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양대 생명과학과 계명찬 교수팀에 의뢰한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성 성숙시기의 성장호르몬 발현 및 활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비스페놀A가 동물에서 성 조기성숙을 유도하고 각종 성 발달 호르몬 분비 양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A(Bisphenol A, BPA)는 음료병, 젖병, 의료기기 등 투명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되는 유기물질이다.
연구팀이 유아시기에 해당하는 생쥐를 비스페놀A에 노출한 결과 암수 모두에서 대조군에 비해 조기에 생식기가 발달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사춘기 변화를 유도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GH), 황체형성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 등 성 발달에 관여하는 각종 호르몬과 성선자극호르몬 수용체(GnRH-R) 생성에도 정상과는 다른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유아 때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정상보다 조기에 사춘기가 오거나 사춘기에 생식기능 발달이 교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유아 때 비스페놀A에 노출된 생쥐는 사춘기 이후 성체가 된 후에 정소와 난소에서 호르몬 형성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나타났으며 암컷의 발정기가 짧아졌다.
특히 암컷 생쥐에서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 발생을 암시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 난소 기능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배란이 일어나지 않고 월경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면서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질환으로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난소 질환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조기 성숙은 이후 다낭성난소증후군, 생리불순, 자궁내막증, 자궁암 등 심각한 여성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호르몬 변화는 정소의 비정상적인 발달을 초래하고, 정자형성의 장애 등 심각한 남성불임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유아기에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사춘기가 조기에 찾아올 수 있으므로 유아기 노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비스페놀A가 종양을 유발하고 성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비스페놀A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비스페놀A 기준은 페놀 및 터셔리부틸페놀 성분을 포함해 2.5㎎/ℓ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달 비스페놀만으로 0.6㎎/ℓ 이하로 강화하는 개정안이 입안예고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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