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와인 그 까다로운 체계

와인의 여왕
부르고뉴 와인은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낯설다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웬만큼 아는 사람들은 보르도의 ‘그랑 크뤼 클라세’ 정도는 잘 알고 있지만, 부르고뉴 쪽으로 넘어오면 고개를 흔든다.
포도밭 이름도 길고 어렵고, 그 분류체계가 보르도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내놓는 곳이고, 보르도 와인과는 달리 부드러운 맛에 우아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서 ‘와인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또 보르도와 더불어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을 잘 알아야 어디서든지 와인을 안다고 할 수 있다.

부르고뉴도 영국 편

부르고뉴라는 이름은 5세기 중엽에 이 지방을 중심으로 론강과 손강의 유역에 정착한 게르만족의 일파인 부르군트 인에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부르고뉴 지방을 영어로는 벌건디(Burgundy)라고 한다.

7~9세기까지 부르군트 왕국은 론강 및 손강 유역에서 프로방스에 이르는 넓은 판도를 가지고 있었다. 9세기 즈음하여 북쪽 고지 부르군트의 서부가 부르고뉴 공작령이 되어(동부는 백작 령, 후에 프랑슈콩테), 이것이 오늘날 부르고뉴가 되었다.

10세기부터 프랑스 왕국을 견제할 만큼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네덜란드, 벨기에 즉 플랑드르까지 진출하여 강대한 나라가 되었으나, 백년전쟁 때는 보르도와 마찬가지로 영국 편을 들어 프랑스의 구국의 소녀 잔다르크를 생포하여 영국군에게 넘기기까지 한 곳이다.

이곳은 정치, 경제력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서유럽 문명의 한 중심이 되었고, 14-15세기에는 유럽 최초의 통일왕국을 이루었으나, 스위스를 잘못 건드려 1477년 프랑스 왕국에 합병되었다.

따지기 까다로운 와인

이곳은 로마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했으며, 로마시대 이후에는 수도원이 중심이 되어 기술력을 향상시키면서 우수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부르고뉴 와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910년 경 이 지역의 베네딕트 수도회가 우수한 와인 제조기술을 확립한 이후이다.

6세기부터 각 지역의 토지 소유자가 수도원에 토지를 기부하기 시작하여, 베네딕트 수도회를 거쳐 12세기에는 시토회가 이 지역의 주요 와인생산자가 되었다. 유명한 클로 드 부조(Closde Vougeot)의 포도밭도 시토 파 수도승의 손으로 개척한 것이다.

이렇게 부르고뉴에서는 우수한 와인을 만들었지만 보르도와 같이 잘 알려지지는 못했는데, 이는 와인산지가 내륙 깊숙이 떨어져 있고 수로가 발달되지 못하여 운반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14세기 교황이 아비뇽에 있을 때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루이 14세의 주치의가 오래된 부르고뉴 와인이 샹파뉴의 것보다 건강에 좋다고 처방하면서 그 파리까지 그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수도원이 해체되면서 교회 소유의 포도밭이 민간인에게 불하되어 하나의 포도밭이 작은 규모로 쪼개지게 된다.
 
보르도는 옛날 귀족들이 재산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여 ‘샤토’라는 화려한 건축물과 포도밭을 가지고 있어서 단일 농장에서 포도재배부터 양조까지 일괄 처리를 하지만, 부르고뉴의 지주들은 천평, 이천 평 좁은 면적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어서 양조시설을 갖출 수가 없다.
 
그래서 양조시설을 가진‘네고시앙’이라는 중간업자가 여기 저기 포도밭에서 포도를 구입해서 와인을 만들고 라벨에 포도밭 명칭과 자기 이름을 표시하여 판매한다.

그러니까 부르고뉴 와인은 품질을 따지기가 어렵다. 동일한 포도밭이라 하더라도 주인이 여럿이니까 재배방법이 각각 다르고, 이렇게 여러 사람이 재배한 포도로 누가 와인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고급이라는 그랑 크뤼(Grands Crus) 중에서도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는 것이 있고, 그 다음 등급인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s)라도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부르고뉴 와인은 다섯개를 선택해서 두 개만 좋은 것이 걸리면 성공이라고 말한다. 좋은 것은 그만큼 뛰어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실패작에 눈감아줄 수 있는 아량을 베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부르고뉴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코트도르(Cote d’Or)를 중심으로 북서쪽에 따로 떨어진 샤블리(Chablis)는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하며, 남쪽으로 내
려가면 비교적 싼값으로 마실 수 있는 코트 샬로네즈(Cote Chalonnaise)와 마코네(Maconnais)가 있다.

더 남쪽에는 부르고뉴 소속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햇와인으로 유명한 보졸레(Beaujolais)가 있는데,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부르고뉴의 고급 와인은 생산량에 비해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고급품은 가격을 묻지 않고 재고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피게 되어있다.

고급품은 웬만해서는 손에 넣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와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값이 싼 부르고뉴 와인을 맛보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부르고뉴 와인은 한 병에 10만 원 정도는 지불해야 마실만한 와인이 잡히기 때문에 마음먹고 사지 않는 한 쉽게 맛 볼 수도 없다.
 
어찌됐든 로마네 콩티를 비롯한 부르고뉴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고급 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부르고뉴의 와인 맛을 알고 즐기려면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김준철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고려대 농화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식품공학과(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와인양조학과 수료
동아제약 효소과 및 연구소 근무
수석농산 와인메이커
서울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
한국와인협회 및 (사)와인생산협회 부회장
2007 제1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주류품질인증제품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한국 전통주 품평회 심사위원(농촌진흥청 국립과학원장)

 


<식품저널 2011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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