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첨가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마치 1960년대를 살아가는 것 같은 퇴행적인 모습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우리의 모든 먹을거리는 지금 모든 사람이 꿈꾸는 친환경, 유기농, 신토불이, 전통의 산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인간의 평균 수명은 35세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수명과 건강은 눈부시게 좋아졌고, 모든 사람은 과학과 화학에 환호하였다. 최신 화학제품이 마구 사용되고 마구 버려졌다.

이것의 문제점을 여러 사람이 공감하게 된 계기가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다. 하지만 레이철 카슨의 주장(예측)이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었다. 생명이 사라진 텅 빈 지구와 DDT로 인한 암의 증가는 입증되지 않았다. 그리고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나라에서는 지금도 DDT를 사용한다. DDT의 환경오염보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 피해가 더 많아서다. 어떤 이들은 <침묵의 봄>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로 죽었다고 비판한다. 그러자 세계보건기구(WHO)도 2006년에는 이들 지역에서 DDT를 실내 벽면이나 건물 지붕, 축사 등에 뿌리는 것을 권장한다고 발표했다. DDT가 복권된 것이다.

DDT만큼 유명한 것은 또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서독에서 만들어진 입덧 방지용 약으로, 1957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개발 당시에는 ‘기적의 약’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몇 년 후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낳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미국 FDA가 우연히 이 약의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위상이 엄청 높아졌을 정도로 의약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지금은 한센병 등 여러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일본에서는 2008년에 다발성 골수종의 치료약으로 재승인되기도 했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DDT, 탈리도마이드는 우리에게 기술의 오남용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독도 사용방법에 따라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남용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엄격한 검증을 거친다. 그리고 DDT, 탈리도마이드 같이 엄청난 부작용을 나타냈던 물질마저도 복권이 되는 시기다. 그런데 첨가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마치 1960년대를 살아가는 것 같은 퇴행적인 모습이다. 이미 50년 넘게 사용되면서 검증을 마친 안전한 물질을 의심하면서 심력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복합 사용 시 문제점을 알 수 없으며, 소량은 문제가 없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축적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고 무작정 첨가물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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