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자에 보도된 ‘D여대 K교수, 소금 관련 발표 내용 논란’ 관련 기사에 대해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 식품저널 11월호에 보도된 기사 전문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한 식품영양학자
“김치ㆍ젓갈 제조시
천일염보다 정제염이 기호도 높다” 심포지엄 발표


기존 연구결과와 상반되는 내용 논란

 
  
정제염으로 만든 김치가 맛있을까? 아니면 천일염으로 만든 김치가 맛있을까? 최근 천일염으로 만든 김치가 맛있다는 기존 연구와 달리 정제염으로 만든 김치가 기호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치 제조시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천일염은 김치의 저장성과 발효,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미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D여대 식품영양학과 K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기존 연구와 상반되고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식품영양학자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식품영양학자들
선행연구와는 상반된 발표에 “이상하다” 의문 제기

국산 정제염 기호도 높다 발표한 K교수
“선행연구와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최근 국내산 천일염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D여대 식품영양학과 K교수는 관능검사에서 “김치ㆍ젓갈 제조시 국산 정제염을 사용했을 때 국산 천일염 등 다른 종류의 소금을 사용한 경우보다 전반적으로 기호도가 높았으나 유의적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들어간 연구결과를 밝혔다.
K교수가 발표한 내용이 알려지자 소금과 김치를 연구해온 학자들은 연구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COEX본관에서 열린 ‘소금,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소금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K교수는 ‘소금의 식품영양학적 특성’에 대해 발표했다.

K교수
“국내산 정제염 사용 김치ㆍ젓갈이
전반적인 기호도가 가장 높았지만
유의차 없어” 발표

K교수가 발표한 자료에는 “국내산 정제염, 간수를 제거한 국내산 천일염, 국내산 천일염, 중국산 정제염, 중국산 천일염, 호주산 천일염 등 6종류의 소금으로 김치를 제조하여 4℃에서 28일간 발효시킨 후 결과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기호도에서 국내산 정제염이 가장 높았고, 중국산 천일염이 가장 낮았으며, 국내산염이 수입산염보다 전반적인 기호도가 더 높게 평가되었지만,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K교수는 또 “6종류의 소금으로 각각 새우젓을 제조하여 관능 평가한 결과, 국내산 정제염의 경우 발효 20주 후 가장 기호도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수입산보다 국내산 소금에 대한 기호도가 더 높게 평가됐으나 전반적으로 처리구간의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기존 연구 결과는
“천일염 가공염이 정제염보다 기호도 높다”

K교수의 발표내용이 알려지자 천일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목포대학교 식품공학과 함경식 교수는 발표내용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 교수는 기존 정식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와는 상반된 내용이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의 연구결과를 알려왔다.

함경식 교수팀은 ‘여러 종류의 소금으로 제조한 새우젓의 이화학적 특성 및 관능적 특성’(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37(1), 53~59. 2008)에 관한 연구에서 “소금의 종류를 달리하여 제조한 6종의 새우젓을 대상으로 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적인 기호도에서 시료간의 차이가 뚜렷하여 함초해수 농축염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해수농축염, 천일염, 함초 스프레이염, 분무 건조염, 정제염 순으로 나타나 소금의 종류가 새우젓의 품질과 맛에 영향을 줌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함 교수는 연구결과 “전체적인 기호도에서 시료간에 유의적인 차이가 나타났고, 천일염 및 가공염으로 제조한 새우젓이 전체적인 기호도에서 정제염으로 제조한 새우젓에 비해 높게 평가되었다”며 K교수의 발표내용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도 ‘물 및 소금의 종류를 달리한 된장의 메탄올 추출물에서의 항돌연 변이 효과’(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37(6), 691~ㆍ695(2008))에 발표한 논문에서 “천일염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및 유황과 같은 여러 종류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오이지를 담글 때 사용하면 맛, 텍스처 및 기호도를 향상시킨다”고 밝히고 있는 등 여러 종류의 소금으로 발효식품을 제조했을 때 관능적인 특성 면에서 정제염보다는 국산 천일염을 사용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연구 논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장해춘 교수는 “천일염에 들어 있는 다양한 무기질은 아삭한 맛을 주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 전통식품의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의 영양원이 되기 때문에 우량 미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고 밝힌 바 있다.

K교수 발표내용 중 ‘유의차 없다’ 언급 없이
‘정제염 기호도 높다’ 중앙일보 보도
 


                               논란 증폭

K교수
“국산정제염이 더 우수하다는 게 아니라 유의차 없다”는 게 핵심
“관능검사는 패널 따라 주관적인 측면 있기 때문 선행연구와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학계
“국산천일염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논문 많아”
“선행연구와 다르다면 더 정확히 검증해야”

이 같은 기존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김치나 젓갈, 장류 등을 담글 때 간수를 빼낸 국산 천일염을 사용하면 정제염이나 수입산 소금(천일염 또는 암염) 등을 사용했을 때보다 음식맛이 좋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그 인식은 널리 보편화되어 있다.

K교수의 발표에 대해 국내 최대 김치업체 연구소 관계자도 “실험을 해보면 김치 제조시 정제염을 사용했을 때와 천일염을 사용했을 때, 관능적인 면에서 국산 천일염이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며 K교수의 발표내용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김치명인을 배출한 김치업체 한 관계자도 “김치 제조시 국산 천일염을 쓰면 정제염을 쓰는 것보다 맛이 좋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김치업체들이 전량 국산 천일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가격이나 수율 때문이다”며 “전반적인 기호도에서 국내산 정제염이 가장 높다거나, 또는 서로 유의차가 보이지 않았다는 발표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상식이나 선행연구와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이에 대해 발표자인 K교수는 지난 10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치와 새우젓 제조시 여러 종류의 소금을 사용했을 때 처리구간의 유의차가 없다는 것이 연구결과의 핵심”이라며 “관능검사는 패널에 따라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존 상식이나 선행연구와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행연구와 다를  경우 그 원인을 더 정확히 검증해야 한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K교수의 발표내용은 중앙일보에도 유의차가 없다는 내용은 누락된 채 “국내산 정제 소금을 넣어 만든 김치의 기호도(맛)가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고 보도되면서 더욱 논란이 확산됐다.

 
“실험 해보면 김치 제조시 정제염 사용했을 때와 천일염 사용했을 때,
관능적인 면에서 국산천일염이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

김치업체 연구소 관계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소금관련 기사 일부 캡쳐
소금관련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D여대 식품영양학과 K교수의 연구내용은 지난 달 중앙일보에 보도되면서 소금에 관심 있는 식품학자 및 업계 사이에서 더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하얀 소금 뒤에 검은 그림자…나트륨, 과하면 ‘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치나 젓갈 등을 담글 때 어떤 소금을 사용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주부가 많다. 막연히 천일염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한 상태였다”면서 K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K교수가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유의차가 없다’는 내용은 없다.


그러나 K교수의 말처럼 유의차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해도 기존 연구는 소금 종류별로 유의차가 있으며 국산 천일염이 정제염이나 외국산 천일염 등에 비교했을 때 칼슘ㆍ칼륨ㆍ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해 기능적 효과뿐만 아니라 김치나 된장ㆍ젓갈 등 발효식품에 사용했을 때 맛은 물론, 항암 효과 등이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도 천일염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한식 세계화 사업과 연계,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왜 보편화된 기존 연구결과와 동떨어진 내용을 발표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일부 학자들과 업계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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