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저지 젖소 도입, 저지유 제품 생산 낙농ㆍ유가공 산업 영향을 진단한다

최근 유제품의 소비 트렌드가 시유에서 발효유, 치즈, 생크림, 버터 등으로 바뀌어가면서 원유의 영양학적 성분 조성은 물론 유제품을 만들 때의 수율과 경제성까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홀스타인(Holstein)만 사육해왔던 국내 낙농시장에 최근 유고형분 함량이 높은 저지(Jersey)품종이 도입되고, 국내시장에 선보인 조제분유도 저지 원유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 등장하면서 국내 낙농가와 조제분유업체가 저지소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저널은 지난 6월 27일 당진낙농축협에서 국내 최초로 저지 소를 도입한 이경용 당진낙농축협조합장, 뉴질랜드산 저지유를 사용한 조제분유를 국내 시장에 소개한 조제분유업체 아이배냇의 윤숭섭 영양과학연구소장, 한경식 삼육대 동물자원학과 교수와 함께 ‘국내 유제품시장 변화 및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저지우유 시대 개막 좌담회
일시 : 2013. 6. 27
장소 : 충남 당진 낙농축산업협동조합

좌담회 참석자
이경용 당진낙농축협 조합장
한경식 삼육대 동물자원학과 교수
윤숭섭 아이배냇 영양과학연구소 소장

사회 나명옥 식품저널 편집국장
정리 차소라 기자
사진 강봉조 기자

 
낙농가 사료효율ㆍ유고형분 함량 높아 친환경ㆍ경제적
유가공업체 제품 다양화ㆍ수율 높아 수출 경쟁력 큰 ‘기대’
소비자 유가공품 품질 고급화로 소비자 선택 폭 넓혀

 

사회 안녕하세요. 낙농 현장에 계시는 당진낙농축협조합 이경용 조합장님과 학계에 계시는 삼육대학교 한경식 교수님, 산업체 연구소에 계시는 아이배냇 윤숭섭 영양과학연구소장님을 한자리에 모시고‘국내 유제품시장 변화 및 발전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낙농 현장에 계시는 조합장님께서 세계 낙농업의 추세와 우리나라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경용 조합장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일본 등 낙농 선진국에서 사육하는 젖소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덜란드 품종인 홀스타인과 영국 품종인 저지 등을 비롯해 6개 품종이 있습니다. 저지와 홀스타인의 혼합종인 F1도 많이 키우지요. 사육하는 품종의 비율은 각 국가마다 다른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저지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젖소의 20~30%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최근까지 홀스타인 한 품종만 있었지요. 우리나라는 연간 원유 생산량은 210만톤 정도인데, 이 중 70% 정도인 160~170만톤은 시유로 소비되고, 나머지 30%는 가공용으로 사용되는데, 가공 유제품의 소비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경식 교수 F1 등의 혼합종이 아닌 순수 저지종을 가장 많이 키우는 나라는 뉴질랜드이고, 약 60만 두 정도 됩니다.

사회 국내 현황은 어떤가요?

이경용 조합장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때 홀스타인을 도입해 지금까지 젖소는 거의 홀스타인 한 종으로 굳어졌습니다. 당시 홀스타인을 도입한 것은 다른 품종보다 유량이 많기 때문이었지요.

한경식 교수 그렇습니다. 홀스타인종을 많이 사육하는 이유는 산유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홀스타인을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습니다, 2007년 기준 홀스타인이 90%에 이르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1930년대 이래 홀스타인만을 사육하도록 규제하면서 다른 품종의 수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2010년에 규정이 바뀌어 현재는 우수한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는 저지종ㆍBrown Swiss종ㆍGuernsey종ㆍAyrshire종 등 여러 품종을 사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 이전까지는 국내에 저지종 등 홀스타인종 이외에는 다른 종류의 소가 전혀 없었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국내 저지종의 사육 현황이 궁금합니다.

이경용 조합장 말씀하신 것처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젖소의 품종은 홀스타인(Holstein)으로 단일화 돼 있었고, 저지소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당진낙농축협이 국내 최초로 들여온 저지소의 수정란에서 일곱 마리의 저지 송아지가 태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홀스타인이 아닌 새로운 품종의 젖소가 등장했습니다. 저지를 도입하는 데에만 5~6년이 걸렸는데, 최초 도입 시기는 2010년입니다. 저지를 캐나다에서 수정란 상태로 들여와 작년 3월에 저지종 송아지가 처음 태어났어요. 당시 수정란 30개를 들여왔는데, 그 중 저지 송아지가 7마리 태어났고, 7마리 중 암소는 3마리입니다.

사회 저지를 도입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이경용 조합장 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법이 최근까지 수정되지 않아 홀스타인종만 허용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최근에 수정란 상태로 도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 캐나다에서 저지 수정란을 도입했습니다. 농식품부에서는 현재 홀스타인종과 저지종이 섞여 국내 젖소 품종이 잡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나 식품가공에 유리하고 경제성이 있다는 강점때문에 저지종 도입을 하려는 것이지 잡종화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회 조합장님께서 저지종을 도입하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경용 조합장 저지유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낙농가 수익도 좋아지기 때문이죠. 홀스타인과 저지의 혼합종인 F1의 경우, 총 사료 섭취량 대비 우유 생산량은 홀스타인만큼 풍부하고 우유의 성분은 저지와 비슷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F1종을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지종은 체구가 홀스타인의 3/4정도여서 그만큼 적게 먹고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사육이 가능하며, 소가 순해서 사육하기도 좋아요. 그래서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키우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낙농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경용 조합장 좋지요. 낙농가에서는 언제쯤 저지소를 키울 수 있는지 관심이 높습니다.

사회 낙농가들도 저지소 도입을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이네요. 저지종의 특징과 영양 성분 조성의 다른 점이 있습니까?

한경식 교수 저지종은 담갈색ㆍ회갈색ㆍ농갈색을 띠며, 세계 젖소 품종 중 체구는 가장 작지만 유질이 좋고, 다른 품종에 비해 유고형분 함량이 많습니다. 사육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고형분 함량이 약 15%정도 더 함유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사료 섭취량 대비 유고형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생산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지요. 유당을 빼고 지방, 단백질 등을 포함한 영양성분이 풍부합니다. 유고형분 함량이 높으면 치즈를 만들 때 유리합니다. 저지유는 독특한 지방산 조성으로 풍미가 좋고, 홀스타인에 비해 더위에도 강합니다.

윤숭섭 소장 체구가 작다보니 적게 먹고 탄소배출량도 적습니다. 축산업은 물의 소비가 만만치 않은데, 물도 홀스타인의 80% 정도를 소비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친환경 축산에 대한 관점에서도 저지소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산업적인 발전 가능성은 어떤가요?

한경식 교수 우유의 성분은 사육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홀스타인종과 저지종의 주목할 만한 차이는 저지종이 유지방과 유단백질 등 유고형분의 함량이 높은 것 외에도 사람의 잠재적 병인 요소와 무관한 A2-β카제인 변이체의 함유율이 높습니다. 중쇄지방산(MCT)의 비율도 높고, 비피도 박테리아(bifidobacteria)와 같은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중성 올리고당의 함량과 칼슘ㆍ인ㆍ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도 높아 치즈, 발효유, 아이스크림, 분유류 등을 제조했을 때 영양학적 장점은 물론 차별화된 풍미가 있어 유제품시장의 활성화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숭섭 소장 홀스타인은 유량이 많도록 네덜란드에서 개량한 것인데, 저지는 개량이 덜 된 재래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의 유전 형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저지유는 단백질 중에서도 β카제인 함유율이 높은데, 특히 저지종의 A2-β카제인은 모유 속 카제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으로 홀스타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지종에는 A1-β카제인보다 A2-β카제인이 30~40%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저지종만 키웠던 지역의 역학 조사 결과를 보면 제 1형 진성 당뇨병, 심장질환, 자폐증 등 유아관련 질병의 유병률이 적다는 조사 보고서 와 임상연구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그런 장점을 가진 제품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올리고당이 다른 품종의 우유보다 더 많고, 비타민ㆍ칼슘도 18%정도 많아 분유업체에서 조제분유의 원재료로 사용하기에 좋은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점이 아이배냇이 뉴질랜드산 저지분유로 아이배냇 Only12를 생산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 제품은 뉴질랜드에서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생산하는 OEM 방식으로 저지 목장에서 365일 자연방목한 저지소의 시유를 집유부터 제조까지 12시간 내에 마친 제품입니다.

사회 저지종 도입이 낙농가와 축산업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한경식 교수 현재 낙농선진국의 경우 유가공시장 트렌드가 시유보다 치즈나 요구르트 등 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고형분 함량이 높은 저지유가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숭섭 소장 이제 국내 낙농시장도 홀스타인 이외의 다른 품종을 들여와 특성화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각 지역에서 특화된 낙농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홀스타인뿐만 아니라 저지ㆍ건지 등 여러 품종을 사육하여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유제품을 수출할 때도 수분이 적고 고형분이 많은 것이 유리합니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으로 수출할 때도 액상제품보다는 분말 제품이 가공 및 물류의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지요.

▲그동안 홀스타인(Holstein)만 사육해왔던 국내 낙농시장에 최근 유고형분 함량이 높은 저지(Jersey)품종이 도입되고, 국내시장에 선보인 조제분유도 저지원유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 등장하면서 국내 낙농가와 조제분유업체가 저지소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 이경용 낙농축산업협동조합장이 사육하고 있는 저지젖소
사회 조합장님께서는 저지종 육성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이경용 조합장 2010년에 캐나다에서 저지종을 수정란 상태로 들여왔는데, 작년 3월에 수정란 중 7마리가 태어나 현재 13~14개월이 됐습니다. 또, 곧 수정란을 생산해 다른 소에 심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지 품종의 소가 늘어나면 우리나라도 우유가 다양화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윤숭섭 소장 우리나라에서 저지소 사육두수가 늘어나 충분한 물량 확보가 가능해지면 아이배냇도 국내 저지유를 사용한 제품 생산을 고려할 것입니다.

사회 경제적 측면이나 영양학적 측면, 친환경 축산의 관점에서도 저지 품종의 도입이 국내 낙농가와 유가공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 생각됩니다. 낙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고, 유제품의 다양화로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국내 낙농가와 유가공업계에서 저지유의 역할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좌담회에 함께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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