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몸에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설탕 대신 다른 식품으로 설탕을 대체하는 것은 건강에 좋은가? 소비자 중에는 매실 엑기스나 효소청 등 설탕을 대체하여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런 대체재 안에도 당이 상당량 포함되어 있음을 인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그런 종류의 설탕 대체재 안에도 당 성분이 많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 중에서도 신선한 과일이나 약효가 좋은 매실 등과 곁들어 먹는 것이므로 설탕만큼 몸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설탕을 피하려고 설탕 대신 먹는 식품이 과연 몸에 좋은 것일까? 혹은 정말로 건강에 해롭지 않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또 다시 제기된 에리스리톨 유해론
2023년 2월 유명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설탕 대체용으로 널리 쓰는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연구원들이 장기간 연구하여 발표했다는 그 결과는 전 세계 언론에 화제가 되면서 바로 다음 날 한국에도 크게 보도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혈액 내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심혈관계에서 이상증세를 경험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고 한다. 

에리스리톨이 유해하다고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에리스리톨이 함유된 음료를 먹고 복부팽만감 등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어 한동안 국내에서는 에리스리톨 사용을 기피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에리스리톨은 다른 당알코올류와 마찬가지로 다량 섭취 시 복부팽만감, 설사 등의 부작용 증세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특별히 더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실험결과가 발표되면서 오해를 풀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테비아와 사카린은 왜 발암물질이 되었나?
스테비아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설탕 대체 감미료로서 인공 합성과정을 거치지 않고 천연 추출물이기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설탕 대체소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이라서 안심이라는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과 달리 1991년 미국 FDA는 스테비아가 암 또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된 논문 결과를 들어 잠정적으로 사용 중지시킨 적이 있었다. 이후 계속된 연구에서 기존의 연구결과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계속 보고되자 1995년 FDA는 스테비아 추출물에 대한 사용금지를 해제했지만, 식이보충제(Dietary Supplement)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허용했을 뿐 감미료로서 사용은 여전히 금지하였다. 유럽 역시 FDA와 입장을 같이하여 1999년 스테비아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후 Cargill과 Coca Cola를 중심으로 스테비아 추출물을 감미료로서 GRAS(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안전한 식품첨가물) 인증을 꾸준히 추진, 2008년 드디어 FDA는 고순도 스테비아 추출물에 GRAS 인증을 승인하고 감미료로서 일반적 사용을 허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스테비아 추출물 중 레바우디오사이드 A 함량이 95% 이상인 것에 대해서만 GRAS로 인정을 하고 있으며, 2015년에 발표한 자료를 통해 다시 스테비아잎과 저순도 스테비아 추출물은 독성 관련 해롭지 않다는 증거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GRAS로 인증될 수 없음을 재확인하였다.

사카린 역시 1879년 처음 발견된 이래 설탕 대체재로서 널리 사용된 안전한 물질로서 칼로리를 내지 않으며 섭취했을 때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장점이 있어 당뇨나 다이어트 식품에 널리 사용해 왔다. 그러나, 1977년 갑자기 쥐를 대상으로 한 섭취 실험에서 방광염에 걸린 쥐가 나왔다고 발표된 한 논문에 의해 FDA에서 전면 사용 금지당한 바가 있다. 

사카린은 사용 금지되기 전까지 100여 년 동안 설탕대체재로 특별한 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의회에 사용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가 100만 통 이상 제출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사카린의 무해함을 밝히기 위해 꾸준한 연구를 하였고, 그 결과 문제가 된 사카린의 동물 실험 조건은 사카린을 지나치게 고농도로 투여한 비현실적인 사례로서 사람에게는 방광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계속된 연구결과에 따라 결국 사카린은 정상적인 사용범위에서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결국 2001년 미국 FDA에서는 사카린을 다시 GRAS로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재승인하게 되었다.
 
에리스리톨의 독성, 실제는 언론의 호들갑
이번에 발표된 에리스리톨 연구결과를 심층 검토해본 결과, 앞선 스테비아와 사카린의 사례와 유사한 점이 보인다. 연구진들은 혈중 에리스리톨 농도를 높이기 위해 1회당 30g의 에리스리톨을 섭취시켰다고 하는데, 식품에서 에리스리톨 사용량은 보통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식품을 300g을 먹어야 하는 양이다. 한 번에 이만한 양을 먹는 경우는 밥 같은 주식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점을 생각하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사례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유해성 보고는 사카린의 유해성을 제기한 그 실험과 유사한 점이 있다. 솔비톨과 같은 당알코올은 1일 섭취량이 20g 이하로 제한될 정도로 섭취했을 때 부작용을 조심해야 하지만, 에리스리톨은 1일 제한섭취량이 60g 정도로서 비교적 안전한 당알코올 소재로 인정받아왔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이 자꾸 부정적으로 기우는 데는 언론 보도의 영향이 적지 않다. 유명저널에 발표되었다고는 하나, 실험방법이나 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보도하고 보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식품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무작정 해외 언론을 인용해서 보도하다 보니 진실에서 멀어지고, 소비자들의 오해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해외 언론이라고 하여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지식의 범람을 막으려면 언론이 먼저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이사

 

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CJ제일제당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미강 등 국산 농산 자원 유래 바이오소재에 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저널 2023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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