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발생 도시락 제조업체 행정처분이 취소된 이유

다른 업체가 제조해 납품한 지단서 살모넬라…책임질 이유 없어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30. 사건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면 행정처분 못한다

2023-03-02     식품저널

사남매 아빠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바로 서로 싸우는 경우다. 아이들은 싸우고 나서 부모에게 달려와 상대의 잘못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면 항상 원인 제공자가 있게 마련이다. 부모로서 싸운 아이 모두에게 혼을 내기는 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 제공자를 찾아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타이르는 것이 더 필요하다. 

법률에 따른 처벌이나 행정처분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각종 행정법령에 규정된 양벌규정에서 임직원의 잘못에 대해 법인이 무조건 처벌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는 영업자도 사건의 원인 제공에 어떤 형태로든 이바지를 했을 경우여야만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한 도시락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섭취하고 수십 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행정기관은 도시락 제조업체에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해당 도시락에 사용된 지단에서 살모넬라가 발견된 것은 맞지만, 해당 지단은 다른 업체가 제조하여 납품한 것이라 도시작 제조업체가 원인 제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원료를 납품받아서 사용하는 경우 검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살모넬라의 경우 75°C에서 1분 이상 가열하거나 60〫°C에서 20분 가열 시 사멸하기 때문에 원료를 가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도시락 제조의 현실을 모르는 지적이다. 지단채는 냉동식품이고, 가열처리가 필요하다는 표시도 없다. 법원도 이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도시락의 조리과정을 사실상 완료한 후 이 사건 지단채를 단순히 고명으로 얹어 이 사건 도시락을 제공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지단채를 해동하거나 고명으로 얹는 과정에서 식품위생법 관계 법령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이 사건 지단채 제조 당시 시행되던 구 식품등의 표시기준(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201호) Ⅱ. 2. 다. 4)에 따르면 ‘조리 또는 가열처리가 필요한 냉동식품은 그 조리 또는 가열처리방법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사건 지단채의 표시사항에는 조리 또는 가열처리방법에 관한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점, 식품제조ㆍ가공업자에게 냉동지단채의 경우 표시사항에 가열처리가 필요하다고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를 가열ㆍ살균하여 사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도시락의 조리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식중독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도시락의 원료(용도: 고명)로 사용된 이 사건 지단채가 식중독균인 살모넬라균에 오염됨으로써 원고가 식품위생법 제4조 제3호를 위반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를 위반행위의 원인제공자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은 구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 23] Ι. 일반기준 제11호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그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위법하다”라고 했다. 결국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 판결은 매우 독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법원이 인정해왔던 대법원 판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라는 문구가 핵심이다. 잘못이 없는데 국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