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의 정성이란 결국 맛의 최적점에 대한 집중력일 것이다. 맛의 최적점을 찾는 노력 못지 않게 그 포인트를 항상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품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빼어남이 아니고 재현성이다. 요리사가 만들 때 마다 맛이 다르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한 손님에게 전혀 공평한 대접이 아닌 셈이고, 재현성이 있어야 목표를 향해 개선이 가능한데 이런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보통 어떤 분야이던 일정기간 단순한 업무를 반복하는 과정이 있다. 그리고 사실 프로 세계의 99%는 단순 반복의 능력이기도 하다. 동일한 메뉴를 동일한 품질로 재현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함에도 깊이가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도 단순 반복을 거듭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고 기술이 향상된다. 그리고 달인이 되기도 한다. 반복 자체를 너무 싫어하면 요리뿐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사실 가장 창의적인 예술의 능력도 가장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원하는 것을 재현 가능할 때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것이다. 품질은 반복해서 재현성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현성이 있어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원하는 방향을 잘 잡아도 재현성이 없으면 공염불이다. 커피나 요리 등 어떤 식품이든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강조돼야 할 것은 재현성이다.

하지만 같은 재료, 같은 도구, 같은 배합표로도 재현성은 쉽지 않다. 같은 조건에 재현성을 충분히 갖춘 후 다른 재료에든 조건에든 도전해야 한다.

재현성이 없는 것은 신뢰가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손님에게도 절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재현성은 절대 쉽지 않다. 항상 재료와 조건이 바뀌기 때문이다.

맛의 정성이란 결국 맛의 최적점에 대한 집중력일 것이다. 맛의 최적점을 찾는 노력 못지 않게 그 포인트를 항상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잠깐 방심하면 놓치기 쉽고,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대응해야 동일한 품질이 나온다.

기계적으로 똑같이 한다고 똑같은 품질이 나오지 않는 것이 음식이다.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계속된 숙달을 통해 능숙해지면 그런 집중력이 오히려 쉬워진다. 집중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수준이 돼야 피곤하지 않는 것이다.

자유롭지만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일정한 경지에 든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몇 대를 지켜 나오는 집을 보면 국을 따르는 자세마저 바꾸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일정해야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일정한 품질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집중력이 진정한 정성이지 육체적인 혹사, 많은 시간의 투여 등이 정성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프로는 결과물로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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