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한 가닥의 벼 줄기가 서로를 보듬음으로써 
긴 줄이 되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새끼가 된다
새끼 꼬기에서 서로 합치고 기대면서 협력하는 지혜를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88)

농사가 생활수단인 시골에서 생활해본 사람들은 가을 추수가 끝나고 쌓아놓은 볏단을 추수하며 얻은 볏짚의 다양한 변화를 보았을 것이다. 아마도 과거의 추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쉽게 생각나는 광경이다.

볏짚의 상당 부분은 아궁이에 넣어 밥을 짓고, 그 불이 구들장으로 빨려 들어가 방안을 따뜻하게 하는 데 쓰였다. 소 축사에서는 볏짚을 작두로 잘게 잘라 소의 식량으로 요긴하게 변신한다. 쇠죽 쑤는 데는 작게 자른 볏짚뿐만 아니라 쌀겨와 때에 따라서는 콩도 넣어 농가의 재산목록 1호이면서 농사일의 바탕인 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멍석과 가마니는 볏짚이 만들어내는 알뜰하고 꼭 필요한 농사 용구였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볏짚은 나락(벼)을 만들어낸 것만으로 자기 일을 모두 끝내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 다시 무한 변신을 하며 농촌 생활을 편리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농구의 필수재료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지금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 공룡 알(볏짚 묶은 덩이)로 남아 소먹이로 쓰일 때를 기다리지만 자원이 한정된 시절에는 참으로 유용한 생활재료로 사용되었다. 그 용도는 위에 설명한 것들 외에 또 하나는 새끼로 완전히 다른 용도로의 변신이다.
 
바쁜 가을걷이가 끝나고 시간 여유가 있는 겨울에 접어들면 집안이나 사랑방에서는 가마니 짜기나 새끼 꼬기가 일상의 일로 자리 잡는다. 이제 모든 끈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지만, 새끼는 묶고 연결하는 데 가장 유용한 필수품이었다. 특히 새끼 꼬기는 우리에게 무언의 교훈을 준다고 생각해본다. 

짚단을 추려 물을 뿌려 부드럽게 만든 다음 서너 볏짚 줄기를 양손으로 나눠 잡고 비벼 꼬면 새끼가 된다. 하나의 벼 줄기는 길어야 겨우 1m 내외인데, 이 짧은 볏짚이 이어지면 끝이 없이 긴 새끼가 된다. 볏짚 한 가닥 한 가닥이 서로 엉기고 꼬이면 긴 줄이 만들어지는데, 한 가닥은 약하나 이들이 서로 꼬이면 긴 새끼라는 강인한 줄로 변신한다. 줄기 하나가 서로를 품고 안아서 협력함으로써 강한 긴 새끼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이런 변신은 우리 사람들의 생활에도 큰 교훈을 준다고 여겨진다. 우리 자신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지구상에 있는 여러 동물보다도 우세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많지 않다. 호랑이나 사자같이 힘이 세거나 강인하지도 않고 뜀박질은 개나 여우, 늑대를 따라갈 수가 없다. 몸에는 털이 없으니 추위에 약하여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않으면 얼어 죽기 딱이다. 이런 불리한 신체조건을 타고났으면서도 이 지구에 250만 년 전 출현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위성의 주인이 된 것은 서로를 품어 안는 협동의 정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지구상 어느 동물이 서로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자기 작품을 만들어내는가! 물론 일부 동물도 사냥할 때 공동작업을 하거나 고래도 먹이를 잡는데 협동작업을 하는 것이 보이고 살 집을 같이 짓는 행동을 하나 그 행동으로 끝난다. 지식의 축적과 언어, 글 등이 연계되어 지혜가 독보적으로 축적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본성의 발휘가 없었다면 이처럼 단기간에 이 위성의 주인이 되고, 지금의 물질문명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 혼자가 가지고 있는 힘과 능력은 한계가 있으나 둘이 합하면 둘의 힘이 합이 아니라 배의 결과를 내게 된다.
 
예술이나 문학 부문에서는 혼자의 능력이 돋보일 때도 있긴 하지만, 그 업적의 뒤에는 수많은 선배의 정신적 뒷받침이 있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글로 책을 써내고 창작 발표회를 하는 것은 내 결과를 공유하는 행위의 하나다. 과학계에서도 협동과 협력은 필수이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일상화되었다.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결과를 꾸준히 공유하고 협력하며 토론을 통하여 타인과 협력한다. 

가정은 어떤가. 부부가 힘을 합쳐야 얻는 성과가 더 커지고 지치지 않고 험난한 일생을 순조롭게 항해하면서 자식들을 길러낸다. 부부가 결합하여 가정을 꾸미지 않았다면 이 세상의 인간사회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총각으로 있을 때보다 결혼해서 살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모든 많은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끼의 지혜로 다시 넘어가면 그 짧은 한 가닥의 벼 줄기가 서로를 보듬음으로써 긴 줄이 될 수 있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새끼가 된다. 그래서 여러 용도로 쓰인다. 학교 교육부터 시작하여 모든 모임이나 발표회 등 접촉이 없는 비대면 영상으로 이루어진 불행한 시기가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이런 수단으로 지식의 전달은 가능하나 경험과 지혜, 더 중요한 것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면서 얻어지는 감정의 교류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같이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은 옳은 얘기이다. 그래야 새로운 영역으로 더 쉽게 나갈 수 있다. 연인도 서로 만나야 정이 든다. 새끼 꼬기에서 서로 합치고 기대면서 협력하는 지혜를 배우면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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