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법에서 큰 의미가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랍 12월에, 대법원은 마늘 기능성 광고가 불법이 아니다고 최종 판결하였다.(2005도844판결) 이 사건은 마늘이 위염과 위궤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광고한 사람을 식품위생법의 허위 과대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려는 데에서 비롯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상, 그동안 일반 식품의 기능성 표시 광고를 전반적으로 금지하던 관행은 더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대법원의 견해는 필자가 이 식품법 칼럼을 시작하면서, 첫 회에서 제기하였던 일반 식품의 기능성 표시 허용 입장과 법리가 같다.   


다 아시다시피 현행 식품위생법은 ‘의약품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제 11조)  그리고 식품위생법시행규칙은 ‘질병의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내용 또는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과대광고’의 한 유형으로 금지하고 있다.(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6조) 반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캅셀ㆍ정제ㆍ분말 등 6가지 유형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선 광범위한 기능성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 일상 생활에서 섭취하는 일반식품의 기능성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차단되었다.

 

이처럼 일반 식품 생산자들의 정보 제공권을 제약하는 입법례에 대한 법조계의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필자의 문제제기 뿐 만 아니라, 인천지방법원의 정 완 판사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소지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인천법조> 2005년 12월) 그리고 대법원도 이미 지난 2005년 4월에, 전주 비빔밥 사건에서 고혈압·성인병에 좋은 고사리 등의 식재료를 써서 비빔밥을 만든다고 광고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번 마늘 기능성 광고 무죄 판결은 일회적이거나 돌발적인 판결이 아니다. 일반 식품의 기능성 광고 문제에 대한 법조계의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식품위생법령을 식품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표시 광고를 전부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대신 대법원은 매우 의미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우선 식품으로서 갖는 효능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범위 내에서는 식품에 부수되거나 영양섭취의 결과 나타나는 약리적 효능의 표시 광고는 허용된다.


그러므로 이런 기준에서 보면, 아무리 인터넷 홈페이지에 마늘이 위염·위궤양을 치료한다는 등의 내용의 글을 게시하더라도, 이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식품으로서의 마늘의 약리적 효능과 민간건강요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고, 그 내용도 식품으로서의 마늘에 대해 사회일반인이 널리 알고 있는 내용에 불과하다. 마늘의 식품으로서의 효능 광고라는 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이 판매하는 깐마늘을 일반인이 식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피고인은 무죄였다.

식품법 전반에 대한 성찰의 계기

이 번 대법원 판결이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크더라도, 대법원이 모든 문제의 해결사 구실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식품 소비자를 허위 광고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입법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며, 허위 식품 정보가 만연하는 것을 차단하는 사회적 책무는 식품행정당국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 번 판결의 일차적 영향으로, 이제 식품 광고의 틀을 지키는 한, 일반 식품의 기능성 광고에 대해 이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번 판결을 반영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위에서 본 2005년도 전주비빔밥 판결을 반영하여 새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 6조 제1항 단서,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에서 음식점을 과대광고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같이, 이 번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여 일반 농산물의 생산자와 판매자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개정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식품위생법시행규칙의 단서조항으로 반영하기에는 일반 식품의 기능성 표시 광고 허용은 그 영향범위가 매우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번 대법원 판례를 단지 현행 식품위생법시행규칙 별표 3(허위표시·과대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표시 및 광고의 범위)의 문제로 격하시킬 수 없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개정 별표 3은 “특정질병을 지칭하지 아니하는 단순한 권장 내용의 표현”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표 3은 “당뇨병ㆍ변비ㆍ암 등 특정질병을 지칭하거나 질병(군)의 치료에 효능ㆍ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나 질병의 특징적인 징후 또는 증상에 대하여 효과가 있다는 내용 등의 표현은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단언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 번 대법원 판례의 식품위생법 해석론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판례에 부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이 문제가 단지 한국에서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 유럽연합도 1998년 유럽연합 식품법 원칙에 관한 청서(Green Paper)에서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여 실로 오랜 논의(2001년의 백서 발표, 2003년의 법률안 발표)를 거쳐 마침내 작년 10월에 법률을 제정하였다. 유럽 연합의 식품 기능성 표시 광고 허용 제도는 식품을 일반 식품 혹은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구별하지 않는다. 식품에 기능성이 있고, 그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모든 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허용한다. 이처럼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한 공통된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유럽식품법협회의 권고 사항이기도 했다.   

우리도 이제는 좀 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허위 광고로부터 식품 소비자를 보호하여 국민건강을 유지 증진한다는 원칙과, 소비자에게 필요한 일반 식품 기능성 정보를 제공한다는 필요 사이의 조화를 통일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본 컬럼의 첫 회분에서 이렇게 글을 끝맺었다. 이 결론은 지금도 유효하다.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 식품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식품 산업 전체를 한 단계 더 비약하려는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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