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비타민도 부족보다 과잉이 걱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타민이 체내 합성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관심을 받을 이유는 없다.
비타민이 이름을 얻은 지 이제 갓 100년이 넘었다. 1911년 폴란드 화학자 카시미르 풍크는 현미의 아민(질소 유기화합물)이라는 성분에 각기병 예방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vital) 아민(amine)’이라는 뜻으로 비타민이라 명명했다. 이후 이 이름은 보편화되어 아민이 있든 없든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유익하고 바람직한 존재 일반을 환유(換喩)하는 상징 단어가 됐다.

몸에서 합성하지 못 하는, 그래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분인 비타민은 꽤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중요할까?

우선 아미노산의 합성과정을 간단히 보자. 우리 몸은 포도당으로부터 글루탐산을 만들고, 글루탐산으로부터 글루타민을, 글루타민으로 히스티딘을 만든다. 또 글루탐산에서 시툴룰린을 만든 후 아르기닌을 만든다. 또 포도당에서 아스파르트산을 만드는데 여기에서 라이신, 메티오닌, 트레오닌, 이소류신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포도당이 중요한 것일까 글루탐산이나 아스파르트산이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필수아미노산 히스티딘, 라이신 등이 중요할까? 당연히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 중요하고, 포도당은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물질이다. 글루탐산이 없으면 아르기닌과 히스티딘이 없어지고, 아스파르트산이 없으면 라이신, 메티오닌 등이 없어진다. 포도당이 없어지면 이 모든 것이 합성되지 못한다.

우리 몸은 포도당의 합성뿐 아니라 식사를 통해 아미노산을 보충받기에 이런 합성 기능이 점점 퇴화되는데,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영향이 적기 때문에 빨리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것을 우리는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한다.

비타민도 마찬가지다. 충분히 식사로 보충되고 중심에서 멀어진 것이기에 합성하지 않아도 생존에 큰 문제가 없어서 사라진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은 반드시 합성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 물질은 비타민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지만 필요량만큼 체내 합성이 되기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은 비타민도 부족보다 과잉이 걱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타민이 체내 합성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관심을 받을 이유는 없다.

비타민 B군을 조효소라고 한다. 효소의 일부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효소는 모르고 효소의 일부를 이루는 부품의 하나만 숭배 받는 것이다. 사실 이들 물질은 CoA, FAD, NAD 등 크렙스 회로의 작동에 필요한 물질(효소)의 부품일 뿐이다. 크렙스 회로가 중요하기에 이들 효소가 중요하고, 이들 효소의 부품의 하나인 비타민 B2, B3, B5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타민 기능을 알기보다 크렙스 회로의 역할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뭔가 특이한 일을 하지 않는다. 크렙스 회로가 워낙 중요하기에 구성 효소의 부품인 비타민 B군이 중요하게 보이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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