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을 먹을 때 적당한 수준의 기억이 안심을 가져오고 평가기준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인간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는 동물은 없다. 뇌가 커서 음식에서 오는 정보를 섬세하게 판단하여 음식의 상태를 판단하고 예전에 먹었던 기억과 학습한 내용을 더듬어 먹을지 말지를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기억력이 무한히 좋다면 음식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켜서 먹는데 지난 번 먹었던 음식이나 최고의 맛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여 지금 먹는 것과 하나하나 비교가 된다면, 지금 먹는 음식이 최고가 아니라면 만족도가 확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음식의 기억이 없다면 모든 음식이 너무나 생소하여 불안하고 매력을 알 수 없기도 하다. 음식을 먹을 때 적당한 수준의 기억이 안심을 가져오고 평가기준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자연의 산물은 망각, 지난 번 식사의 기억이 적당히 잊혀지기에 새로움의 기쁨도 있고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았기에 맛을 음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억이 있기에 익숙함의 즐거움도 배가 될 수 있다. 맛에 있어서도 완전한 기억도 재앙이고 완전한 망각도 재앙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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