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가공식품 영양표시제가 도입된 지 1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영양정보를 주로 포장의 옆이나 뒷면에 제공하였는데, 이것을 포장의 앞면에 표기하자는 것이다. 정보를 앞면에 제공하면 소비자가 제품 구입 시 쉽게 정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와 업계가 찬성을 하고 있다.

문제는 표시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제품이 가진 영양소 함량을 단순히 숫자를 이용하여 나타냈으나 소비자가 식품 구입 시 이를 활용하기 어려우니, 빨강, 노랑, 녹색 등과 같은 색을 이용하여 손쉽게 활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명 신호등 표시제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에 적용토록 한 것인데, 업계는 제품이 가진 영양정보를 단순하게 빨강, 노랑 등의 색으로 경고하는 것은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신호등 표시제가 처음 도입된 영국에서도 산업체가 표시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를 적용한 제품이 많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서 신호등 표시제를 대신하여 일부 영양소의 함량과 영양소 기준치에 대한 비율을 하나의 색상으로 앞면에 표기하는 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신호등 표시제는 앞면에 영양정보를 표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신호등 표시제에 집중하는 동안 외국에서는 소비자가 쉽게 정보를 가지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를 해 왔다. 예를 들면, 1989년 스웨덴의 식품청이 개발하여 적용해 온 열쇠구멍 표시제(keyhole mark)는 그 효과가 커서 2009년부터는 노르딕 3국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열쇠구멍 표

시제는 일정한 기준에 맞는 식품에 녹색 또는 검정바탕에 흰색 열쇠 구멍 모양의 마크를 부착하는 것으로, 주요 식품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부터 이 마크를 고려하고 있다.

가공식품 영양표시제에 가장 선도적인 미국에서도 앞면표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권위 있는 전문기관인 의학연구소는 최근 정보 제공에 집중하는 현재의 표시방식이 문제가 있으며, 소비자가 실제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게 권고하는 새로운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예시로, 앞면 표시는 상세한 영양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에너지 스타 심볼과 같이 등급을 매겨 단순하게 나타내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스타 심볼은 90년대 초 환경청이 에너지 절약 소비자 제품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한 것인데, 처음에는 컴퓨터 제품에 적용하였으나 그 뒤 사무용 기기, 조명, 가전 기구, 건축물에 까지 확대되었다. 소비자의 인지도가 매우 높은 성공적인 사례로 간주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 외에 앞면에 표시할 영양성분의 종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칼로리,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나트륨 등과 같이 건강을 위해 섭취를 제한해야 할 성분만을 표기할 것인지 아니면 비타민, 단백질 등과 같이 건강에 유익한 성분도 표기할 수 있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포괄적 토의가 필요한 때이다. 앞면 영양표시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좋은 제도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표시 방식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정해랑
(주)영양과 미래 대표
 
 

- 식품저널 2012년 1월호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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