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1350억원’…아이스크림 담합 사건의 교훈
공정위, 2022년 아이스크림 담합 사업자 시정명령ㆍ과징금…검찰, 임직원 4명 불구속 기소 식품안전과 바른 대응法 84. 영업 담당자가 항상 담합 규제를 숙지해야 하는 이유
의도치 않게 합석한 자리에서 거래조건 논의된다면
그 자리에서 논의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회사의 준법감시인 등에게 관련 내용 보고해야
친분관계에 의해 들러리 입찰 등 요청 받는다면 이를 거절하고
거절의 의사표시 문자, 이메일 등으로 분명히 남겨야
법무법인(유) 바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 바른의 식품의약팀 정양훈 변호사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서 위법성이 크다고 평가받는 '담합'을 살펴보겠습니다. '담합'이란, 사업자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나 생산 수량, 거래 조건, 거래 상대방, 판매 지역을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담합은 주로 언론에서 많이 사용되는 시사용어이고, 공정거래법령에서 규정한 용어는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합의'입니다. 즉, 공정거래법 제40조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라는 제목 하에 그 제1항에서 '사업자는 계약ㆍ협정ㆍ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이슈가 된 사례로 '8개 빙과사ㆍ유통사의 아이스크림 가격 및 거래처 담합' 건이 있습니다. 이는 공정위가 2022. 8.경 아이스크림 담합을 이유로 관련 사업자들에 대하여 시정명령, 과징금(합계 약 1,350억 원)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였고, 검찰은 담합에서 핵심 역할을 한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한 사안입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른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당시 아이스크림 시장상황을 보면,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감소 및 동네슈퍼 등 소매점 감소 추세 등에 따라 매출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납품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제조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되었습니다.
이에 국내 주요 빙과류 제조사인 4개사는 2016. 2. 15.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합의를 하였습니다. 그 후 ①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를 시작으로 ② 소매점ㆍ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③ 편의점ㆍSSMㆍ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가격ㆍ판매가격 인상 합의 등을 함으로써 영업 전반으로 담합을 확대하였습니다.
이러한 법 위반 사실을 전제로, 공정위는 행정제재, 검찰고발 등을 결정하면서 이러한 조치를 통해 '약 4년의 장기간에 걸쳐 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의 가격상승을 초래한 다양한 형태의 담합을 적발하여 시정하였다'고 자평하였습니다.
다수의 판매자들이 경쟁을 회피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 등 조건을 공동으로 정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고, 법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은 법 조항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담합에 대한 제재사례가 축적되고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가 유지되면서, 담합의 유형이 세분화되고, 그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이로 인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영업방식이 담합으로 간주될 위험성이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 사업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과 회합을 갖고 업계의 동향이나 거래조건을 논의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행위입니다.
조합, 협회, 간담회 등 공식적인 행사, 사적인 모임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모임, 대화라도 거래조건을 공유하는 경우, 그 횟수, 공유되는 정보의 수준, 담당자의 지위 및 역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담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정한 거래관행 확립, 유통질서 정화 등 표면적인 의도와 목적이 어떠하든지 간에, 경쟁사업자들이 문서, 이메일, 문자, 전화통화 등 유형적인 근거가 남는 방식으로 거래조건을 협의하는 것은 그 자체가 담합으로 간주되는 행위입니다.
사건을 위해 영업 담당자들을 만나면, 법령의 규제와 영업의 현실 간의 간극으로 인해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유능한 영업 실무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나의 정보를 일부 공개하는 대신 타사의 동향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행위가 모두 담합으로 간주되거나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영업활동을 통해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였음에도, 막상 담합 문제로 사건이 터지면, 그 책임을 영업 담당자가 모두 부담하거나 심지어 회사에서 징계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지경까지 오면 담당자가 느끼는 허무함과 비장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도치 않게 합석한 자리에서 거래조건이 논의된다면, 그 자리에서 논의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회사의 준법감시인 등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친분관계에 의해 들러리 입찰 등의 요청을 받는다면 이를 거절하고, 거절의 의사표시를 문자, 이메일 등으로 분명히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의도치 않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하였다면 공정위에 자진신고 등을 함으로써 제재감면의 가능성을 살려야 합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영업 담당자는 담합에 관한 규제 내용을 숙지해야 합니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의심이 든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수고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