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달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감미를 낮춘 제품도 무수히 출시되었다. 그러나 감미를 낮추면 맛이 없어서 일단 팔리지가 않는다. 무설탕 제품은 세상에 수도 없이 나왔지만 대부분 실패 또는 일시적 유행에 불과했다. 좋다는 원료를 찾아 무수히 대체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대체물의 유해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의 가장 흔한 대응은 무대응이다.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대응을 안 하고 조용히 넘어가려 한다. 대응하면 더 시끄러워질 수 있어서다. 또 언론과 싸워봐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정확한 사실은 잊어도 전체적인 나쁜 이미지는 기억한다. 또 소비자는 대기업인데도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기는 있었나보다고 생각한다.

요즘 식품회사의 흔한 마케팅은 시류 편승 마케팅이다. 그중 온건한 것이 ‘무첨가 마케팅’인데, 이것도 문제가 있다. ‘무가당, 무설탕’은 모든 탄수화물이 당류이기에 설탕을 안 넣었다 해도 무가당, 무설탕이라고 표기하지 못한다. ‘무MSG’의 경우에도 모든 단백질은 글루탐산이 가장 많기에 이제는 표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무지방’은 표기는 쉬우나 지방이 적으면 포만감이 줄어, 더 많이 먹어서 살찌기 쉽다. 무보존료도 애매하다. 모든 산미료, 식염, 양념, 심지어 당류, 비타민C도 보존료 기능을 한다.

모든 지방이 단백질과 결합하기에 ‘무소포제’도 애매하다. ‘무안정제’도 안정제는 증점다당류고 가장 효과가 좋은 수용성 식이섬유라 자랑은 아니다. ‘무유화제’도 애매하다. 물과 기름을 제외하면 모두 유화력이 있고 식품에서 실질적인 유화제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화가 지방 대사의 기본이고 레시틴 같은 유화제는 건강기능식품에 등재되어 있다.

“화학물질을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보면, 만물이 화학물질이니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똑같다. “첨가물을 넣지 않았습니다”라는 말도 자랑이 아니다. 비타민, 미네랄도 첨가물이고 천연인 첨가물도 많다. 이런 식의 대응은 결국 소비자의 불안만 키울 뿐이다.

“무엇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다고 ‘더 안전해졌구나’하는 생각을 가져주기를 바라면 오산이다. ‘그동안 마구 쓰다가 이제야 뺀다고? 역시 확실히 나쁜 거였구나. 아직도 쓰는 제품이 많겠지’하고 전체를 나쁘게 생각하게끔 만든다. “천연원료만을 사용했습니다!”도 역시 ‘합성이 나쁘다고 인정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동안의 식품은 꽤 안전했지만 건강전도사들이 주장하는 위험요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변화해왔다. 온갖 규제, 감시 추적 체계, 표시사항이 강화되었으므로 사람들이 식품에 대하여 좀 더 안심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다. 손을 대면 댈수록,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커져간다.

그래서 업체는 대안을 찾아 노력했다. 덜 달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감미를 낮춘 제품도 무수히 출시되었다. 그러나 감미를 낮추면 맛이 없어서 일단 팔리지가 않는다. 무설탕 제품은 세상에 수도 없이 나왔지만 대부분 실패 또는 일시적 유행에 불과했다. 좋다는 원료를 찾아 무수히 대체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대체물의 유해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동물성(우지, 돈지)은 나쁘고 식물성 지방이 좋다고 하자, 식품업체들은 식물성 마가린, 팜유를 사용하였다. 트랜스지방 때문에 마가린도 나쁘다고 하니, 트랜스지방이 없는 에스테르 교환처리 지방으로 대체를 했다. 대체가 끝나자 에스테르 교환처리 지방도 인슐린 대사에 영향을 미쳐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유해론을 들고 나온다.

지방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다. 단지 과식이 문제인 것을 질의 문제로 해결하려면 그 끝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또 다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어느 순간 돌변하여 온갖 트집을 잡는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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