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내 이용 가능한 탄수화물 함량 정보를 알기 위해 ‘Net Carb’라는 지표가 외국에서 제안되었다. 미국에서 시리얼이나 스낵, 과자류, 냉동식품 등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에 종종 표시되는 이 지표는 공식적으로 식품 포장재에 표시되지는 않지만, 혈당 관리나 섭취 열량 등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은 신진대사의 기초적인 에너지원으로서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소이다. 동시에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는 주범으로서 당뇨나 비만 등을 해결하려면 피해야 할 영양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모두 혈당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제대로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올바르게 섭취한다면 걱정하는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탄수화물이 혈당 상승에 관여하지 않아
모든 음식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가지 주요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탄수화물에는 단순당과 올리고당, 전분과 식이섬유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포도당 등 육탄당 이하의 단당류 물질이 서로 결합하여 기다란 사슬을 형성하면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단순당이라고 불리는 단당, 이당류에서부터 단당류가 3개에서 20개쯤 결합한 올리고당 그리고 무수히 많은 단당류가 결합한 전분과 글리코겐, 셀룰로스까지 단순당에서 유래하는 탄수화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여기에 질소화합물 등 다른 종류의 물질까지 결합된 키틴, 펙틴, 검류 등의 물질까지 포함한다면 자연에 존재하면서 음식물에 포함되어 섭취할 수 있는 탄수화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 몸은 많은 탄수화물 물질 중에서 오로지 포도당 등의 단당류만 흡수할 수 있다. 당류가 2개 이상 연결된 물질은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우리 몸의 소화기관에서 직접 흡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화효소의 도움을 받아 고분자 물질을 단당으로 분해한 다음에야 흡수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소화흡수 메커니즘을 이용해 탄수화물 소화효소의 작용을 차단하거나 소화효소가 분해할 수 없는 구조의 유사 탄수화물 물질로 설탕 등 당류를 대체하게 함으로써 탄수화물은 섭취하되 체내로는 소화흡수 이용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저당, 저탄수화물 식품을 제조하는 기본 메커니즘으로 여기에 사용되는 소재로는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각종 당알코올류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저분자의 단순당과 이당을 대체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만, 한편으로는 소화효소가 분해할 수 없도록 크기를 키우거나 입체적으로 복잡한 형태로 고분자 탄수화물의 구조를 변형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고분자 난소화성 전분 또는 올리고당, 덱스트린 등을 자연에서 추출하거나 공정반응을 통해 합성함으로써 난소화성 탄수화물을 만들어 식이섬유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용성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과 폴리덱스트로스같은 식이섬유 소재이다.

소비자 알 권리와 영양 정보 표시 확대 추세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를 때 식품 포장에 표시된 정보로 그 제품이 어떤 품질과 어떤 영양소 조성인 파악하려고 한다. 단백질, 지방, 콜레스테롤, 당류, 나트륨 등 소비자들이 조심해서 살펴야 할 영양소 함량은 표시사항으로 정보가 제시되지만, 기타 성분은 법적으로 규정된 것 이외에 제조자가 특별히 성분함량을 강조해서 표시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자기가 고른 식품의 성분과 영양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세계 각국은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포장재에 영양 정보 표시를 상세히 할 것을 제조사에 요구하나 제조는 표시면적도 좁고 혹시 알면 곤란해질 민감한 정보가 들어갈까 봐 조심하여 영양정보 표시량을 줄이고 있다. 국내만 해도 9대 영양정보 표시제 도입 및 의무 식품 유형의 지속적 확대와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 실시, 무설탕, 무가당, 저당, 저염 등 나트륨과 당류에 대한 저감 표시기준 제도 실시 등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오래전부터 한국과는 다른 영양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식이섬유와 첨가당(Added Sugar)이다. 전 국민의 40% 가량이 비만이라는 상황을 반영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체내 축적되어 지방으로 전환됨으로써 당뇨, 비만 등을 유발하는 단순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식이섬유의 함량을 줄이려는 정부 당국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혈당 관리를 위한 새로운 표시지표, 순 탄수화물 
체중조절 또는 다이어트 방법 중 혈당조절을 기본으로 하여 설계된 것들이 많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꾸준하게 유행하는 것 중 ‘저탄고지’를 모토로 하는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를 대폭 줄이고 고지방 식단을 공급함으로써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연소시켜 생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체내 탄소화물을 최대한 소진시켜 지방을 에너지로 하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이용 가능한 탄수화물의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대사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서 단식이 가장 쉽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요현상이 없는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위해, 기초 대사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탄수화물은 조금씩 공급해야 한다.

이때 식품 내 이용 가능한 탄수화물 함량 정보를 알기 위해 ‘Net Carb’라는 지표가 외국에서 제안되었다. ‘Net Carb’ 또는 ‘순탄수화물’이라고 하는 지표는 총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와 당알코올류를 제외한 것으로 탄수화물 중 소화되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탄수화물의 양을 나타낸다. 미국에서 시리얼이나 스낵, 과자류, 냉동식품 등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에 종종 표시되는 이 지표는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먹는 탄수화물 유래 에너지원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쉽게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공식적으로 식품 포장재에 표시되지는 않지만, 혈당 관리나 섭취 열량 등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지표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순탄수화물 함량의 새로운 연결
2021년 6월 미국 온라인 식품전문사이트 FoodNavigator USA에서는 키토다이어트에 대한 흥미로운 리포트 결과를 발표했다.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intel에서 ‘keto’ 콘셉트의 신제품 출시 건수가 2019~2020년보다 2020~2021년 출시 건수가 2배 늘었다라고 보도됐지만, 정작 Google 검색 트렌드에서 소비자들은 같은 기간 내에 검색량이 줄어 소비자 관심은 그보다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상 검색량과는 달리 Amazon에서의 식품 분야 상위 검색 키워드는 ‘keto’, ‘keto bread’라고 하며, 키토 시리얼, 키토 파스타, 키토 아이스크림, 키토 쿠키 등 키토 키워드가 포함된 식품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인기라고 한다. 이러한 모순된 결과는 keto라는 콘셉트가 다이어트와 건강관리에 연결되어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콘셉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 많아서 소비자들이 점점 식상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탄수
화물, 고당류 식품 카테고리에서 낮은 순탄수화물을 표방하는 신제품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순탄수화물이 낮은 아이스크림 제품은 2020년 전년보다 1190.32% 급증했고, 2021년에는 34.93% 증가했다고 하며, 낮은 순탄수화물을 포함하는 냉동 파스타부분에서는 모수가 작긴 하지만 2020년부터 2021년 사이에 665.99%의 매출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저칼로리, 저당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생각이 해외에서는 순탄수화물 함량이라는 하나의 지표에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순탄수화물을 낮추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복합탄수화물 및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고 마지못해 설탕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서는 대체당, 당알코올류, 고감미 소재를 사용하여 설탕 섭취량을 줄이면 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저칼로리, 저당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 이젠 대세라고 할 정도로 모든 식품 채널에서 0칼로리 혹은 제로당 제품의 출시 및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단순히 당을 없애고 칼로리를 제로로 만드는 식품은 신체에서 계속 버티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다. 제로 칼로리 식품이 보편화된 지금, 다음 단계의 식품을 생각해본다면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관리해줄 수 있는 핵심지표인 순탄수화물 섭취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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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CJ제일제당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미강 등 국산 농산 자원 유래 바이오소재에 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저널 2023월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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