡지들도 ‘보그’와 ‘엘르’와 같은 마켓리더들이 어떤 기획 기사와 화보를 내놓느냐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며, 비슷한 류의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 내보낸다. 예전의 삼성전자는 소니를 대상으로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취했으며, 결국 소니를 추월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이랜드가 전형적인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비혁신 분석자 전략은 얄밉긴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마켓 리더를 따라가는 아주 효과적이고도 동시에 효율적인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세븐스프링스의 사례
다시 센트럴 키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모든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떤 방식, 수준을 막론하고 센트럴 키친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선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국내 선도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들 중 ‘세븐 스프링스’의 중앙조달 및 센트럴 키친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낮은 편이다.

각 매장이 직접 식자재를 구매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조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에 센트럴 키친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가 바로 애슐리이다. 즉, 애슐리의 센트럴 키친에서는 모든 조리가 이루어지고 각 매장에서는 덥혀서 내기만 한다.

가끔씩 애슐리 매장에 가보면 이 가격에 이 정도의 품질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파리바게트의 빵이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이와 유사한 센트럴 키친이 존재하고 통합구매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는 빵을 성형하거나 숙성할 필요가 없다. 훌륭히 반죽되고 급속 냉동 처리된 생지를 정해진 오븐에 넣었다 내놓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효율성이 확보되면 빠르게 매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매장 개설 비용도 줄어들고, 면적이 좁아도 되며, 또 특별한 기술자를 매장 별로 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이 VIPS로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산업을 평정한 후, 빠르게 한식뷔페인 계절밥상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센트럴 키친의 역량이 집적되었기에 가능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한식뷔페' 카테고리를 새롭게 열기 시작하자, 이를 보고 가장 기민하게 움직인 기업이 바로 비혁신 분석자인 이랜드였다.

‘한식뷔페’라는 카테고리가 소비자들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이랜드는 자연별곡을 출시하며 계절밥상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자연별곡은 아주 빠른 속도로 확장을 했다. 애슐리에서 확보했던 센트럴 키친의 역량이 그대로 자연별곡에 이식되었다. 현재 한식뷔페 카테고리에서 CJ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 신세계의 올반이 경쟁하고 있는데, 가장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건 단연 자연별곡이다. 놀라울 정도의 시장반응 속도와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쩌면 소비자들 머리 속에 각인되는 한식뷔페 카테고리의 리더는 자연별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식 뷔페 카테고리의 리더 자연별곡
‘비혁신 분석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벤치마킹의 대상의 움직임을 빠르게 캐치하고 분석하는 역량이다. 그리고 그것에 빠르게 반응하고, 시장에 대응하는 ‘빠른 대응성(Agility)’이 중요한 역량이다.

이런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는 기업들은 조직의 위-아래, 전후좌우, 내-외부로 정보(Information)가 빠르게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직 내의 정보망이 마치 우리 몸속의 동맥과 정맥처럼 조직 구석구석에 닿아 있다.

이랜드라는 기업의 내부 사정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조직의 정보 경영 능력과 정보 시스템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역량 없이 빠르게 경쟁자의 움직임을 캐치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기민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랜드와 실제 일을 해 본 기업들은 이랜드가 그 어떤 조직보다 시장 반응이 빠르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을 한다. 그리고 ‘분석자’답게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랜드는 굉장한 역량을 가진 기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랜드와 같은 ‘비혁신 분석자’조직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은 분석의 대상, 즉 벤치마킹의 대상을 잘못 선정하는 경우이다. 벤치마킹의 대상인 마켓리더가 잘못 예측한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게 되면 비혁신 분석자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랜드처럼 빠르게 반응하고, 또 확장도 빠른 기업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비혁신 분석자 전략은 마켓 리더를 빠르게 추격하는 강력한 전략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선택을 해야 한다. 계속 비혁신 분석자로 남아서 새로운 마켓 리더들을 물색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마켓을 리드하는 혁신 분석자로 변신해야 할 것인지.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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