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식탁에서 가장 자주, 또 가장 익숙하게 사용되는 조미료를 꼽는다면 단연 간장이다.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하루 한 끼만 떠올려 보아도 국과 찌개, 반찬과 양념에 이르기까지 간장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간장은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소비자에게 친숙하며, 동시에 안전성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다.
그런데 유독 간장만큼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산분해간장에서 검출된 3-MCPD를 비롯해 에틸카바메이트 논란, 염산과 머리카락으로 간장을 만든다는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한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최근에는 원료 콩의 GMO 완전표시제, 알레르기 유발 물질, 소금 함량 문제, 혼합간장에서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의 배합 비율 논란까지 간장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래전부터 3-MCPD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혼합간장과 산분해간장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며 이른바 ‘간장파동’이 발생했고,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남겼다. 이후 국내 제조업체들의 공정 개선과 정부의 관리 강화로 해당 문제는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일부 간장류 제품에서 3-MCPD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고, 전량 회수·폐기와 행정처분이 이어졌다. 신속한 조치 자체는 당연하지만, 국민 다소비 식품에서 유해물질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규제의 강도와 적용의 형평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분해간장 3-MCPD 기준은 0.02mg/kg 이하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보다 약 20배 엄격하다. 3-MCPD 논란이 간장에서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침출차나 빵류 등 다른 식품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검출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간장에만 별도의 기준을 두고 과도하게 강화한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위해성평가 결과를 보면, 간장을 통한 3-MCPD 노출량은 김치나 커피, 발효유류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 바 있기 때문이다.
과연 간장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가? 이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대상인가? 더 나아가, 이러한 규제 구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만약 이 제도가 국내 K-푸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오히려 수입 제품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제도의 취지와 방향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혼합간장과 산분해간장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제조·생산이 가능한 식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이나 원료가 대량으로 수입돼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HACCP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정기·수시·불시 점검을 통해 제조시설과 공정 전반에 대한 엄격한 위생관리를 받는다. 반면 수입 제품의 경우, 서류 제출을 통해 통관이 허용되는 구조로 실제 제조환경이나 원료관리, 공정 위생상태를 상시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간장’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강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에 올 12월 31일 시행을 앞둔 GMO 완전표시제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GMO 원료를 사용한 경우,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의 잔존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표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검사로 진위 판별이 불가능하고, 이 제도가 국내 제조업체에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업체들은 HACCP 의무 적용과 함께 원료 표시 부담까지 떠안는 반면, 수입 간장은 동일한 수준의 현지실사나 위생·원료 검증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표시와 비용 부담이 없는 수입제품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간장 제조업을 영위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K-푸드 산업의 한 축으로서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제도적 역차별까지 더해진다면, 산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산업을 보호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관리 가능한 공급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를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내 중소기업에는 과도할 정도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반면, 연간 약 10만 톤에 이르는 수입 간장에 대해서는 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수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지금처럼 쉽게 시장에 유입되는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수입 간장류에 대한 안전관리와 감시를 강화하고, 규제 적용의 형평성을 확보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식품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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