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 보면서
새로움을 향하여 생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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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떠올릴 때는 항상 꽃이 같이 연상된다. 일찍 짝을 잃고 어렸던 아들딸을 가냘픈 여인 어깨에 짊어진, 작은 체구에 농사일로 그리 바쁜 중에도 갖가지 꽃씨를 뿌리고 가꾸셨다. 꽃의 종류도 다양하다. 귀한 꽃이라기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하고 까탈 부리지 않는 꽃들, 금잔화며 한련화, 패랭이꽃, 사강꽃(코스모스) 등을 우리집 뜰은 물론 집 밖 담장과 이웃집 문간까지 다니면서 심는다. 물론 이른 봄에 마당 한쪽에 씨를 뿌려 모종을 정성스레 키우고 날 잡아 옮길 때가 된 녀석들을 어머니 마음에 드는 곳에 옮겨 심는다. 

이 꽃 중 봉선화는 어머니가 무척 사랑하는 꽃 중의 하나였다. 흰색, 붉은색, 분홍색을 구분하여 모를 나누고 이들을 장광(장독대) 주위와 안쪽까지도 듬성듬성 심는다. 어떨 때는 돗나물까지 심어 그 푸름을 즐기기도 한다. 어머니는 꽃씨를 심어 꽃이 피는 것을 즐기시기도 하였지만, 정성스레 관리하시는 것을 보면 많은 자식을 보살피는 정성이 꽃 관리에도 스며들었다고 여겨졌다. 
 
한창 꽃이 필 때는 우리집 안팎이 여러 꽃으로 말 그대로 꽃동산이 된다. 채송화와 봉선화는 여름 내내 꽃을 이어서 피우고 가을까지도 꽃 피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들 꽃 색깔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경이롭고 신비한 조화의 정수가 아닐까 한다. 채송화는 작년에 피었던 것과는 다른 것이, 유전인자가 교배되었는지, 색깔이 혼합되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누가 조사해서 보고한 결과는 보지는 못하였는데 짐작건대 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아름다운 꽃을 심고 관리하면서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어찌 나쁜 마음이 생기겠는가. 어머니는 일년생 꽃을 주로 상대하셨지만, 집안에 심어진 줄장미에도 관심을 가지셨는데, 일년초만큼 정성을 쏟지 않았다고 기억이 된다.
 
줄장미들은 누나들이 애지중지하였고 나에게도 가끔 그 향기를 맡아보라고 권해 주었다. 그때 익숙해진 버릇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길거리에서 담장에 얹혀있는 줄장미 향기를 즐기면서 옛적 내가 고향집에서 감상했던 장미 향과 비교해본다.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내 후각 기능이 제 기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젖기도 한다. 

꽃향기를 맡는 버릇은 다른 꽃으로 옮겨가서 어느 꽃이건 코를 대고 킁킁대며 감상한다. 여름 초입에 피는 쥐똥나무의 작은 꽃에서 묻어나는 향은 약간의 풀냄새를 뒤에 깔고 진한 향이 후각을 즐겁게 한다. 쥐똥나무 다음 순서는 회양목으로 자기 꽃이 피었다는 것을 지나가면서도 금방 알아챈다. 많은 작디작은 수술이 밖에 촘촘히 나열하고 가운데 암술이 지키고 있는데, 그 향이 진하면서도 공기 중에서 꽤 멀리 퍼진다. 좀 늦은 봄부터 여름의 초입까지 이들의 꽃 잔치는 그 향으로 한결 돋보인다. 옛 우리 고향집에는 쥐똥나무와 회양목이 없어 어머님과 기억이 연결되지는 않지만, 나무 꽃은 조금 관심은 덜했던 어머님은 아마도 옆에 두지 않았을 것 같다. 

꽃과 어머님을 연결시키는 것은 내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꽃을 보면서 지금도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으니 이 아니 행복이겠는가. 꽃의 향기와 모습,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이들 꽃을 그렇게 좋아하시고 가꾸시던,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던 그분은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너무나 오래되었고, 꽃을 좋아하게 만든, 그래서 그들 꽃을 보면서 그리워하는 이 마음을 남겨주셨다.
 
내 사무실에도 몇 종류의 분재와 일년초를 심어 가꾸는 화분이 있어 매일 서로 인사하고 지낸다. 어쩔 땐 깜빡 잊고 며칠 물을 주지 않고 방에 들어서면 가느다란 신음이 들린다. 물을 달라는 절박한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얼마 전 친지가 선물해준 선인장인 스투키는 선인장답게 1~2주일 만에 물을 줘야 하는데, 딱딱한 표면에 표정이 없으니 그 속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일년초는 쉽게 잎사귀의 상태로 갈증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나무 화분은 전문가의 지침을 잘 기억해 놓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식물을 좋아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삶에서 큰 즐거움의 하나이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이 일과인 것 같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찾을 수 있는 어제가 아닌 새로움을 향하여 생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식물을 좋아하고 꽃의 아름다움과 그 향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를 인도해주신 어머니를 다시 불러 본다. “어머니”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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