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에 보고해야 하는 이물관리제도 개선 필요
동물성 의약품, 칼날 등 인체 위해성 큰 경우만 보고토록 해야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하상도<br>​​​​​​​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지난 8월 28일 강원 춘천시 한 고등학교가 급식 재료로 납품받은 햄에서 이물질이 나와 난리가 났다. 영양교사 A씨가 점심 급식으로 감자햄볶음을 만들려고 통햄을 자르다가 흰색 가루 덩어리를 발견했다. 이후 혼입된 해당 이물질은 돼지 사육단계에서 지혈 목적으로 사용하는 동물용 의약품 ‘알러스프레이’로 밝혀졌고, 도축 및 원료육 가공과정에서 혼입된 것으로 최종 분석됐다. 발견된 햄은 유명 육가공업체 농협목우촌 브랜드로 추정되는 제품으로, 김제공장에서 가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알러스프레이는 에어로졸 타입의 동물용 의약품으로, 도포하기 편하고 동물 피부에 뿌리고 난 뒤에는 붕대를 감은 것처럼 굳어 쉽게 약이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져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성분인 미세화 알루미늄 파우더는 항균 및 항진균 작용과 상처 수복기능 때​문에 오래 전부터 동물용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수술 후 처치, 지혈, 피부 종기, 일반화상, 조직 손실 등의 상처 부위를 덮는데 주로 사용된다. 수유하는 동물은 유두 부위에 도포하면 안 되며, 배설장애를 일으키는 신부전을 앓는 동물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식품안전 문제는 대부분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위해에 의한 것이었다. 1950년대 종전 이후 부족한 식량 탓에 무분별한 농약의 사용으로 온 강토가 오염돼 농산물에 잔류하는 화학물질의 안전성이 주된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1990년 이후부터 농약, 중금속 등 화학적 위해의 안전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토양과 물로부터 기인된 곰팡이, 병원성세균, 바이러스 등 생물학적 위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설치류, 쇳가루 등 이물을 위시한 물리적 위해인자가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2009년 우리 정부는 세계 최초로 보고 의무대상 이물을 고시화하는 등 이물 안전관리가 강화되었다.  

햄은 이물 발생이 빈발하는 식품유형이긴 하다. 그러나, 햄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물로는 식품 제조과정에서 혼입되는 칼날, 플라스틱, 머리카락 등과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등이 있다. 이번처럼 동물용 의약품이 가루 덩어리째 발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참에 식품기업, 특히 잠재적 위험식품인 축산물가공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이물관리 투자와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원료육 이물 선별공정을 강화하고, 원료육 납품 농가에서 동물용 의약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품 중 이물은 완벽한 예방이 불가능해 미국 등 식품안전 선진국조차도 위해성이 높은 경우 엄격한 관리를 하나, 고의성이 없고 위해성이 낮은 단발성 이물은 문제 삼지 않고 시장에서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한다.

이번 이물사건은 해당 기업, 소비자, 정부 등 우리 모두에게 손해다.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아울러 이물관리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보고대상 이물 범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와 같은 동물성 의약품이나 칼날 등 인체 위해성이 큰 경우에는 반드시 보고토록 하고, 인체 위해성과 무관한 단순이물의 경우 굳이 식약처가 보고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이물보고와 조사도 정부가 아닌 한국소비자원 또는 이물신고관리센터(가칭) 등 전문기관에 위탁해 해결토록 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선량한 소비자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지만, 범죄자인 블랙컨슈머를 근절하는 방안, 기업 규모별 제조ㆍ유통ㆍ소비 단계별 이물 예방대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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