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의 CS칼럼] 115. 불황에도 팔리는 식품의 비밀
불황이 깊어질수록 소비자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똑같은 월급으로 더 많은 불안을 감당해야 할 때, 우리는 ‘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 나간다. 그런데도 마트 장바구니 안에는 꾸준히 담기는 식품들이 있다. 심지어 더 많이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 비밀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석해 본다. 불황에도 팔리는 식품은 단지 값이 싸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와 루틴을 건드리는 제품들이다.
“이건 기본이지” – 필수식품의 꾸준함
불황이 오면 줄이는 소비가 많지만, 그럼에도 줄이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집밥의 재료’다. 계란, 김, 참치캔, 라면, 두부, 냉동만두, 국간장, 햇반 등은 여전히 잘 팔린다. 왜냐하면 이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살림을 지탱하는 최소 단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수 식품군은 외식 대신 집에서 해결하려는 수요에 맞춰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에 소용량 패키지나 장기 보관 가능한 포장 기술을 개발하여 소비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편리함을 높이고 있는데, CJ제일제당의 햇반, 동원F&B의 양반김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이처럼 가정의 기본을 지켜주는 필수식품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살아남는다.
“작지만 확실하게” – 소확행 식품의 위로
커피 한 잔, 감자칩 한 봉지, 초콜릿 한 조각. 큰 사치는 못하지만, 작은 기쁨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소비자 심리가 있다. 바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식품이다. GS25의 트러플 감자칩, 이마트24의 스페셜티 드립백 커피, 스타벅스 RTD 음료 같은 제품은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1인 가구는 ‘나를 위한 작은 선물’로 소형 디저트, 프리미엄 간식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소확행 식품은 단순한 군것질이 아니라 감정적 안정제이다. 기업은 이를 감성 마케팅으로 풀어내며, ‘자기보상형 소비’를 자극한다.
“이건 싸다고 못 사지” – 가치소비 식품의 존재감
불황에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는 늘 존재한다. 바로 ‘내 기준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판단되는 제품들이다. 예컨대, 비건 마요네즈, 저당 요거트, 동물복지 유정란, 친환경 포장 된 두부 같은 제품군은 이런 가치소비를 대표한다. MZ세대는 이 흐름의 주도층이다. 브랜드의 철학, ESG 이미지, 건강 지향성 등 가격 외의 가치를 소비하는 습관이 깊게 뿌리내렸다.
이런 소비자에게는 ‘단순히 싸기만 한 제품’보다 ‘의미 있는 소비’가 중요하다. 기업은 이를 겨냥해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일 챙기니까 끊을 수 없어” – 리추얼 식품의 일상화
요즘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리추얼 라이프’다. 즉, 습관처럼 반복되는 식품 소비다. 아침마다 마시는 유산균, 점심 전에 먹는 프로틴바, 저녁에 챙기는 비타민, 미네랄...이들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 ‘고정 지출’이 되었다. 정관장, 뉴트리, 종근당건강 등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는 이 틈새를 공략해 정기배송 서비스와 앱 기반의 섭취 알림 등을 제공하고 있다.
리추얼 식품은 마케팅보다 ‘습관 설계’가 중요하다. 한 번 루틴에 들어간 제품은 쉽게 바꾸지 않는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살아남는 식품은 제품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우리는 가성비를 따지지만, 감성비도 함께 계산한다. “이 제품은 내 하루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편하게, 기분 좋게 만들어줄까?”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게 하는 식품, 그것이 바로 불황기 생존 식품이다.
꼭 있어야 하는 기본 (필수식품), 나를 위한 작은 선물 (소확행 식품), 철학 있는 선택 (가치소비 식품), 일상에 녹아든 루틴 (리추얼 식품)의 네 가지 키워드는 식품 산업뿐 아니라 모든 유통업계가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라고 본다. 불황에도 살아남는 식품은 제품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손세근(트렌드부머)
|식품안전상생재단 명예총장
CJ제일제당 CCO(고객만족 총괄책임자)를 역임했고, 현재 칼럼니스트이자 청년 멘토로 활동 중이며, “꿈, 일, 그리고 삶, 멘토를 만나라”를 공저했다. (블로그: blog.naver.com/steve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