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들이 빙과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담합,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드라이아이스를 제조·판매하는 동광화학, 선도화학, 어프로티움(구 덕양화학), 에스케이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구 한유케미칼), 창신화학, 태경케미컬(구 태경화학)이 200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4개 빙과사(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에 납품하는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서로 제품을 사고팔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로 담합한 행위를 적발,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48억6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5년 8월 설립된 어프로티움이 드라이아이스 판매시장에 신규 진입하자 기존 5개 드라이아이스 제조·판매사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고, 시장 내에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발생했다.

이에 6개사는 낮아진 빙과사 판매단가를 회복하고, 가격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고, 2007년 5월경 경쟁사 모임을 통해 가격 담합 행위를 시작했다.

담합 초기 6개사의 주된 목적은 빙과사 판매단가 인상이었으나, 담합 도중 이탈자가 발생하면 다시 경쟁이 심해질 우려가 있어 예방책으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합의도 함께 했다.

6개사는 200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모임, 전화 연락 등으로 수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빙과사 판매단가 인상과 유지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6개사는 또, 2007년 5월 미리 정한 사업자별 지분율과 월간 판매량 간 차이만큼 서로 제품을 사고팔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2015년 12월까지 정보를 주고받으며 합의를 실행했다.

6개사는 2007년 5월 모임을 열고 4개 빙과사에 대한 판매단가를 인상할 것을 처음으로 합의했다.

이후 6개사는 모임과 전화연락 등을 통해 2008년 480원(1㎏당), 2009년 500원, 2011년 530원, 2018년 550원, 2019년 580원 등 5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담합 초기인 2008년 합의 단가와 실제 단가에 일부 차이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담합 기간 중 6개사의 빙과사 판매가격은 마치 1개 사업자의 가격처럼 동일하게 인상·유지됐다.

6개사는 2007년 5월 빙과사 판매단가 인상을 최초 합의한 모임에서 각사의 가격담합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업체별 국내 드라이아이스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합의했다.

6개사는 미리 사업자별 지분율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매월 각사 판매량을 정산해 지분율보다 더 많이 판매한 사업자가 더 적게 판매한 사업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물량 정산’이라고도 불린 시장점유율 담합을 실행하기 위해 6개사는 2007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매월 각 사업자가 빙과사, 대리점, 기타 수요처(직판)에 판매한 내역을 공유해왔다.

또, 공유한 판매 내역을 바탕으로 서로 사고팔아야 할 물량을 계산한 뒤, 이에 따라 실제로 제품을 거래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국내 드라이아이스 시장에서 10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6개사의 담합으로 시장의 가격 및 물량 경쟁이 사실상 차단됐으며, 그 결과 드라이아이스 가격이 담합 기간 약 87% 인상되는 등 실제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6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48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동광화학 1억9300만원, 선도화학 8억8500만원, 어프로티움 6억8500만원, 에스케이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6억7700만원, 창신화학 9억2000만원, 태경케미컬 1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냉동·신선식품 배송과정에 자주 쓰이며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드라이아이스 시장에서 발생한 담합을 제재한 최초 사례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고 냉동·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드라이아이스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면서, “이번 사건은 국내 드라이아이스 시장에서 장기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담합을 근절하고 향후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