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3월 식약청이 유통 중인 소시지 등 37개 품목 610건에 대해 보존료 함량을 조사한 결과 일일섭취허용량의 최대 0.89%에 그쳐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사에서 치즈, 어육가공품, 건조 저장육 등에서 보존료가 많이 검출됐으며, 보존료 함량이 최대치인 식품도 허용치의 1/4 이하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첨가물에 관한 고발서의 저자 아베 쓰카사(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국일미디어, 2006)는 자신의 책에서 제품 한 가지에도 수십 가지의 첨가물이 사용된다고 주장하며 여러 식품의 사례를 보여준다.

간장을 말할 때는 핵심 원료인 종균(발효균)과 식염은 빼고,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이유조차 없는 첨가물의 종류를 잔뜩 늘어놓고 있다. 그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성화당, 감초, 스테비아, 사카린은 얼마나 위험할까? 설탕의 10%에 해당하는 감미를 부여하려면 감초, 스테비아, 사카린은 설탕보다 감미가 200배 강하므로 한 가지를 쓰면 0.05%만 넣으면 되고, 3가지를 모두 쓴다면 각각 0.02%씩만 써도 충분하다. 이렇게 쉬운 설명이 가능한데도 설탕 대신 여러 감미료를 쓰면 마치 총 감미료 양이 늘어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다.

종류가 많아졌다는 것은 개별 사용량이 줄어서 총량은 같거나 오히려 작아질 뿐이다. 게다가 감초와 스테비아는 건강전도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천연감미료이다. 첨가물이 넣기만 하면 맛을 내주는 마법의 물질이라면 한 가지만 쓰면 되지 생산과 원료, 재고관리 비용이 많이 들게 왜 수십 가지를 쓴단 말인가.

단무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단무지에 들어간다고 나열한 첨가물 중에 색소와 사카린 정도는 그래도 사용 목적에 맞게 적었다. 그런데 단지 누런 단무지에 왜 색소를 3종이나 쓰고 감미료를 4종이나 쓴다고 하는 것일까? 단무지는 가격이 싼 식품이다. 첨가물은 가격이 비싸서 많이 쓸수록 비용이 커진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다른 사례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종류만 많이 나열하지 왜 그런 것을 쓰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도 없고, 왜 동일한 목적의 물질을 여러 가지 쓰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이유나 근거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아주 답답하다. 그리고 걸핏하면 편의점 김밥에 수십 가지 첨가물이 쓰인다고 하는데 아무리 확인해 봐도 서너 가지를 넘지 않는다. 도대체 한 번 보고나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 수십 가지 첨가물이 쓰인다면 김밥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것은 일도 아닐 듯한데, 왜 김밥의 유통기한이 12시간에 불과한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식품첨가물은 사용량이 너무 많다?

우리는 단 한 가지 품목(천연첨가물 177번)의 첨가물을 매일 600g 이상 먹고 있다. 1년이면 무려 219㎏이다. 더구나 이 첨가물은 성인병 원인의 90%라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 물질은 바로 산소이다. 사실 산소는 원래 지구상에 없던 물질이고, 초기 세균이 내뿜던 독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세균 중 일부는 산소의 독을 피해서 산소가 없는 혐기적 조건에서만 자라기도 한다. 앞서 주장들처럼 모든 첨가물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산소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맞을 것이고, 위험한 첨가물을 말하려면 이를 제대로 구분하여 말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모든 가공식품 생산량은 정체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다보니 첨가물의 사용량도 증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 조사에서도 적게 쓰는 편으로 나타났고, 과거에 비해서도 적게 쓰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스 바 한 개를 먹으면 혓바닥이 파랗게 물드는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조심성 없고 부주의했던 화학물질 오남용 시대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70년대 이후로 첨가물의 오남용은 급격하게 줄었다.

식약청이 2007년 국내 합성색소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색소가 포함된 식품만을 섭취했다고 가정해도 섭취 허용량의 0.01~16.4%에 지나지 않는 안전한 수준이었다. 지금은 이것마저 천연색소로 대체됐다. 솔직히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황산은 일일섭취허용량의 1/20, 아질산은 1/10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모두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사용이 허용된 품목의 절반 정도는 아예 쓰지도 않았고, 사용하더라도 허용한 기준보다 훨씬 적게 쓴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항산화제 사용량은 우리 국민들의 산화방지제 일일섭취량을 평가한 결과 일일섭취허용량의 0.01~0.28%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존료 사용량도 안전하다. 2012년 3월 식약청이 유통 중인 소시지 등 37개 품목 610건에 대해 보존료 함량을 조사한 결과 일일섭취허용량의 최대 0.89%에 그쳐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사에서 치즈, 어육가공품, 건조 저장육 등에서 보존료가 많이 검출됐으며, 보존료 함량이 최대치인 식품도 허용치의 1/4 이하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제품 가운데 절반은 아예 보존료가 검출되지 않았다.

보존료를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은 전체 식품의 극히 일부이다. 허용된 제품마저 절반은 보존료를 쓰지 않고, 쓰더라도 허용량의 1%를 넘지 않는다. 일일섭취허용량이란 일생 동안 매일 먹더라도 유해하지 않은 체중 1㎏당 1일 섭취량을 뜻하며, 뭔가 사소한 유해성이라도 나타나는 농도의 1/100 수준이다. 따라서 보존료가 나쁘게 작용하려면 1만배(100×100)의 양을 먹어야 한다. 나머지 첨가물의 사용실적도 허용량의 1/10 이하다. 지금 소비량의 1000배를 먹어야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든 말든 할 수준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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