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증가 
최근 몇 년간 식품업계를 뒤흔들었던 대형 이슈들이다. 많은 식품 스타트업들이 전도유망하다는 이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2022년 유로모니터에서 발표한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의 전체 규모는 고작 210억원 정도로 어지간한 중소기업 매출만도 못한 규모로 조사되어 실망스러웠다. 또한, 2022년 하반기 미국에서 진행된 금리인상의 여파로 ESG와 비건식품 등의 이슈에 과열되었던 투자분위기도 급격히 시들어가면서 2023년 올해는 미래 혁신식품을 한다는 스타트업들에게는 고난의 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육식을 좋아하는 한국인, 기존 관념을 깨기 쉽지 않아 
그간 국내에서 미래식품이라며 제기된 식품들을 보면, 대부분 해외에서 먼저 이슈가 되어 뜬 것을 들여와 국내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기며 성장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식물성 대체육이 있는데, 이전에도 국내에 콩고기라는 이름으로 마트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고유의 비린내와 이취 때문에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지못하면서 한순간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았다. 

2010년대 후반 해외에서 들여온 식물성 대체육 이슈는 국내의 것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수질오염 및 환경오염에 관한 해결책, 동물윤리에 대한 이슈 제기로 인해 미래의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하여 주목을 받았고, 때마침 ESG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식물성 대체육은 그전의 콩고기와는 달리 MZ세대에게 관심을 받는 착한 식품으로서 주목받고 투자시장에서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는 건강, 환경 이슈와 함께 분위기가 좋았는데, 코로나19가 끝나게 되면서 시장은 급변하여 소비자들은 다시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갔고, 코로나19동안 급성장했던 제품 중 저칼로리 저당 이슈만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이 급변한데는 일단 맛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크지만, 그 외 대체육의 다른 특성이 웰빙, 건강지향적인 소비자들의 성향에 부합하지 못했던 탓도 크다. 육류를 대체하면서 사용될 수 밖에 없는 각종 첨가물과 향이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에게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 수입원료로 구성되어 있어 GMO 등의 안전 이슈나 가격 등이 기존 육류소비 때보다 부족하게 보였던 탓도 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서는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동물복지, 윤리를 추구한다는 관점이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고 콘셉트 수용도가 높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외국에서 제기되는 이슈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의 성장에 저해가 되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이전까지는 한국은 육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나라였으므로 맛, 환경, 윤리 이런 것을 고려한다해도 식물성 고기보다는 육식을 선택하는 소비자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한계점이었다. 

대체식품은 고유의 콘셉트와 니즈에 기반해 준비해야
식물성 대체육, 배양육, 식물성 우유, 곤충식품 등 최근 몇 년간 대체이슈로 주목받은 새로운 신기술 신소재 식품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다.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보다도 해외 반응,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앞선다. 그래서, 정부는 미래식품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이들 식품에 대한 지원을 계속 강화해오고 있지만, 어쨌거나 결국 소비자들의 생각에 부합되지 않는 식품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밖엔 없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해외보다는 덜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소비자들보다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낮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들 미래대체식품에 대한 이슈가 더 깊고 다양하게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다. 개별 소비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상황별 제품 콘셉트가 소비자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소비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점 제기가 제대로 들어먹히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그것이 주요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해외의 대체식품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국내에 그대로 풀어봤자 소비자가 반응하지 않고, 그래서 시장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소비자들은 단순하고 알기 쉬운 키워드 중심의 콘셉트에 반응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저칼로리, 저당 같은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키워드를 가진 상품이 그에 부합하는 맛과 품질을 가진다면 안 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구환경, 공장식 축산 등의 키워드는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다. 그동안 식문화를 꿰뚫으면서 대안으로서 중심에 잡아놓을 수 있는 새로운 대체식품의 콘셉트 키워드가 필요하다. 

비건식품을 만들지만 정작 자신은 비건인구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가 만드는 비건 식품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외국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를 그대로 따와서 제품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투자를 받기 위해서였을뿐 진지하지 않은 고민에서 출발한 문제해결 솔루션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래식품의 대안을 제시하기가 힘들 것이다. 대체식품을 주제로 한 식품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지만 그들의 제품에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자체생산 컨텐츠로 미래 대체식품시장 키우기에 나서야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국내 식품시장에서는 제대로 자리잡은 신제품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간혹 유행 트렌드에 따라 꼬꼬면, 허니버터칩 등 메가히트라 불린 신제품이 등장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지나면 매출이 줄어 이전 세대의 스테디셀러 제품처럼 꾸준한 매출을 보여준 제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등장한 신제품 개발 트렌드는 해외에서 유행하는 제품들이 국내에 입소문을 타고 들어와 자리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 웰빙, 위생, 지속가능성 등 이런 메가 키워드에 대응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기보다는 해외에서 개발된 콘셉트와 컨텐츠가 그대로 유입되어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행하는 느낌 그대로가 아닌 뭔가 잘 안 맞는 어설픈 느낌으로 살짝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비건식품으로서 해외에서는 영양, 건강, 윤리, 환경 등 다양한 가치들이 혼입되어 있는 메가 콘셉트인 반면,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식물성이라는 한가지 키워드에만 집중하여 단순한 메시지만 시중에 공급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비건은 잠깐 불고 지나가는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얼마전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글로벌 식품박람회 ANUGA 2023에서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비건등 대체식품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는 여전히 관심있게 진행 중인 트렌드다. 

새롭게 등장하는 미래식품이 한때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되는 조류가 되려면 신제품 속에 여러 가지 가치가 함께 깃들여져 결국은 하나의 제품만으로도 소비자에게 관심 끌만한 여러 가지 속성과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새롭게 제안된 신제품은 시장에 안착하고 전체 규모가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식품시장에서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신속하게 제품 출시만 할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소비자가 관심가질만한 컨텐츠를 오래 준비하여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모델을 갖춰야 할 것이다. 미래 식품을 끌어나갈 새로운 키워드를 언제까지 해외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수입하
는 것에 의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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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CJ제일제당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미강 등 국산 농산 자원 유래 바이오소재에 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저널 2023년 11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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