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은 눈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뇌에서 생긴다. 지구상의 어떤 다른 생명체도 인간이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 보는 종은 없다.”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라마찬드란

시각에 관한 설명을 보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뇌로 본다”, “눈의 신경세포부터가 뇌이다”, “의학적으로 눈은 튀어나온 뇌이다”, “시각은 가상의 세계다” 이런 말들은 곧잘 나온다. 하지만 설명이 대부분 추상적이라 실감나게 느끼기는 힘들고 그저 상징적인 표현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다.

나도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그랬다.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사실은 눈으로 본 그대로가 아니라 눈에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만들어낸 일종의 컴퓨터그래픽(Computer graphic, CG)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 즉 지금 펼쳐 보고 있는 이 책도 사실 눈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참조해 뇌가 만든 그래픽이라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시각이 ‘뉴로그래픽(Neuro graphic)’이라는 것만 충분히 납득시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만, 단번에 그것을 확신시킬 수는 없고 이 연재의 중반 정도가 지나야 ‘아, 확실히 시각은 뉴로그래픽의 결과물이구나!’ 하고 공감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시각이 뉴로그래픽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거나 일단 그렇게 믿어주고 글을 보면 앞으로 내용의 이해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사실 우리가 보는 것이 뇌가 만든 그래픽이라는 증거자료는 생각보다 아주 많다. 단지 그렇게 증거를 채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시각의 이해를 통해 감각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투자해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시각이 단순히 눈으로 감지한 그대로가 아니라는 가장 간단한 증거는 렌즈를 통과한 이미지는 역상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사진관 카메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자주 봤지만 지금의 카메라는 한번 처리한 결과를 보여주기에 잘 모른다. 확실히 망막에 맺히는 상은 역상이지만 우리는 정상적인 영상을 본다. 이것이 시각은 뭔가 처리를 거친 결과물이라는 증거의 시작이다. 물론 이 정도로 시각이 뉴로그래픽이라는 것을 믿기에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말이다.

 
눈동자를 통해 받아들이는 영상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은 시각의 해부학적 그림만 보면 알 수 있다. 양쪽 눈의 정보가 반씩 나뉘는 것이 아니고 겹쳐서 전달된다. 더구나 절반씩 섞여서 전달된다. 받아들이는 1차 시각 피질에 편평함은 없고 울퉁불퉁하다. 더구나 평면이다. 그런데 우리는 직선도 보고 입체도 본다. 이것을 곰곰이 생각하면 시각이 눈으로 본 그대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변형된 정도이지 완전히 뇌가 새롭게 만든 그래픽이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의 눈과 비교하기 가장 쉬운 카메라를 통해 우리 시각의 유별난 점을 계속 알아보고자 한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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