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언어를 지난 2009년 개최한‘한식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응답 결과, 가장 많은 답은‘정(情)(22.2%)’이었다. ‘어머니의 정성과 손맛’,‘고향’,‘가족’,‘나눔과 사랑’의 의미를 대변한 것이다. 다음은‘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민족의 혼과 얼’,‘힘’,‘한국의 미래’등을 설명하는‘한국의 대표(18.8%)’로 꼽았다. 그 다음은‘섬세하고 조화로운 예술’, ‘아름다움’을 의미하는‘맛과 멋(17.7%)’이었다.

이처럼 많은 의미를 갖는 한식이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 덕택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한식을 미각만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음식이 흔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음식이 등장하였다가 사라지는 일이 많다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전통음식에는 미학이 깃들어 있어서 매력이 있다. 민족의 생활과 혼이 담겨있다. 섞임의 조화를 나타내는 음식인 비빔밥(궁중요리), 화해의 음식인 탕평채(청포묵 무침), 노인 공경의 음식인 타락죽과 숙김치(숙깍두기), 오랜 기다림 속에 나오는 발효식품에서 삶의 지혜와 법도를 배우게 된다.

숙(熟)깍두기는 치아가 약하거나 없는 노인들을 위한 음식으로 무나 배추를 삶거나 데쳐서 김치를 담근 것이다. 지금은 치과 치료도 쉽게 받을 수 있고 의치 기술도 발달하여 노인들이 단단한 음식을 드시는데 과거처럼 어려움을 많이 겪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치아가 몇 개 남지 않으신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다. 젊은 사람들이 깍두기나 총각김치를‘아삭아삭’먹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셨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려 노인을 위해 숙깍두기를 만든 것이다.

우리 음식에는 이름만 들어도 모양이 연상되거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강원도의‘올챙이국수’는 옥수수전분으로 풀을 써 체를 통해 찬물에 떨어뜨리는데, 물속에 떨어지는 옥수수풀의 모양이 마치 올챙이가 헤엄치는 것 같다.

‘메밀콧등치기’는 메밀국수의 별칭으로 국수가 두껍고 억세어서 콧등을 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도리뱅뱅이(생선조림)’는 조림그릇에 생선을 동그랗게 돌려놓았다는 의미로 작명된 것이다.

‘오그랑떡’은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그 모양이 동그랗게 오그라드는 모양을 본떠서 붙여진 이름이다.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경단을 빚어서 떡에 팥물이 베어들도록 팥물에서 부드럽게 삶아낸 떡이다.

‘석탄병(惜呑餠)’은 쌀가루와 감가루를 섞어 계핏가루와 잣, 밤, 대추 등으로 맛을 낸 전통떡으로 7월의 세시음식이다. 맛이 달고 향이 좋아 ‘삼키기가 아깝다’는 한자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미각으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가 담겨있다. 한식 세계화를 통해 한식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일부 호텔에서 한식조리사로서 입사 희망자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한식조리사들이 한식을 단순히 미각을 즐겁게 하는 음식으로 여긴다면 우리 음식이 문화상품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음식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여 새로운‘문화아이콘’으로 승화시킨다면, 한식 세계화를 앞당길 것이다. 또한 우리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우리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우리음식을 이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이 음식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김행란
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장

 
 

주간 식품저널 2011년 10월 12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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