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주를 이루더니 지금은 좋다는 결과가 더 많아졌다. 초콜릿과 커피에 바뀐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류에 편승하는 연구가 많아진 것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나서 목표를 항해 나아갈 때 나침반이 되어줄 측정법을 찾는다면 놀라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정말로 식품의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평가법을 찾아내야 한다. 숫자로 정확한 수치를 표시하고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여야 한다.

지금은 누구도 이상적인 식품의 스펙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누구도 우리 몸에 실제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량화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수많은 실험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결과만 꺼내서 전체인양 호도할 뿐 유해성을 수치화하여 나열하려는 시도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가끔 어처구니없는 연구결과 발표를 본다. “인간과 DNA가 60% 일치하는 어떤 생물에게 어떤 것을 먹였더니 이렇게 변했다”거나, “이 물질을 어항에 넣었더니 물고기가 죽었다”는 식의 것들이다. 미생물, 벌레, 물고기보다 개가 인간에 가깝고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물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개가 전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을 많이 먹이면 개가 비타민A 중독증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개는 몸에서는 비타민C를 만들기 때문에 따로 비타민C를 공급해 줄 필요도 없다. 개는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수분이 많아 종종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 살구, 체리, 복숭아, 아보카도, 포도, 토마토는 개에게 금지식품이라고 한다. 채소가 개에게 나쁘다고 해서 인간에게도 나쁜가? 개가 비타민C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인간도 먹을 필요가 없는가?

인간에게 안전성 실험을 할 수 없으니 동물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험의 설계는 편견이 없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사카린의 실험이 엉터리라고 밝혀졌어도 똑같은 편견으로 아스파탐을 실험한다. 인기를 얻기 위해 시대에 영합하는 발상으로 과량을 투여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예가 너무 많다.

누군가 초콜릿이 나쁘다고 하면 그런 종류의 결과만 쏟아지고, 누군가 초콜릿이 좋다고 하면 또 그런 연구결과가 쏟아진다. 한때 커피가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주를 이루더니 지금은 좋다는 결과가 더 많아졌다. 초콜릿과 커피에 바뀐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류에 편승하는 연구가 많아진 것이다.

첨가물을 위험하다고 하려면 제대로 된 서열을 매겨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이고, 안전한 것은 무엇인가? 서열을 매기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 서열인지 검증이 되고, 가장 위험하다는 것 마저 충분히 안전한 수준임을 확인한다면 첨가물의 위해론은 종식될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