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감시원 ‘교육’이 영업자 ‘교육’보다 더 절실한 이유
퇴직 선배들의 경험 공유보다 명확한 규정 토대로 다양한 판결 소개가 더 절실 법률 모르고서는 더 이상 행정행위 할 수 없는 상황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 사건 예방과 실전 대책 29.
식품위생법률연구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근무하기 전에 공무원연수원에서 2개월 정도 교육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매년 온ㆍ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다소나마 업무 능력을 향상할 기회는 있었지만, 솔직히 단기간의, 짧은 몇 시간으로 실력이 눈에 보이게 증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는 결국 선배들이 작성했던 공문서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임자의 기록이나 파일을 보면서 혼자서 배운 것이 전부다.
물론 회의나 업무지시를 통해서 소속된 부서에서 하는 일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나 규정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선배들의 판단 역시 고시나 법령을 근거로 얘기하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단속 경험이나 사건 수행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지극히 부분적이고 개별적이라 일반화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그렇게 짧은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로스쿨을 마친 후 식품 전문 변호사로 10년이 넘게 근무하면서 수많은 식품위생감시원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요청을 받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분기마다 수십 명씩 전국 각지의 식품위생과 공무원들이 제자가 되었다. 당시 강의도 강의지만 강의 마지막에 질문 시간이 주어지면 너도나도 한두 가지씩 업무를 하면서 목말랐던 문제를 물어보는데 정말 열심이었던 기억이 난다. 식품위생감시원들이 당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결국 내가 공직에 있을 때처럼 본인들이 하는 행정행위의 근거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고시나 법령 규정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였다.
통계에 의하면 1년에 4만여 건의 식품 관련 행정처분이 있다고 한다. 이중 10%의 사건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진행될 경우만 따져도 4000건이 된다.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예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제 행정기관 혹은 공무원의 상대는 영업자가 아니라 변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다소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상담 비용을 내고 명확하게 알고 가는 영업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매월 자문료를 내는 식품회사가 40개가 넘는 필자의 상황을 고려해도 이제 영업자에게 변호사는 거의 직원처럼 함께 일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최근 공무원의 단속과 지도에 대해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과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행정처분이 취소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이 사건 현장조사 과정에서 원고는 물론이고 위 건물주나 상가 대표에게도 조사목적, 조사기간 및 대상, 조사의 범위 및 내용, 조사담당자의 성명 및 소속 등 구 식품위생법 제22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의2 각 호가 정하는 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지니거나 이를 내보이지 아니하였음은 분명하고, 이 사건 현장조사에 있어서는 행정조사의 목적 등을 조사대상자인 원고에게 구두로 통지하는 등 구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절차가 흠결되었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이런 결과가 많다.
식품위생감시공무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퇴직 선배들의 경험 공유보다 명확한 규정을 토대로 다양한 판결 소개가 더 절실한 듯 보인다. 결국 행정처분에 대응하는 절차도 행정심판법과 행정소송법에 따라야 하고, 쟁점도 법률이다 보니 공무원이 법률을 모르고서는 더 이상 행정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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