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식품진흥원 이사장 “K-푸드, 제조업 넘어 ‘지식 산업’ ‘문화 콘텐츠’로 도약해야”
“‘대한민국 식품 기술의 본산’으로 우뚝 서겠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에게 듣는 식품산업의 미래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중심인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생산 중심의 기지에서 푸드테크와 문화가 어우러진 미래형 산업 생태계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덕호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K-푸드의 질적 도약을 위해 식품 IP(Intellectual Property) 도입과 민간 기획사 육성, 그리고 전국적인 식품클러스터 거점 구축이라는 세 가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유 공장’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투자 장벽을 허물고 생산 효율을 높이며 지식 기반의 새로운 식품산업 지도를 그려가는 중이다. 이미 75.9%의 분양률로 1단계 사업을 마친 식품진흥원은, 2026년 착공될 176만㎡ 규모의 2단계 사업을 동력으로 삼아 전국의 식품기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식품 기술의 본산’으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이다.
3대 혁신 방안과 공유 인프라로 식품산업 진입 장벽 낮춰
2단계 국가산단 확장과 복합혁신센터 구축으로 아시아 식품산업 허브 도약
식품진흥원의 주요 역할과 일반 산업단지와 차별화 되는 특징은?
식품진흥원은 식품기업의 연구개발(R&D), 시제품 제작, 품질검사, 수출 마케팅까지 전주기적 지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일반 산단이 단순히 생산부지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산·학·연·관 네트워크가 집약된 ‘산업 생태계’라는 점이 다르다. 기업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입주해도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 글로벌 수출까지 한 곳에서 연결되도록 지원하겠다.
식품산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푸드테크’와 ‘문화’가 결합된 고차원 산업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를 위한 방안은?
세 가지 핵심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식품 저작권(IP) 제도’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 K-팝처럼 레시피와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둘째, ‘민간 식품 기획사(K-Food Agency)’ 육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셰프와 마케터가 팀을 이뤄 스타 상품을 기획하는 전문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지역별 소규모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국 주요 거점에 식품 중심 복합타운을 만들면 지방 소멸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공장 한 업주’ 원칙을 깬 ‘공유 공장’ 시스템을 도입해 청년 창업자들이 시설 투자비 없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국가식품클러스터의 1단계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 중인 2단계 사업 상황은?
1단계 분양률이 이미 75.9%(129개사 입주)에 달해 추가 부지 확보가 절실하다. 이에 익산시 왕궁면 일원 약 176만㎡(53만 평) 부지에 5472억 원을 투입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2단계는 전통 식품을 넘어 푸드테크, 펫푸드, IT, 스마트팜 등 미래 첨단 업종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이미 계획 면적 대비 127%의 투자 수요를 확보했으며, 2026년 말 착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K-푸드 수출 현장에서 식품진흥원이 자처하는 ‘기술적 허브’ 역할은 기존 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단순 판로 개척을 넘어 ‘기술적 규제 대응’에 주력하려고 한다. 국가별 성분 분석(할랄 등)과 ESG 규제에 대한 전문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인의 식문화와 감수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품 기획에 반영하는 전략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국무총리 방문 등을 계기로, 진흥원은 이제 익산을 넘어 전국 식품기업을 지원하는 국가적 전문 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익산에 추진 중인 식품문화복합혁신센터는 산업·문화·관광을 아우르는 상징 사업으로 꼽힌다. 센터가 완공되면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
식품문화복합혁신센터는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지역사회를 잇는 푸드 라이프스타일의 허브로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식품진흥원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약 9542㎡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연면적 5935㎡)의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은 생산을 넘어선 강력한 비즈니스 거점을 갖게 된다. 1층의 식품판매관과 3층의 대규모 컨퍼런스룸 등 식품 비즈니스 공간을 통해 제품 홍보는 물론, 바이어 상담과 글로벌 비즈니스가 상시 이뤄질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한국 식품의 가치를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형 문화 공간이 될 전망이다. 2층 식품문화체험공간에는 K-Food 문화관, 푸드테크 체험관, 플레이푸드 킹덤 등이 들어선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직접 요리하고, 식재료와 조리가 결합된 신개념 식당인 그로서란트(Grocerant)를 경험하며 식품산업의 미래를 즐길 수 있다.
지역사회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선 식품산업 관광 도시로 도약할 계기를 맞이할 것이다. 익산의 풍부한 식품 인프라에 문화와 관광 요소가 결합되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이 불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 센터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비즈니스와 교육, 체험이 한곳에서 어우러지는 국내 유일의 식품 혁신 플랫폼으로서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K-푸드의 세계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식품진흥원이 국내 식품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K-푸드는 이제 한류와 맞물려 세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을 기회로 삼아, 국내 기업이 안정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 초청 상담회, 글로벌 전시회 참가 지원, 해외 인증 취득 지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분야인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K-푸드 홍보와 현지화 전략을 지원해 세계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류 콘텐츠와 연계해 K-푸드를 문화와 함께 알리는 작업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식품 기업이 단발성 수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유통망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융합클러스터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식품융합클러스터 시범사업은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역할을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내년 1월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뒤 공모 절차를 거쳐 1개 권역을 우선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권역은 국가식품클러스터와 긴밀히 연계해 기업 지원을 받게 된다.
특히 ‘K-푸드 클러스터 협의회’를 중심으로 국가와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소식품기업과 스타트업이 지역 거점의 전문기관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인프라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범사업을 기반으로 2027년에는 2개 권역을 추가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전국 9개 권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K-푸드파크 조성 경과와 활성화 방안은?
K-푸드파크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산업과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다. 식품문화복합혁신센터를 핵심 시설로 하고, 인근 저류지와 도리산을 연계한 복합 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식품문화복합혁신센터는 기본 및 실시설계를 준비 중이며,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저류지는 휴식과 산책이 가능한 공간으로, 도리산은 야외 쉼터와 문화시설을 갖춘 도시숲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완공 이후에는 입주기업의 제품 홍보와 전시, 각종 행사와 회의가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K-푸드 문화 거점으로 활성화해 나가겠다.
할랄·코셔 등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은?
할랄과 코셔 시장은 K-푸드의 새로운 성장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이미 이 시장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12개 기업지원시설과 1114종의 장비를 활용해 제품 시험과 분석, 품질평가를 지원하고, 할랄과 코셔 인증 취득까지 연계할 계획이다. 또 해외수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수출 애로를 진단하고, 인증과 시장 정보를 한 번에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도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 중 일부는 할랄 인증을 취득해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목표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
식품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중점 추진 방안은?
식품산업은 장비와 시설 투자가 중요한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식품진흥원은 공공 인프라를 기업에 적극 개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공유주방’을 통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생산장비를 활용해 실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신제품 출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앞으로는 공유실험실을 확대해 고가의 분석장비도 개방하고, 해외식품인증지원센터 지정을 통해 기술, 분석, 인증, 인력 양성까지 수출을 위한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식품정보플랫폼 활용 현황과 우수사례는?
디지털식품정보플랫폼은 흩어져 있는 식품 관련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기업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서비스 개시 이후 현재까지 8700건 이상 활용되며,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비건 베이커리 기업 ‘더브레드블루’가 있다. 이 기업은 식물성 원료와 기능성 원료를 결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플랫폼을 통해 기능성 원료 공급처와 가공기계 제조사, 전문가를 빠르게 매칭했고, 그 결과 시제품 2종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특히 전문가 탐색과 컨설팅 기간이 기존 22일에서 2일로 크게 단축됐고, 제품 불량률도 15%에서 3%로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디지털식품정보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신제품 기획과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
식품진흥원의 지난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식품진흥원이 역할과 범위를 확장한 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을 넘어, 식품기업의 성장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는 기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현장 중심의 기업 지원을 강화했고, 디지털 플랫폼과 수출 지원, 식품문화 분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과는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준 임직원과 함께 협력해준 기업들 덕분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가겠다.
새해를 맞아 식품기업과 국민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식품산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산업이다. K-푸드는 이제 한류를 넘어 일상 속 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진흥원은 기업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특히 중소식품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술과 자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와 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겠다.
국민 여러분께는 K-푸드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와 가치로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해에도 식품진흥원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기업과 국민 곁에서 함께 성장하는 기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