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은 안전과 안도감, 그리고 행복이다

▲ 우주식품은 더욱 일반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일상 음식을 동결 건조한 다음 우주에서 물을 부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먹도록 한 것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위로’일 것이다. 집에서 먹던 것과 똑같은 음식은 바로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과 안도감을 준다.

최초의 우주 비행사는 영웅이었고 그들의 식량은 치약처럼 짜서 먹을 수 있는 튜브형으로 개발됐다. 우주에서 먹기 간편하고, 가볍고, 안전하고, 영양적으로도 훌륭했다. 그런데 가장 인내력이 뛰어난 우주인들이 그 음식만큼은 견디지 못했다. 독특한 불안감을 유발한 것이다.

‘자신들이 먹고 있는 것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기 때문에 왠지 불안하고, 낯선 음식의 질감 또한 불안감을 배가시킨 것이다. 사과소스 튜브는 그래도 사과소스가 당연히 퓌레처럼 만들어질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친숙하기에 먹을 만하지만 다른 식품은 평소와 너무 다른 형태라 불안감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안감을 견디지 못할 정도라면 당초에 우주인으로 뽑힐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우주는 가장 낯설고 외로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우주인도 힘든 훈련, 목숨을 건 위험은 감수하지만, ‘맛없는 음식’만은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주식품은 더욱 일반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일상 음식을 동결 건조한 다음 우주에서 물을 부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먹도록 한 것이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방사선도 쪼였다. 메뉴는 특별한 메뉴 대신에 가장 흔히 먹던 음식과 똑같은 것으로 했다. 하지만 훨씬 결정적인 이유는 ‘위로’일 것이다. 집에서 먹던 것과 똑같은 음식은 바로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과 안도감을 준다. 맛(냄새)은 기억중추를 자극하여 우리를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연결시킨다.

새로운 자극은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스트레스와 피로도 준다. 이런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 익숙한 음식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이다. 우주인을 순식간에 지구에 연결시켜주고 해외에 간 사람을 고국에 연결시켜준다. 춥고, 비좁고, 삭막하기까지 한 깡통을 타고 우주를 질주하고 있을 때에는 뭔가 편안하고 친근한 것을 갈구하게 마련이다.

우주식품으로 대중은 신기한 음식을 맛보는 기쁨을 얻었지만, 우주비행사들은 그런 신기함을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경험해야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안도감이었다. 그래서 신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고국의 라면과 과자를 바라바리 싸들고 떠나기도 한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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