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포도당 킬러다

가끔 사진을 통해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몸은 말랐지만 머리 크기는 그대로여서 상대적으로 머리가 더 커 보인다. 병과 굶주림 때문에 쇠약해져 사망한 시신들도 내부 장기는 최대 40%까지 가벼워지지만 뇌는 예외적으로 무게가 2% 정도만 감소한다고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뇌가 몸의 물질대사 위계에서 상위를 차지하여 뇌가 우선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나머지 부분은 몸으로 돌린다는 해석뿐이다. 결핍 상황이 되면 다른 모든 장기는 굶어도 뇌는 별로 굶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인슐린을 통한 포도당의 통제이다. 뇌의 신경세포는 거의 전적으로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체세포는 포도당이든 아미노산이든 지방이든 닥치는 대로 끌어다 쓰지만 뇌는 포도당에 의존한다. 더구나 에너지 사용비율이 10배쯤 높다.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포도당 200g 가운데 무려 130g을 뇌 혼자서 소비한다. 뇌도 매순간 필요한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다. 평생동안 우리가 잠들었을 때에도 쉬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혈관에 포도당이 있어도 다른 세포는 포도당을 끌어다 쓰지 못하게 잠금장치가 되어있다. 그러다 음식을 먹어서 혈관 내에 포도당이 넘치면 인슐린을 내보내어 이 신호를 바탕으로 체세포의 포도당 펌프 잠금장치가 풀려서 체세포도 포도당을 흡수하고 혈관 내에 포도당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뇌에서 필요한 과도한 에너지 양 때문에 당뇨에 걸리기 쉬운지도 모른다. 만약에 체세포의 포도당 펌프도 뇌세포의 포도당 펌프처럼 무조건 작동한다면 혈관에 포도당이 남아있을 리가 없고 비만은 있어도 당뇨병은 없을텐데 말이다.

포도당 킬러인 뇌는 지극히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자기에게 이로우면 몸에 해로운 성분도 슬쩍 받아들인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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