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효능과 전망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 유행어 중 하나로 ‘확찐자’라는 단어가 있었다. ‘확 살이 찐 사람’이라는 뜻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외부활동을 줄이고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운동할 기회도 줄어든 탓에 많은 사람에게 일어났던 체중 증가를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로나19를 벗어나고 있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2021년 대한비만학회에서 코로나19와 비만 관련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 이상(42.0%)이 코로나 전보다 3kg 이상 체중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 대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외부활동이 늘어난 요즘 저칼로리, 저당,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되지 않는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의 문제
비만은 섭취칼로리가 소비칼로리보다 많으면 그 초과영양분이 지방으로 변환되고 체내에 축적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이어트 식품은 기본적으로 섭취칼로리를 줄일 수 있도록 칼로리 제한 방식으로 설계된다. 

간단한 다이어트 원리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강한 식욕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체중 감량에 가장 좋은 방법은 절식이지만 절식은 여러 가지로 몸에 부담되므로 굶는 것 대신 예전부터 섭취칼로리를 최대한 줄여주는 식사대용식을 섭취하는 방식이 다이어트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영양권장량 기준으로는 하루에 2000~2700kcal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다이어트 식품 규격으로 통용되는 국내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은 한 끼 식사를 200kcal에서 400kcal 정도로 비교적 작게 설계하도록 하고 있으며, 추가로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영양소를 일일 섭취기준량의 10~25% 정도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칼로리를 이렇게 줄이고도 다이어트 식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제법 많다. 2016년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도 효과가 부족해서 불만이라는 소비자가 전체 소비자 중 62.4%에 달한다고 한다. 법적 규격을 지켰음에도 국내 다이어트 식품이 체중감량에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는 이유는 실제로도 체중감량 효과가 별로 없게 설계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의 법적 기준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준일뿐 효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법적 기준을 준수한다고 해도 인슐린 분비 제어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 몸의 영양 대사는 영양소가 축적되는 쪽으로 유도되어 제대로 된 감량이 일어나기 힘들다. 

더불어 한때 국내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영양 설계보다도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기능성 성분만 첨가하면 쉽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허가를 내줌으로써 영양소 조절보다는 그저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특정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 식품들만 유통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렇게 영양 설계가 잘 적용되지 않은 다이어트 식품을 먹는다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의 다이어트 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당 부하 조절을 통한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
다이어트 식품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슐린은 혈액 내 당을 감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세포의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하여 혈당을 흡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혈당을 낮춘다. 

이후 세포 내로 흡수된 당은 여러 가지 에너지 저장물질로 합성되는데, 일반 근육조직에서는 글리코겐으로, 간에서는 중성지방으로 변환되어 유사 시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한다. 축적된 지방을 다량 함유한 지방세포는 아디포넥틴이라는 호르몬 유사물질을 분비하는데 아디포넥틴은 혈액을 타고 이동하면서 신체 각 조직에 염증과 이상증세를 유발한다. 특히, 아디포넥틴이 인슐린 관련 시스템에 문제를 발생시키면, 당뇨가 유발되고 이어 비만과 고지혈증 등의 심혈관계 질환까지 발병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인슐린 대사는 대사증후군 예방에 매우 중요한 관리 포인트로 취급되고 있으며, 인슐린 시스템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음식물을 섭취할 때 당부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식이요법이 개발되었다. 일본의 내과 의사인 에베코지가 개발한 이것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혹은 당질 제한식으로 불리며, 영양소를 섭취하되 당부하를 늘리지 않기 때문에 GI(Glycemic Index)를 낮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인슐린 대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신진대사의 방향이 영양소를 축적하는 쪽으로 변환되지 않도록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규격에 맞추고도 다이어트가 잘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칼로리 조정만 했을 뿐 당부하를 조절할 수 있는 복합탄수화물 원료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콜리플라워가 다이어트용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콜리플라워는 브로콜리와 유사한 형태로서 하얀색 브로콜리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콜리플라워는 비타민C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나 무엇보다도 100g 당 27kcal로 칼로리가 낮은 데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해 섭취하면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다이어트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콜리플라워 라이스라하여 쌀처럼 사용할 수 있게 가공하여 피자, 파스타, 빵 등 여러 식품에 밀가루 등을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당질 제한식, 제형 다양화 및 신소재 개발이 필요
당질 제한식은 오래전부터 당뇨, 비만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이용돼왔다. 당질은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으로 구성되며, 식이 중 당질의 양은 총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를 뺀 값으로 구할 수 있다. 

정제된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는 급격한 혈당치 상승과 이에 따른 인슐린 분비를 일으키는데 장기간 이러한 현상의 반복이 계속되면 영양소 대사 시스템이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진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 등 섬유질이 풍부한 복합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하면 당질 제한으로 인한 다이어트 및 혈당 상승억제 효과를 볼 수가 있는데, 이러한 당질 제한식은 국내에도 이미 수입되어 곤약이나 키토산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 대용식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곤약 등을 다양한 식사메뉴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널리 통상적인 식사까지 대체하면서 밀키트 또는 도시락 형태로 완벽한 당질 제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당뇨 환자를 위한 메뉴 또는 밀키트를 제공한다고 하여 투자받는 사례가 있으나, 아직까지 제형을 완벽하게 다양화하지 못해 선식 등 분말음료 제품이나 곤약쌀 등 일부 한정된 제형으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 외국처럼 시장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당질 제한식 제형의 한계는 가공기술개발이 더디다는 것 말고도 이용할 수 있는 저당질 탄수화물 소재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데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당질 제한 용도로 널리 이용되는 곤약이나 콜리플라워는 해외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당질 제한식의 확산과 함께 그것들도 국내 소비시장을 점점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산 농산물로 당질 제한용 소재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가능성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CJ제일제당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미강 등 국산 농산 자원 유래 바이오소재에 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저널 2023년 5월호 게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