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농촌진흥청 공동기획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16)
 
식이섬유 함량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

변비ㆍ장 청결작용 탁월발암성물질 체외 배출 촉진 효과
폐ㆍ신장 돕고 종기ㆍ술독 풀어주며 고기 연하게 해

요즘은 ‘스마트’가 대세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흔하게 대량으로 전시되어 있는 상품들 중에 맛있는 배를 고르기 위해서 소비자들은 똑똑해져야만 한다. 항상 똑같은 배만을 맛 보았던 소비자는 대형마트나 시장 판매대 위에 진열되어 있는 배를 보면서 저 배는 무슨 맛일까? 잘 익은 걸까? 한 번 더 찾아보고, 한 번 더 생각한다면 더 맛있는 배를 즐길 수 있다. 정말 맛있는 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품종에 따라 성숙시기 다르다

배는 품종에 따라 개화시기, 맛, 과피색, 품질 등이 다르고, 과실의 성숙시기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품종은‘신고’라는 품종이다. 신고는 10월 상순경에 맛이 가장 좋다. 부드럽고 풍부한 과즙,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배로 8월에는 한아름, 원황, 9월 중순, 하순에는 화산, 만풍배가 있다.

봄부터 과실이 성숙되어 가는 일정 시기까지는 배나무는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저장양분을 만들게 되는데 과실에는 전분형태로 저장된다. 성숙기가 다가오면 전분이 분해되어 당분 형태로 바뀌고 이런 과정을 통해 과실의 당도가 올라간다.

이렇게 전분이 분해되어 과실내 당도가 높아지는 시기는 품종에 따라 다르다. 각 품종의 고유 특성이 가장 잘 발휘되는 시기는 그 품종이 제대로 잘 익었을 때이기 때문에 배를 구입할 때 내가 사는 품종이 잘 익었을 때인지를 확인해보자. 배를 살 때는 한 번쯤 꼭 물어보자.“ 넌, 이름이뭐니?”

예쁜 모양의 과실만 맛이 좋을까?

수정이 완료된 과실은 왕성한 세포분열과 함께 각 세포가 비대해짐에 따라 과실 내부에 자리 잡은 종자를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자란다.

배나무 입장에서의 과실은 종자를 보호하고 종자가 성숙된 후에는 과육이 물러져 종자를 외부 환경에 노출시키거나 동물에게 먹혀 후손을 퍼뜨리기 위한 방편이다.

일반적으로 배는 씨방이 5개, 각 씨방에는 2개씩 종자가 들어 총 10개의 씨앗이 고루 들어 있을 때 동그랗고 예쁜 모양이 나온다. 이렇게 예쁜 모양의 과실만이 맛이 좋을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대답이다.
 
동그랗고 예쁜 정형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품질을 고르는 기준이 되고 있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 중 팔이 2개인 집단에서는 팔이 3개, 4개인 개체는 비정상이고, 팔이 3개, 4개인 집단에서는 팔이 2개인 개체가 비정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은 품종에 따라 고유 특성이 어떤지가 외형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아름’과피는 부분적으로 황금색 무늬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금촌조생’이라는 품종은 꼭지부분 반대편이 툭 튀어나온다. ‘만풍배’같은 경우는 과피보다 과육이 먼저 익기 때문에 과육이 다 익은 후에도 과피에는 푸른빛이 남는다.

맛있는 품종을 먹을 때 그 품종의 외관이 특이했다면 그 특성이 다음번 배 구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에는 86명중 80명이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이렇게 그 품종의 고유특성을 잘 알아야 남보다 더 맛있는 배를 먹을 수 있다.

정보의 바다를 뒤져보자

신품종들은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품종이 아니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기에 따라 제 맛이 나는 품종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품종명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직거래를 원하는 생산농가 리스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신고’,‘ 원황’을 제외한 품종들은 인지도가 낮고 생산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유통시장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아직까지 자리 잡지 못한 맛좋은 품종들을 직거래를 통해 먹어보고 그 상품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해 주자.

생산물량이 적으면 시장가격 교섭력도 그만큼 떨어지고 본격적인 물량이 생산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길어 재배 농가는 생산물량이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생산농가를 격려해주는 피드백이 오간다면 앞으로는 보다 쉽게 맛좋은 품종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맛좋은 배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다.
 
과실은 규격화된 공산품과는 달리 과실 값은 그때그때 재배하는 사람의 가치기준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품질을 싸게 먹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재배농가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맛좋은 배를 접하기 위해서는 재배 농가의 애로점을 이해하고, 노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지불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효능과 맛있게 먹는 방법

배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과일이다.
수분함량은 약 85%, 열량은 51㎉ 정도이고, 당 성분은 약 12%인데, 이는 품종에 따라 차이가 큰 편이다. 단백질 함량은 0.3% 내외이며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세포는 변비 및 장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이 탁월하고 발암성 물질의 체외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배는 폐를 보하고 신장을 돕고 담 제거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며 종기의 독과 술독을 푼다”고 한다. 과실의 단맛을 내는 물질로는 자당, 포도당, 과당 등이 있다.

특히, 배의 단맛은 대부분이 포도당과 과당이다. 포도당이나 과당은 전체 함량은 일정하지만 온도에 따라 알파형과 베타형으로 구조가 바뀌는 현상이 생긴다. 과당의 베타형은 알파형에 비해 3배나 단맛을 내는데 온도가 낮으면 베타형이 많아져 단맛이 강해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알파형이 많아져 단맛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차갑게 하면 우리 혀의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단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므로 배를 4~5℃로 시원하게 먹으면 최고의 배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배는 수분 함량이 85~88%에 달하며, 이렇게 수분이 풍부한 배는 옛날부터 열이 나서 생기는 갈증을 달래는데 사용되어 왔다. 또,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육효소가 있어 고기를 재울 때 함께 넣거나 설탕대신 배 주스나 배즙을 첨가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요리가 된다.


 
 
 
 
 
김윤경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시험장 농업연구사

 


주간 식품저널 2011년 9월 14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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