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산책] 핸드폰, 정신 영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305)

2025-04-23     식품저널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핸드폰은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보조기구이니 여기에 의존하여 나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자초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전철 승객의 90%는 핸드폰에 몰입되어 있다. 이런 현상이 과연 정상인 사회인가.

 

유선 공중전화가 전철역 입구에 덩그러니 벽에 기대어 자리를 잡고 있다. 몇 년 사이 이용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생경하다. 그래도 사용할 사람을 끈기 있게 기다린다. 핸드폰에 완전히 제 역할을 내준 것을 모르는지. 
 
핸드폰은 우리 일상생활을 크게 변화시켰고 편리함을 제공하는 이기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핸드폰(cellar phone) 사용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인 관심 사항이 되었다. 아주 편리한 손안에 드는 전자기구이지만 그 편리함 못지않게 반사적인 폐해를 심각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런 우려의 결과로 여러 나라에서 사용에 나이 제한을 두어 핸드폰 소유를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세 이하 영유아는 TV 등 스크린 시청 금지, 11세부터 영역별로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조선일보, 2024. 9. 20).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우려의 차원을 넘어 공포스럽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손안의 전자기기에 몰입하여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는 아바타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핸드폰 이용은 중독 현상으로 정신 영역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길거리에서도 핸드폰에 몰두한 행인을 조심해야 한다. 방향이 잡히지 않으니 예상하지 않게 충돌한 위험이 있고 상대가 젊은이라면 나이 먹은 사람이 힘에 밀려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핸드폰은 다른 기기와 크게 다른 점이 많다. 그저 간단한 조작으로 온 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게임, 놀이, 지난 연속방송극, 경기 중계는 물론 바둑을 두는가 하면 화투도 가능하니 폭넓게 이용방법을 알면 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가내 기기를 원격관리할 수 있고 스마트팜은 핸드폰이 필수다. 수시로 문자 교환이 가능하고 화상통화는 극치다.
 
세상만사가 좋은 것이 있으면 그것에 반하여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입맛에 딱 맞는 최고의 단맛, 설탕은 인간의 구미에 얼마나 잘 맞는가. 그러나 설탕 과량 섭취에 의한 폐해는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세계인의 건강 문제인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당뇨병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생명 유지에 필수이지만 필요량을 넘었을 때 오는 폐해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미국인의 60% 이상이 비만이고, 저개발국도 비만의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닌 심각한 수준이다. 모든 만성병이 비만과 직ㆍ간접적으로 관계가 있으니 과하면 해를 본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류출현과 함께 따라 붙었던 환각물질, 즉 마약류인 마리화나나 아편(모르핀), 그리고 알코올성 음료, 모두가 우리 정신 영역에 영향을 주고 중독 현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을 파괴하고 일생을 초토화한다. 강력한 중독성이고 자기 의지 때문에 관리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핸드폰이 바로 이 중독 현상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일상생활을 모두 이 핸드폰에 의지해야 하고 손에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정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핸드폰을 조작한다.
 
핸드폰의 폐해를 몇 가지로 구분해보면 시력 저하 문제다. 전자파를 오래 접하면 눈의 피로와 함께 시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야간사용은 뇌에 작용하여 숙면을 방해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현상이다. 또한, 핸드폰에 의해서 전달되는 많은 정보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들 정보에 의지하다 보면 옳은, 이성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하여 흥분, 불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면 정신적으로 정상 사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아울러 사회적 관계도 문제가 된다. 핸드폰과의 대화로,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단절된다. 혼 밥하는 경우 상당인은 혼자 밥을 시켜 먹으면서 한쪽에 핸드폰을 놓고 밥 한 숟갈 먹고 다시 핸드폰으로 눈을 옮겨 화면에 몰두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왕따가 될 것이고 고립된 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핸드폰과의 일방소통은 대인관계에서 필수인 쌍방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핸드폰의 정보는 내 의사가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그냥 수긍해야 할 일방정보수용이다. 즉 비판 기능도 없고 판단기준이 없으니 옳고 그름 없이 그냥 수용할 뿐이다. 이런 주입식 정보 흡수는 독단, 외고집의 성격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인간사회 활동은 상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고 조정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합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핸드폰에 의존하다 보면 대면 소통과정이 불가능하니 내 지금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없고 비교가 없으니 생각이 전부로 여겨 독불인 상태가 된다. 근래 이유 없는 우발적인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 충동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들이다. 자기 자신의 판단능력이 결여되어 본능적 반작용에 의한 행동이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핸드폰에 있는 세상과 내가 발붙이고 있는 이 세계와의 괴리된 관계가 원인이 되며 여기에 자기의 판단력까지 마비되면 그 끝은 되돌릴 수 없는 나락행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성찰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어린 세대는 이 핸드폰이 정신적인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제 핸드폰은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보조기구이니 여기에 의존하여 나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자초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전철 승객의 90%는 핸드폰에 몰입되어 있다. 이런 현상이 과연 정상인 사회인가. 이는 남녀노소가 구분되지 않는다. 잠시라도 허접스러운 외부정보 흡수보다 조용히 내면의 사고를 통하여 마음속 생각을 길어 올리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