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산책] 기억과 추억

기억과 함께 묻어 있는 추억은 기억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기억이 있어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은 또 다른 영역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190)

2022-12-07     식품저널

즐거웠던 지나간 기억을 되감기 하다 보면 지금도 열기는 다르지만,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 일고, 오히려 당시보다 더 진하고 아쉬운 느낌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반면 괴롭고 쓰라렸던 그리고 언짢았던 기억은 다시 그 상처가 돋아나는 듯 새롭게 아프기도 하다. 이런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불러 내 올 수 있는 내 머릿속은 신비의 저장고이다. 그 기억을 간직하고 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가 경험한 기억은 정신적인 현상이고 컴퓨터 저장기능과 같으나, 추억은 기억을 바탕으로 감성으로 바꿔준 결과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가 경험한 것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필요에 따라 불러다 사용하거나, 그 상황을 그리면서 그때로 돌아가기도 한다. 많은 동물도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식물도 기억을 간직하는지. 아마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을 몸체 어디에 저장해야 할 것이다.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성장하고 가을에는 열매 맺는 것은 모두가 몸 어디에 기록한 기억의 소산이 아니겠는가. 우리 동물은 뇌에 저장기능이 있지만, 식물은 각자의 유전인자에 각인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억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면서 시간이 지나가면 그 시간에 어울리게 계속 쌓여가고 경험이 쌓이면서 현재의 나를 이루게 된다. 어릴 때 기억은 물론이고 청ㆍ장년에 겪었던 모든 것이 선별되어 해당되는 저장고에 켜켜이 쌓여 가는데, 그 기억들은 내 의지와는 상관 없게 내 무의식의 저장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불쑥불쑥 내 의식의 영역으로 올라와 경륜과 지혜로 변하여 살아가는 내 삶과 함께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반드시 기억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가 느끼는 정도에 따라 기억의 강도는 달라진다. 놓아버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같이 갖고 가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조금 전 나눈 말도 기억의 뒤안길로 스러져 버리는 경험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억력은 나를 형성하는 기본이 되어 있으며, 이 기억은 분량과 질에 따라 살아가는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인간은 자기 머릿속에 가진 기억을 그대로 쌓아 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기억을 다듬고 변화시켜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부하고 훈련하는 것은 현상을 기억하되 그 기억을 이용하여 다시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학자들은 다른 사람이 축적하여 기록해 놓은 것을 다시 새겨 자기만의 지식으로 변형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기억과 창조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는 지구상 다른 동물에 비하여 더 큰 용량을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단련하여 그 기능을 확대, 발전시켜 왔다. 컴퓨터는 저장용량을 비트로 표시하는데, 그 용량으로 보면 뇌의 수준을 앞서간다고 하나, 변형하고 응용하는 면에서는 아직 그 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억의 능력과 정확도에서는 컴퓨터가 월등히 앞서 있으나, 그 기억을 가지고 활용하여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영역은 인간의 머리를 닮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기억을 기초로 한 감정, 그 감정에 뒤따라오는 추억의 영역은 아마도 인간만이 가진 가장 독특한 기능이 아닐까 여겨진다. 기억만으로 우리는 추억을 설명할 수 없다. 컴퓨터에 추억을 기대할 수 없는 이치이다.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포켓몬 빵은 아련한 기억을 넘어 추억화 된 감정으로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 현상이다. 기억이 바탕이 되나, 그 기억과 함께 묻어 있는 나름대로 추억은 결코 기억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기억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억에 따른 감정,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추억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여겨진다. 
 
추억은 지난 일이긴 하지만 나만이 가진 감정의 산실이면서 오롯이 개인적인 정신의 영역이다. 나이 먹으면 추억에 산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현실에서 하는 일보다는 과거에 행했던 일들과 연결된 기억, 그 기억이 감정으로 승화하며 추억을 만들기 때문이다. 추억은 기억의 굴레를 벗어나 나만의 상상과 느낌이 곁들여져 새로운 세계를 펼치기도 한다. 어릴 때 컸던 고향에 대한 추억은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고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자산이다. 젊을 때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노년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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