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기능성 표시ㆍ광고 제도, 재정립이 절실하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오인 우려로만 볼 것인가?  과학적 실증 기반 ‘신고제’ 도입으로 신뢰 회복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118. 

2025-11-26     김미연 변호사
김미연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김미연 변호사입니다. 식품의 기능성 표시ㆍ광고에 대한 심의, 자문, 행정심판의 심리 등을 담당하면서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왔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규정의 내용과 그 해석, 적용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고 단속에도 한계가 있어 제도와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능성표시식품 광고심의에서는 문구 하나하나를 세밀히 검토하여 제한하는 반면, 건강기능식품도, 기능성표시식품도 아닌 글루타치온, 멜라토닌, 콘드로이친 등은 특별한 제한 없이 그 효능을 광고하는 것을 보면서, 엄격한 광고심의가 과연 맞는 방향인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제1항 제3호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부당한 표시광고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법 시행령 [별표 1] 제3호는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른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모두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광고는 몇 가지 예외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기능성은 건강기능식품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건강기능식품법은 “기능성”을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이라도 영양소 기능, 생리활성기능 등 기능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식품에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모두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식품의 약리적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 전부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식품제조업자 등의 영업의 자유, 광고표현의 자유,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으로 헌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영양섭취라는 식품으로서의 주된 기능을 인정하면서 식품이 가지고 있는 보조적ㆍ부수적 효과로서 객관적인 약리적 효능에 관하여 표시ㆍ광고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숙취해소’ 표시를 금지한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관하여는, 식품에 숙취해소 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시를 금지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 및 광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제1항 제3호에 대하여, (일반)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그 본질ㆍ목적ㆍ기능이 상이하다는 전제 하에, 위 조항이 (일반)식품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건강상의 장점을 전혀 표시ㆍ광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 해당 여부와 관련하여 실제와 다른 잘못된 인식을 할 우려가 있는 광고만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아 합헌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식품의 원재료로 쓰인 농수산물이 특정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였더라도 식품에 대한 표시광고로 보일 뿐이라고 하여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체로 식품이나 그 원재료의 효능에 대한 표시광고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의학박사의 저서에 등장한 문구,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 등을 이용하여 광고한 경우에도 ‘사회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여,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가 양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하여, 식약처는 농수산물이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된 경우, 농수산물인 원재료의 효능을 표현하더라도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가 해당 원재료의 효능ㆍ효과를 최종 제품의 효능ㆍ효과로 오인ㆍ혼동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해석의 불일치는 식품 영업자들에게 기능성 표시광고의 허용 범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식품표시광고법 [별표 1] 제3호 단서, 나목에 근거하여 일반식품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기능성 표시광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식약처 고시인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입니다.

현재 위 규정은 주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 중 29종을 사용한 경우 기능성 표시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는 일부 배합된 것일 뿐임에도 해당 원료에 대해서만 기능성 표시광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혼란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위 규정에 따라 출시된 식품인 ‘PGA두부’는 두부에 폴리감마글루탐산(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 체내 칼슘흡수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일부 배합된 것인데, 이 식품은 원래 두부이므로 두부나 그 주원료인 콩을 섭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을 표시광고할 수 있어야 하나, 위 규정 및 식약처의 해석에 따르면 두부나 콩의 효능에 대해서는 표시광고할 수 없고 위 두부에 “체내 칼슙흡수 촉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감마글루탐산이 들어 있다”는 내용만 표시광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 제도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킵니다. 일반식품이 식품으로서 가지는 약리적 효능, 건강상의 이점이 바로 ‘기능성’이고, 그것이 과학적 근거를 통하여 실증 가능한 경우 표시ㆍ광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9조, 동법 시행규칙 제9조, 「식품등의 표시 또는 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도 식품 표시광고의 실증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반식품의 기능성을 실증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규정 체계상으로도 타당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를 허용해야 할 당위성과 무분별한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조화롭게 해결할 방안은 실증에 기반한 신고제 도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에 국한하지 말고 자연 상태의 농수산물이나 이를 원재료로 한 가공식품까지 포함해서, 일정 요건의 실험결과, 학술문헌 등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경우 식품을 섭취하여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 즉 기능성을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신고제를 통해 Positive List System으로 운영하되, 현재의 기능성표시식품 제도와 같이 예외적, 제한적으로만 허용하지 말고, 실증자료를 갖춘 경우 등재될 수 있도록 List를 폭넓게 개방하자는 것입니다. 

식품표시광고법에 기능성 표시 및 신고의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제1항 제3호의 건강기능식품 오인 우려 유형은 차라리 ‘건강기능식품에 대하여 식약처장이 인정하지 않은 기능성을 나타내거나, 일반식품에 대하여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한 것과 다른 기능성을 표현하는 표시ㆍ광고’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개정하여, 기능성 표시광고에 대한 허용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된 ‘바나듐 쌀’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과대광고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의 구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근본적인 구별 기준은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그 자체를 얻기 위한 식품이고, 일반식품은 영양섭취를 주된 목적으로 하되 부수적으로 기능성을 얻을 수 있는 식품입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법은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일반식품과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에 기능성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제조ㆍ가공된 식품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능성을 얻기 위한 보충제 형태의 식품은 기능성 원료ㆍ성분을 농축하게 되므로,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에 포섭하여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안전성에 관한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일반식품은 기능성을 얻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므로, 원료ㆍ성분을 농축하여 정제ㆍ캡슐 제형으로 제조하는 것을 제한하고, 제품명에도 성분명 등 기능성과 직결되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마토주스에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라이코펜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실증자료를 갖추어 신고한 후 일반식품의 기능성으로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있도록 하고, 라이코펜을 추출, 농축하여 정제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GMP를 준수하도록 하는 등 건강기능식품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표시식품, 그 외의 일반식품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식품업계 종사자들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도는 지키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 제도는 규제만 있고 혜택은 적으며 지키지 않는 사람이 더 유리한 구조입니다. 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 제도에 대한 재정립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