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벼,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 중 하나로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부터 재배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기원 전 100년 경 중국을 통해 들어와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며, 근대 이후 서양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가 점점 증가하였다.

한국 전쟁 이후에는 미국의 무상 원조와 70년대 값싼 해외 밀 수입정책으로 국내 밀 생산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져 급기야는 자급률이 90년대 1% 이하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바이오에너지 사용량의 급증 등으로 세계 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산 밀 자급률을 높이고 국내 생산을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밀 품종 육성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 최근까지 35개 품종이 개발되었다. 이전의 밀 품종 개발 연구는 일찍 수확하기 위하여 재배기간이 짧고 농가의 안정 생산을 위한 수량증대에 목적을 두었다.

2,000년 이후에는 가공용도별 적합 품종 및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 육성을 목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제빵적성이 우수하며 일찍 수확할 수 있는 ‘조경밀’, 단백질 함량이 낮아 과자를 만들었을 때 직경이 크고 균열 등급이 우수하여 과자용에 적합한 ‘고소밀’, 삶은 국수의 면발이 부드럽고 식감이 뛰어난 ‘백중밀’등을 개발하였다.

2011년에는 케이크의 부피가 크고 빵의 속살이 부드러워 케이크용으로 적합한‘조아밀’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품종을 육성 중이다.

과거 10여년 전만해도 국산 밀은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열악하여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 이유는 개인 농가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수확 후의 건조 및 저장·제분시설이 열악하여 수입 밀에 비해 색깔이 어둡고 가공적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재배부터 수확, 저장, 가공, 유통까지 안전성과 최고 품질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국내산 최고급 밀 브랜드‘참들락’을 개발하였다. ‘참들락’은 기존 국산 밀에 비하여 회분함량이 낮고 밀가루 색이 밝으며 국수 가공적성이 우수하며 수입밀(중력분)에 비해서도 여러 품질 특성에서 대등한 수준이다.

또한 국산 밀 소비를 활성화 하고자 제빵적성 향상 및 이용 편이성을 증대시킨‘국산 밀 냉동반죽 제조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은 반죽에 천연효소 중의 하나인‘트랜스글루타미나제’를 첨가하여 50% 정도 초벌구이로 구워 급속냉동(-40℃) 시킨 후 유통하는 방법이다.

이 냉동반죽은 소비자가 해동과정 없이 10분 정도만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고 기존의 빵 모습 그대로 유지되면서 과발효도 일어나지 않아 완제품에서 쉰내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밀은 연간 국민 1인당 약 34kg을 소비하여 주곡인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작물로 세계 곡물가격 불안정에 대비한 식량안보와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편승하여 국산 밀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연구기관 및 생산단체가 국산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아직은 미약하지만 자급률을 2%까지 끌어올렸다. 부활을 꿈꾸는 우리 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밀 수급 안정화를 위한 생산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사전 주문을 통한 생산 및 공급 체계로 전환하고, 조직화와 규모화를 통한 수입 밀과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생산자와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R&D를 강화하여 국산 밀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전한 소비문화, 공정 소비 등을 주제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국산 밀은 단순한 부식거리가 아닌 국민의 식량안보 확보와 국가 산업발전에 이바지 할 것으로 보인다.

강천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맥류사료작물과 농업연구사

주간 식품저널 2012년 7월 4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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