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산책] 일상이 일상이어서 행복하다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10)
어제와 큰 다름이 없는 오늘을 맞고 있다.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아침 식사, 큰 문제가 없는 배변, 칫솔질하는데 잇몸이 아프다. 어제 없던 새로운 증상이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면도날이 조금 무디어졌나 보다. 수염이 조금 뜯기니. 내일쯤은 휴대용 면도기를 새것으로 바꿔야겠다. 옆 박스 안에 여분이 있으니 그냥 손만 뻗으면 된다. 아침 뉴스에 혈압 올리고 짜증 돋우는 정치권 얘기 대신 올림픽 승전보는 너무나 고맙다. 메달을 국민에게 안겨주는 것도 대견하나 메달을 향한 그 집념과 노력, 올림픽 선수가 되기 위해 흘린 땀과 그 많은 시간의 집념, 그들은 메달과 관계없이 그 노력에 충분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 메달은 단지 힘씀에 대한 표시 나는 보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일에 흠뻑 빠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동을 한다. 사무실 앞 카센터에서 용접하는 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살면서 어찌 카센터의 용접공뿐이랴, 자기 일에서 온갖 노력으로,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경우가 주위에는 많다. 우리가 그 광경에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우리 곁에 있고 그 몰입상태에서 무한 행복을 느낀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오늘 나에게 주어진 변화 없는 일상에서도 변화 없음 그 자체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인가. 행복은 마음속에서 이는 만족감, 긍정의 마음을 바탕으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충만한 감정이다. 정말 소소하다. 내 손녀가 건네주는 사탕 한 알, “ 할아버지 이거 잡수세요.”라는 말에 감동하고 꼭 껴안아 줄 때 혈육에서 오는 신비의 감정, 일순간이긴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고 행복한 하루가 또 있음을 느낀다.
하루하루가 여일(如一)하다고 한다. 큰 변화 없이 어제의 일이 오늘 같이 찾아오고, 그 찾아온 일들이 나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을 때 다름을 느끼며 설레는 것도 그냥 내가 느끼고, 맞는 변화로 일상의 한 부분이라 여기면 어찌 일상이 아닌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도 나에게 쓰는 영감을 주는 그 감정에 감사하면서 일상의 한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제는 가볍게 몸 이상을 느껴 이웃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젊은 의사분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진단을 내린다. 약 며칠 드시면 낫겠어요, 그 말에 병원 찾았던 아픔이 싹 가시는 기분이다, 약국에서 약을 받고 나오는데 갑자기 내가 사는 이 사회, 이 국가, 그리고 이 나라를 이렇게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고 일어나 먹고, 움직이는 모든 행동이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고, 보이지 않게 보살펴주고 있는 내 주위에 진정 마음 다하여 감사한 생각이다. 매일 일상을 순수한 내 일상으로 보장해 주는 내 주위, 그 보살핌에 만족하면서 이런 일상을 준, 모두에게 내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같이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때론 짜증스러운 일도 눈에 보이고 일어나는 주위의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찌하리. 그것이 내가 관여하여 달라질 것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마음 끓일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고 한발 물러난다. 내일은 또 다른 일로 언짢았던 것이 보상될 것이라 치부하면서.
날씨가 무척 덥다. 이 더위도 아마 며칠이면 고개를 숙이고 다음 계절로 가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맞는 것, 그 또한 희망을 품고 있다는 즐거움이 아닌가 하고 마음 다독거린다. 살다 보면 생각 나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조금 긍정적으로 보면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것이 정상이라는 신호에 안심하고, 땀을 닦는다. 오늘도 조그만 변화가 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아 그 일상을 즐기고 있다. 일상이 있어 벗어난 삶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가른다. 일상으로 이어지는 삶은 공허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