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가 A사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함에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96. 미사용 등록상표의 상표권침해소송에 휘말리면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바른 식품의약팀 정영훈 변호사/변리사입니다. 오늘은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 침해경고를 받은 경우의 대처방안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허권자가 자기 스스로는 물론이고 실시권자를 통해서도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는 너무 많습니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특허권자이기는 한데,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고 있으면서 특허침해자를 상대로 특허권을 행사하여 수익을 내는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는 업체를 말합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를 하는데 장애가 없고, 특허발명의 비실시를 이유로 특허권이 취소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이 상표를 대하는 태도는 특허를 대하는 태도와 전혀 다릅니다. 기술은 ‘창작물’인 데 반해, 상표는 ‘선택물’이기 때문입니다.
A사가 식당체인업에 관한 등록상표를 가지고 있는데, 등록상표를 식당체인업에 사용한 적도 없으면서 오로지 상표권을 행사하여 수익을 낼 생각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떡볶이 프랜차이즈 B사를 상대로 상표권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고 합시다. 상표권침해소송에서의 대표적인 쟁점은 상표의 유사 여부이고, 실무에서는 ‘B사의 사용상표가 A사의 등록상표와 유사한지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질 것이지만, 이하 두 상표가 서로 유사하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B사는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까요?
우선 B사는 A사를 상대로 불사용을 이유로 상표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A사가 상표등록을 받고도 3년 이상 자신의 등록상표를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상표등록이 취소됩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위 3년은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이므로, B사는 가능한 서둘러 취소심판을 청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앤아웃(IN-N-OUT) 버거’를 아시나요? 인앤아웃은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인앤아웃 버거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등록상표 ‘IN-N-OUT BURGER’를 보유 중인 인앤아웃이 불사용을 이유로 상표등록이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하는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위 예시로 돌아와, B사는 A사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표권은 등록상표 그 자체를 보호한다기보다는 그에 화체된 신용을 보호하므로, A사가 등록상표를 사용한 바 없다면, B사의 상표권침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4다59712, 59729 판결 참조).
이상 미사용 등록상표의 상표권침해소송에 휘말린 경우의 대처방안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상표 등 지식재산에 관한 분쟁을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표법을 비롯한 지식재산에 관한 법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