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산책] 팔정도(八正道)와 사정도(四正道)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306)
정상적인 생활 태도와 보편적인 상식을 갖고 살아가는 성인(成人)들은 자기 나름대로 알게 모르게 삶의 기준을 정해놓고 산다. 딱히 내세우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자신이 세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말이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사람이면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따르도록 가르치고 있다. 불교에서는 팔정도(八正道)를 정하여 정견(正見), 정사(正思),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으로 수행 길을 제시하고 이를 따라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길을 밝혀주고 기독교에서는 사랑, 겸손, 믿음과 순종, 정직과 성실 등 생활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정신적인 영역으로 자기 자신을 관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들 종교적인 가르침에 따르면 이 세상은 평화와 안정, 그리고 행복이 충만한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이들 종교지도자의 가르침과는 어울리지 않게 살생이 계속되는 전쟁이 그치지 않고 동물의 본성인 약육강식이 빈번히 일어나며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면서 이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바람이 결국 종교에 의지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다.
이상향을 지향하나 인류가 이 지구에 출현한 250만 년 동안 어느 한때도 종교에서 제시한 삶을 이룬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과연 미래에도 그런 유토피아가 인간 세상에 올 것인가. 글쎄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탐욕과 욕심, 시기심, 어리석음 등 인간의 바닥에 깔린 본성, 그리고 생로병사의 엄연한 현실, 이들의 틀에서 인간들이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인가. 육체를 갖고 있으며 생활을 해야 하고, 삶에서 가진 것을 지키고 더 갖고 싶어 하는 욕망, 이들을 쉽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 성현이 아니고는 인간 본성을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보통의 생활인에게 종교에서 제시하는 지침은 그대로 모두를 따르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평범한 범인의 경우 사정도(四正道) 정도는 자기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바람의 정도가 너무 높으면 이룰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해 버릴까 봐 그저 나 자신이 조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소박한 마음가짐을 생각해 본다. 살아가면서 내 건강을 지키고 생각을 바르게 끌고 갈 수 있는 생활지침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나 여겨진다. 그래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정리해 보면 사정도(四正道) 정도가 되지 않을까.
평범한 범인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육체적 건강, 생활하는데 내 몸이 정상적으로 움직여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젊었을 때는 전연 생각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노쇠해가면서 육체의 한 부분씩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경우를 당하게 되면 그 부위가 내 생각을 잘 따라주었을 때의 그 고마움을 철 늦게 깨닫는다. 이런 현상을 감안하면 4정(四正), 즉 정식(正食), 정동(正動), 정면(正眠), 정사(正思)를 생활지침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정식(正食), 옳게 먹는 것만큼 우리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상은 없다. 정량(正量)을 정시에, 합리적인 구성으로 먹으면 반절의 건강은 지킬 수 있다. 이것은 내 의지에 의해서 지킬 수 있는 지침이다.
다음 정동(正動), 우리 육체는 기계와 같아 한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노쇠하여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미 의학계에서는 1주일 누워있으면 근육의 10%가 감소하고 2주일이면 20%, 이때는 기동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아무튼, 움직일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움직여 근육이 퇴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일은 자기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은 정면(正眠), 의학계에서는 자는 동안 우리 체내의 뇌를 포함한 장기들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수리의 기능을 계속한다고 한다. 뇌 기능도 쉼에 따라 축적된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한다. 숙면하지 못한 날은 온종일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가 어렵다.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다음은 정사(正思), 옳고 바른 생각을 갖도록 나 스스로 마음 다짐이 필요하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건강해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 바르지 못하면 바로 육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육체에 관계되는 3가지 항목에 한 가지, 마음 씀을 제대로 하면 보통인이 큰 탈 없이 주어진 생을 의미 있게 맞고 마지막에 편안히 눈감을 수 있지 않을까.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