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은 탄생부터 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발전해왔다. 음식에도 음악을 이해하는 수준의 과학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너무 단조로워도 너무 복잡해도, 등장하는 악기가 적다고 많다고, 너무 익숙하다고 너무 생소하다고, 너무 빠르다고 너무 느리다고, 너무 반복적이라고 너무 반복이 없다고... 이런 기준이 음악 또는 음식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맛은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기능에서 출발하고 음악은 귀에서 파장을 감지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감각기관의 시작은 다르지만 좋은 음악의 기준과 맛있는 음식의 기준이 나름 상당히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음악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도 있다. 음악 역시 아는 만큼 귀에 들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도 음악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시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에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감성과 이성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은 보완해주는 것인데도 말이다.

사실 음악이야 말로 학습의 도움으로 경험의 질이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클래식은 이런 길잡이 없이는 친숙해지기 어렵다. 상당한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한데 학습은 이런 기간을 단축시켜준다. 음악만큼 우리에게 가까우면서 또 수수께끼가 많은 분야도 드물다. 우리는 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음악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영감의 산물이라 여긴다. 그래서 음악에도 공학과 물리학의 법칙이 작동하고 규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잊는다.

사실 음악은 탄생부터 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발전해왔고, 특히 화성과 합주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음악은 과학적인 원칙의 토대 위에 있다.

음식에도 음악을 이해하는 수준의 과학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너무 단조로워도 너무 복잡해도, 등장하는 악기가 적다고 많다고, 너무 익숙하다고 너무 생소하다고, 너무 빠르다고 너무 느리다고, 너무 반복적이라고 너무 반복이 없다고... 이런 기준이 음악 또는 음식에만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인 법칙만 알아도 부질없는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당도, 염도, 산도, 당산비의 구체적 수치를 알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점처럼 맛의 평가에도 나름의 기준점을 가진다면 우리는 변수를 줄일 수 있어서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준점이 있으면 변화에 대해서도 기준점을 조정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하고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쉽게 알기 힘들다. 하지만 예민하게 관찰하면 나름 이론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론은 틀릴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 계획이 꼭 들어맞아야 가치가 있지 않고 정성껏 세운 계획이라면 틀릴 때 왜 틀렸는지 반추하는 것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길인 것처럼 말이다. 맛의 이론이 틀렸다면 그만큼 우리 자신을 모르는 것이고, 모르는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 나와 식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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