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산책]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감사의 마음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285)
세상 이치는 상대적인 경우가 많다. 나와 반대되거나 비교되는 것이 있어야 내 존재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어둠과 빛이다. 어둠이 없다면 어찌 빛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으랴. 이 반대도 같다. 즉 빛이 차단되어야 어둠의 존재가 부각된다. 완전한 어둠은 빛을 거부해야 존재할 수 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촛불은 온 방을 채우고도 남지만 한낮 밖의 태양 아래에서는 그 빛은 존재 자체가 희미하다. 상대적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은 어떤가. 뜨거워야 차가움을 느낀다. 뜨거운 목욕탕에 있다가 찬물에 들어가면 그 차가움을 더 크게 느낀다. 뜨겁고 찬 것은 반대인 것이나 상대가 있어야 자기가 더 부각된다. 상대적인 현상이다.
물과 불은 어떤가. 상극이다. 불은 물에 의해서 존재가 사라지나 물은 불에 의해서 자신의 형태가 바뀐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흰색은 검정색이 옆에 있어야 그 진한 흰 색깔이 돋보이고 검은색은 흰색의 도움으로 자기의 존재가 훨씬 부각된다. 어찌 보면 극과 극의 위치에 있으나 상대가 있어야 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흔히들 세상 이치는 음과 양이라 한다. 사계절에서 햇살이 쨍쨍 비치는 여름은 양이다. 그 세가 약해지면 음의 계절로 넘어간다고 한다. 힘이 세고 성격이 강한 남자는 양으로 구분하는가 하면 여성은 육체적으로 강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성질을 가져 음의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인 남자와 음인 여자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면서 조화를 이룬다. 예부터 극과 극은 상통한다고 한다. 즉 한쪽이 넘치면 다음 극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차면 넘친다는 속담이 맞는 말이다. 빠름은 느림이 있어야 빠름을 느낄 수 있다.
비교의 개념이긴 하지만 우주에서 유영하는 수많은 천체는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우주 공간을 여행하나 비교 대상이 없는 경우 그 속도를 가능할 수가 없다. 지구도 1초에 60km를 움직인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 속도를 느끼고 있는가. 그냥 정지한 상태로 여기고 밤과 낮만을 느낄 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만약 옆에 비교의 대상이 있다면 그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텅 빈 이 우주 공안에 어느 물체가 기준이 될 것 인가.
정신적인 분야이긴 하지만 우리가 느끼고 있는 행복과 불행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된다고 여겨진다. 비교 대상이 있는 곳은 상대보다 불행하다거나 행복하다를 느낄 수 있으나 한 집단이 거의 같은 여건에 있다면 비교치가 없으니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생활에서도 1950~196년대에서 우리의 최대 바람은 오늘 배불리 먹고 내일 먹을 양식이 비축되어 있으면 행복하다고 느꼈다. 오늘 배고픔을 해결하고 내일도 문제가 없다면 자족하는 행복을 느끼고 살았다. 이런 정신상태를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가난과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그 시기에 내가 지금 부족하고 불행하다고 느낀 감정은 없었다. 내 손안에 있는 것에 만족하고 현재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았다. 그 당시는 아예 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비교의 대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선각자나 종교지도자는 항상 마음을 비우고 살라고 한다. 마음이 비워지면 빈 공간에서 비교의 대상이 있겠는가. 비교할 수가 없는데 어찌 이런 상황에서 행복과 불행이 있을 수 있으며 갖고 못 가짐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일상생활에서 명상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유이다. 이는 육체가 아닌 정신상태를 말한다. 마음에서 모든 것을 비워버린 상태, 그 경지에서 소유의 감정이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행복과 불행의 가장 큰 감정들은 비교에 의해서 일어난다. 비교가 없는 상태가 되면 그 어떤 욕심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계속해서 암흑만이 존재한다면 어찌 우리는 빛의 밝음을 알 수 있겠는가.
상대가 있어야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존재에 따라 마음속 감정이 생기게 된다. 네가 있어야 내가 존재한다는 개념은 상대에 따라 내 존재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논리도 된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비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나 인간만이 비교에 의한 존재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있음은 있음으로써 가치가 있는데 그 있음에 자기의 가치개념을 불어 넣음에 따라 비교 개념이 생기고, 이 비교를 통하여 우리는 행복과 불행이 나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있어야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 상대가 경쟁이나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네가 있어 나의 존재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모든 창조물은 그 자체로 이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 가치가 있고 그 누구와도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을 안고 있다. 그리고 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인간에 이르러서는 그 누구도 어느 대상과 비교하여 우열을 가려서는 아니 되는 존엄한 존재이다. 그래서 상대가 있어 나를 인식할 수 있으니 감사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