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의 CS칼럼] 118. ‘레디코어’ 시대의 핵심 트렌드 ‘실패 없는 소비’

2026-04-02     손세근 명예총장
손세근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세밀하게 정보를 탐색하고, 기회비용을 계산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찾고, 새로운 경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은 가지고 있 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선택의 기준이 ‘가성비’나 ‘프리미엄’에서 ‘실패 확률의 최소화’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발생가능한 리스크를 시뮬레이션하고 대비책을 세운다. 이처럼 ‘준비된 소비자’들에게 쇼핑은 더 이상 욕망을 채우는 축제가 아니라, 후회라는 감정적 손실을 막아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 적 방어전이 되었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이 매력을 잃은 이유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는 레디코어 소비자의 철저한 계산 앞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이 저렴하면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싼 맛에 쓴다’는 타협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은 저렴한 가격이 주는 이득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느끼는 실망감과 처분의 번거로움이라는 ‘감정 비용’을 더 크게 느낀다. 

‘프리미엄’은 높은 가격 자체가 리스크다. 비싼 값을 이미 지불했기에 만약 기대했던 수준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소비자들은 이를 단순한 실망이 아닌 ‘배신’처럼 느낀 된다. 큰 마음 먹고 방문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겪는 불친절이나 사소한 맛의 기복은 브랜드에 대한 영구적인 이탈로 이어진다. 결국 지금의 소비자는 ‘비싸도 실패할 수 있고, 싸도 후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학습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이제 ‘최고’나 ‘최저’가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안정성’임을 깨 닫게 된 것이다.

‘실패 확률 제로’ 소비의 핵심은 ‘검증’과 ‘안도감’
식품ㆍ외식업계의 소비 현장에서 나타나는 레디코어적 징후는 매우 선명하다. 첫째, 새로운 맛보다 ‘이미 검증된 맛’을 고른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결제창까지 가는 것은 이미 수만 건의 후기가 쌓인 스테디셀러이다. “다들 먹 어봤다”, “실패 없는 조합”이라는 문구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된다.

둘째, 실험적인 선택을 피하고 ‘중간값의 신뢰’를 택한다. 별점 5.0점 만점의 완벽해 보이는 제품은 오히려 의구심을 산다. 반면 4.2~4.5점대의 현실적인 리뷰와 비판이 섞인 제품에 더 신뢰를 보낸다. 이제 소비자들은 완벽한 환상보다 통 제 가능한 현실을 원하기 때문이다.

셋째, 건강기능성 식품 시장에서도 이 변화는 뚜렷하다. 단순히 고단백이나 저당이라는 수치에 매몰되기보다, 이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나의 하루가 ‘관리되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구매한다. 실패하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는 자기 확신 이 소비의 목표가 된 것이다.

사례 1: 식품업계의 ‘완성형 가이드’ 밀키트 전략
초창기의 밀키트가 재료를 손질해 주는 편리함에 집중했다면, 최근의 밀키트 시장은 ‘누가 만들어도 셰프의 맛’이 나는 결과의 표준화에 집중한다. 특정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밀키트는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를 샀으니, 맛은 이미 보장되 어 있다”는 확신을 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리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주방 화력의 세기, 시간 등)를 데이터화하여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조리 실패 확률을 0에 가깝게 설계한다. 이는 레디코어 세대에게 “우리는 당신의 시간과 노 력이 실패로 돌아가지 않게 준비해 두었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사례 2: 정보 플랫폼의 ‘리스크 제거’ 큐레이션
맛집 예약 서비스인 ‘캐치테이블’이나 배달 플랫폼의 변화도 눈부시다. 단순히 맛집을 나열하는 대신 '재방문율 높은 곳’, ‘취소율 낮은 매장’, ‘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는 곳’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소비자는 이제 광고성 블로그 리뷰보다 플랫폼이 보증하는 집단지성의 데이터를 신뢰한다. “나와 비슷한 기준을 가진 타인들이 반복적으로 선택했다”는 사회적 증거는 가장 강력한 불안 완화 장치가 되어, 소비자들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시대를 지나 ‘제로 리스크(Zero-Risk)’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 “이 선택이 나를 후회하게 만들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명쾌하고 투명한 답을 제시하는 브랜드만이 소비자의 선택지에 남게 될 것이다. 

손세근(트렌드부머)|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CJ제일제당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를 역임했고, 현재 칼럼니 스트이자 청년 멘토로 활동 중이며, “꿈,일, 그리고 삶, 멘토를 만 나라”를 공저했다.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