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 비교표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표시광고 실무와 이슈 진단 22.
본인 스스로가 가장 초라해 질 때는 바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할 때입니다. 스스로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접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학교생활 등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되자,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지금 청소년들에게 아예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청소년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이미 성인들조차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 등을 통해서 유명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동경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되거나 피해를 받고 있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완전하게 나만 보면서 사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하겠지만, 자신의 장점을 잊고서 타인의 장점과 자신의 단점만을 비교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결국 기준이 문제고,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우리 삶이나 식품 역시 자신 또는 타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없게 됩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저염’, ‘저당’, ‘라이트’ 등의 문구가 붙은 제품들이 눈에 띕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업계도 이에 발맞춰 나트륨과 당류를 줄인 제품들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표시를 하려는 영업자들은 복잡한 기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을 30% 줄였는데, 이걸 어떻게 표시해야 하나요?”, “세부분류별 평균값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덜, 라이트 같은 용어를 쓰면 안 되나요?” 같은 질문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나트륨ㆍ당류 저감 표시는 소비자의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하고, 업체들의 자발적인 저감 노력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위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비단 당류나 나트륨뿐만아니라 다양한 제품에 포함된 원료가 과거 자사 제품에 비해 더 업그레이드되어 함량이 증가했거나 혹은 시중의 다른 회사 유사 동종 제품에 비해 월등히 많은 함량을 가지고 있을 때 영업자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든 강조해서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시도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결국 「식품 등의 표시 기준」입니다. 영양성분 표시를 ‘덜’, ‘더’, ‘감소 또는 라이트’, ‘첫’, ‘줄임’, ‘강화’, ‘첨가’ 용어를 사용하여 강조표시를 하지 않고 단순 사실만을 표시한다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양 강조 표시 용어를 사용하려면 식품 등의 표시기준의 규정에 따라 동일한 식품유형 중 시장점유율이 높은 3개 이상의 유사 식품을 대상으로 표준값을 산출해서 백분율 또는 절대값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자사 또는 타사 제품이라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나트륨과 당류는 별도로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고시 규정에 따라야만 합니다. 해당 고시에서는 ‘세부분류별 평균값을 기준으로 10% 이상 저감한 경우. 이 경우 세부 분류별 평균값은 시중 유통 중인 식품의 세부분류별 나트륨ㆍ당류 함량의 평균값을 대상으로 산출한다’라는 조항과 ‘세부분류별 자사유사제품 대비 비교단위당 25% 이상 저감한 경우(다만, 식품의 세부분류별 나트륨ㆍ당류 함량의 평균값 이하인 경우에 한한다)’라는 두 가지 조건이 있으므로 이를 충족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이 생긴 이유는 분명합니다. 만약 아무런 기준 없이 ‘저염’이나 ‘저당’ 표시를 허용한다면,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마치 건강에 훨씬 좋은 것처럼 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입니다. 특히 원래 나트륨이나 당류가 매우 높았던 제품이 조금만 줄이고도 ‘저감’을 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너무 복잡하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너무 느슨하면 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생깁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규제는 칼이 아니라 가이드여야 합니다. 영업자들의 나트륨과 당류에 대한 저감 노력을 장려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점을 찾아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