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의 CS칼럼] 116. Know-Choice가 핵심역량이 되는 시대가 왔다
한때 경쟁력의 핵심은 노하우(Know-how)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파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조직과 시장을 움직였다. 숙련된 기술과 경험은 쉽게 대체되지 않았고, ‘잘 아는 사람’은 어디서나 인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판이 달라져 중요한 것은 노웨어(Know-where), 즉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능력이 되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정확히 입력할 수 있는 사람,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고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인재가 되었다. 노하우가 개인의 자산이었다면, 노웨어는 디지털 감각의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전환점 앞에 서 있다. AI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노하우도, 노웨어도 아니다. 이제 관건은 노초이스(Know-choice), AI가 제시하는 여러 개의 대안 중에서 최적의 가치를 선택, 결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진 것이다.
왜 지금 ‘선택’이 중요한가?
AI시대에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AI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너무 유능하기 때문이다. AI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그럴듯한 평균적인 답변을 쏟아낸다. 여기서 인간의 역할은 ‘Editorin-Chief(편집장)’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 기획을 앞둔 마케팅팀에서 AI에게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자. AI는 순식간에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며 여러 개의 소비 키워드, 다양한 콘셉트, 가격 전략을 제안할 것이다.
AI가 준 여러 개의 선택지 중에서 최종 결론을 정하는 것은 마케터의 역할인데, 그가 지닌 역량 차이에 따라 가능한 결론은 다음의 3가지 경우가 예상된다.
하수: AI가 준 첫 번째 문구를 그대로 쓴다(평범함의 함정).
중수: 여러 개의 제안 중 가장 그럴듯한 문구를 고른다.
고수(Know-choice): AI의 제안을 보며 우리 브랜드의 철학인 ‘진정성’과 맞지 않는 것은 버리고, 통과한 제안들을 조합하고 수정하여 최종안을 선택한다.
결국 노초이스 역량은 AI에만 의존하지 않고,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나만의 가치(Value)를 덧입히는 과정을 거쳐야만 최적의 성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노초이스 시대를 살아가는 3가지 원칙
그렇다면 이 시대의 리더와 인재들은 어떻게 노초이스 역량을 길러야 할까?
첫째, 질문의 격(格)을 높여라.
좋은 선택지는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AI에게 “글 하나 써줘”라고 하면 평균적인 글이 나오지만, “전문적인 톤으로, 30대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 희망적인 결말로 써줘”라고 구체적인 맥락(Context)을 주면, 선택지의 품질이 달라진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선택의 첫걸음이다.
둘째, 비판적 문해력(Digital Literacy)을 갖춰라.
AI는 거짓말도 청산유수처럼 한다. 팩트를 검증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른지 판단하는 눈이 필요하다. 제조공장에서 불량품을 제대로 골라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이제는 정보의 바다에서 ‘오염된 정보’를 걸러내는 안목이 필수적이다.
셋째, 자신만의 철학(Originality)을 구축하라.
AI는 데이터를 조합하지만, 인간은 가치를 부여한다. 선택의 순간, 기준이 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철학과 경험이다.
사고력, 문해력을 통해 최상의 선택을 해야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종전엔 외면받던 철학, 언어학 등 인문계 학과의 대입 경쟁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문해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책임’은 AI가 아닌 인간의 몫이다. 노하우의 시대, 노웨어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이제 매 순간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노초이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AI의 성능에 압도되지 말자. 결국 그 결과물 중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사고력과 문해력을 통해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책무다.
손세근(트렌드부머)|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CJ제일제당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를 역임했고, 현재 칼럼니스트이자 청년 멘토로 활동 중이며, “꿈, 일, 그리고 삶, 멘토를 만나라”를 공저했다.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